[1차 의료기관 당뇨병 치료전략 고찰]

강한욱 정내과 원장(대한내과의사회 의무이사)
강한욱 정내과 원장(대한내과의사회 의무이사)

개원가에서 당뇨병 치료의 어려움

당뇨병 같이 치료하고 관리하는데 힘든 질환이 또 있을까? 1차 의료를 담당하는 개원가 선생님들이 내분비내과를 전공하지 않고는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다른 질환 치료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과전문의 수련 과정의 맹점에 있다.

내과전문의 수련 과정은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 대부분 이뤄지는데, 수련기간 4년 동안 당뇨병 환자를 몇 명 정도 치료할까? 필자의 내과 전문의 수련 과정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암환자,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환자들만 치료를 했던 기억 밖에 없다.

대부분 입원 환자를 통해 질병에 대해 공부하고 환자 치료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입원을 잘 하지 않으며 입원을 해도 대부분 인슐린을 맞고 있으며,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 뿐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 마주하는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간간히 당뇨병을 처음 진단 받은 환자들이 있다. 위내시경·대장내시경은 자신있는데 외래 임상경험이 전무한 당뇨병 환자를 개원 초기에 진료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미국당뇨병학회·대한당뇨병학회·유럽당뇨병학회의 진료지침이 있다. 진료지침은 치료 방법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순서대로 따라하는 것보다는 진료지침을 응용하고 환자에게 맞게 적용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개원가에서 조금 더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당뇨병 치료의 중심은 환자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를 할 때 당뇨병 진료지침에 환자를 너무 맞추는 것 같다. 반대로 환자에 진료지침을 맞추어 사용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똑같은 당뇨병 환자는 없기 때문에 틀에 짜인 치료가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다. 혈당이 높으니까 적게 먹게하고 운동 많이 하고 약물을 처방을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환자에 대해 많은 것들을 물어 보고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생활습관이 어떤지, 그리고 그런 나쁜 생활습관의 이유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당뇨병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에게 당뇨병의 유병기간, 당뇨병 가족력, 흡연·음주 여부, 선호하는 음료수 및 간식, 저녁식사 시간 및 취침 시간, 직업을 꼭 물어본다. 특히 혈당 조절에 있어서 무엇을 먹는 것보다는 먹고 무엇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생활습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식습관의 변화(직업을 물어보다)

식습관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만 바꿀 수 있다. 우선 음료수가 문제다. 젊은 환자들은 탄산음료를 즐겨마시기 때문에 혈당 조절이 안되고 중년 환자들은 믹스커피 때문에 혈당 조절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설탕이 함유 되진 않은 음료수를 마시도록 강조해야 한다. 필자는 설탕(사탕, 초코렛, 콜라, 사이다 등)은 저혈당 때만 먹는 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사시간이 불규칙할 때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직업 특성 때문에 저녁 식사가 늦어지는 경우, 저녁 식사 후 1~2시간 내에 취침을 하면 특징적으로 공복혈당이 높게 나타난다.

혈당이 조절이 안 되는 직업 중 몇 종류를 살펴보면, 택시 운전기사 및 신당 근무, 교대근무 및 24시간 근무 등이 있다. 택시 및 식당 근무의 공통점은 일을 다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다. 오후 9시쯤 일이 끝나서 10시쯤 저녁 식사를 하고 11시쯤 취침을 하게 돼 혈당 조절이 잘 될 수가 없다.  교대근무 또는 24시간 근무를 하게 되면 퇴근을 아침 7시쯤 하게 되며 8시쯤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취침을 한다. 식사를 하고 바로 자면 공복혈당이 200mg/dL 이상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공복혈당이 높으니 아침 당뇨병 약물의 용량을 증량하게 되는데 공복혈당 낮추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낮에 저혈당 확률만 높아지게 된다. 공복혈당을 120mg/dL까지 낮추려면 저녁 식후 운동 및 최소 4시간 이후 취침을 하고, 공복의 당뇨병 약물 용량을 증량하는 것 보다는 저녁 식전에 당뇨병 약물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순서가 중요하다

요즘 새롭게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에게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해주는 말이 있다.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당뇨병 약물을 복용한 후에 식사를 하고, 식사 후에 과일을 먹고, 과일 먹은 후 1시간 후에 운동을 하고, 운동한 후에 휴식을 하는 순서를 강조한다. 약 → 식사 → 과일 → 운동 → 휴식 순서다. 약을 식후에 복용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거에 메트포르민을 처방하던 방법이다.

당뇨병 약물은 위장 장애만 없으면 식전에 복용해야 식후 혈당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식전에 과일을 먹으면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후에 과일을 적당히 먹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일찍 식전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은데 식전 운동은 의미가 없다.

식후 혈당이 200~300mg/dL 이상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식후 1~2시간 사이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식후 운동은 환자마다 달라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걷기 보다는 근력운동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식후 피곤해서 누워 있는 노인 환자들이 많은데, 정말 피곤하면 밥도 안 먹고 눕게 되며 식후에 피곤한 것은 식곤증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식후 운동을 권장해야 한다.

당뇨병 치료지침의 응용

 제2형당뇨병은 다발성 병리생태를 가지는 질환으로 약물치료에 있어서도 한 가지 문제만 개선을 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 가지 약제의 용량을 증량하는 것보다 2~3개 약물을 복합제 치료가 더 좋다.

또한 당뇨병 약물을 단계적으로 증량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2~3제 복합제를 사용해 단계적으로 감량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복혈당이 높으면 반드시 1일 2회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 공복혈당이 높지만 약효가 강력하고 작용시간이 긴 약을 아침에 한 번 처방한다면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다. 1일 1회 약물 복용은 공복혈당은 좋은데 식후 혈당이 높은 경우 효과적이다.

2~3제 복합제 처방의 기준은 공복혈당 150mg/dL 이상과 200mg/dL 이상으로 설졍하면 편리하다. 공복혈당이 150~200mg/dL면 2제 복합제(DPP-4억제제 + 메트포르민 또는 SGLT-2억제제 + 메트포르민)를 1일 2회 처방하고, 공복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3제 복합제(설포닐우레아 + 메트포르민 + DPP-4억제제 또는 설포닐우레아 + 메트포르민 + SGLT-2억제제)를 처방한다. 3제 복합제를 처방할 때는 짧은 기간 후에 다시 공복혈당을 확인해 공복혈당이 150mg/dL 이하면 설포닐우레아를 빼고 2제 복합제로 유지하는 것이 좋고, 공복혈당이 지속적으로 200mg/dL 이상이면 설포닐우레아와 메트포르민 용량을 증량하는 것이 좋다.

의사 환자 관계 (Doctor Patient Relationship)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이 있는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 대해 알고 환자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핵심이다. 의사 환자의 관계 중에서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선생과 학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학생보고 문제를 많이 틀렸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혼내는 것보다는 왜 틀렸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부족한 글을 쓰면서 짧은 진료 시간의 우리나라 현실이 원망스럽지만 의사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고 당뇨병 환자에게 좀 더 물어보고 좀 더 알려주는 그런 의사가 되자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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