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효율적 연구자 주도 암 임상연구 주제로 암정복 포럼 개최
연구자들 "안정적 IIT 위해 정부의 지속적 투자 필요" 한 목소리

21일 온라인으로 암정복 포럼이 개최됐다.
21일 온라인으로 암정복 포럼이 개최됐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연구자주도 임상연구(IIT)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지속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제74회 암정복 포럼이 '효율적인 연구자 주도 암 임상연구 및 연구회 운영'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IIT가 발전하려면 정부 펀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아산병원 류민희 교수(종양내과)는 IIT는 희귀암 등 수익성이 낮아 민간차원에서 연구개발이 어려운 분야나, 용법·용량 등 기존 치료 최적화, 이미 승인된 다양한 치료 옵션을 비교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 등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는 25개 암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와 40 여개 의약품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암학회(ASCO)에서 2016년부터 16개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는 TAPU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도 'GENOMIC MEDICINE FRANCE 2025'를 통해 5년 동안 87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류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암 임상연구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IIT를 진행하기 위한 지원이나 네트워크 등 제반 지원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펀딩"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

희귀암 연구를 많이 하는 서울대병원 김범석 교수(종양내과)는 정부가 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펀딩하는 측에서 생각하면 IIT에 투자하는 것이 표시가 나지 않는 일이지만, IIT에 지원하는 것을 고속도로를 까는 것과 같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국가에서 고속도로를 깔면 사람들의 교류가 빨라지고, 물건 운송이 발달되면서 결국 국가가 발전하게 된다"며 "IIT에 투자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인프라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암 연구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지금보더 더 과감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김 교수는 "NCI는 IIT에 1년에 1조 500억 정도를 지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암정복과제에 100억원 안 되게 펀딩하고 있다"며 "미국의 채 1% 안 되는 비용으로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세계 최고 가성비 연구를 해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금을 마련하고, 연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장대영 회장(한림대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도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지금처럼 5년 지원하고 중단하지 말고, 연구가 잘 되는 곳은 계속 지원하고, 새로 진입한 연구도 퀄리티를 유지하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일 연구가 잘 진행되지 않는 곳은 흡수통합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생겨나고 아이돌이 생기고 이후 BTS 등이 등장하는 것처럼 인프라를 깔면 연구 성과가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그룹 연구에도 관심 필요

IIT 연구를 하는 소그룹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BTS 등 K-뮤직을 이끄는 사람들이 개인이 혼자 노력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 따라서 IIT를 위해 스터디 그룹에 대한 전폭적 지원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포럼에 참석한 연세암병원 김용배 교수(방사선종양학과)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김용배 교수는 "2008년에 시작한 연구가 지난해 결과가 발표됐다. 문제는 중간에 연구비 지원이 중단돼 근근히 버텼다"며 "정부가 암정복과제를  매년도 아니고 몇 년에 한번씩 공모한다. 우리나라도 NCI처럼 상시적으로 일정액을 지원하고, 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지원해야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김학균 교수
국립암센터 김학균 교수

IIT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립암센터 김학균 교수는 IIT가 국가의료비 재정에 기여할 것이란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김 교수는 "제약회사는 약물의 적응증을 넓혀 사업성을 높이려고 한다. 이런 문제로 국가 의료비 재정은 부담을 겪고 있다"며 "IIT 연구를 통해 리얼월드데이터(RWD)를 만들면 이것이 정부 재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IT 연구에 투자하는 연구비는 결국은 국부를 창출하고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갈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범석 교수도 IIT 재평가와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IIT 연구를 하겠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이거 제약회사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냐'라는 얘기를 한다"며 "희귀암이나 소외된 암 연구 등은 어쩔 수 없이 IIT를 해야 한다. 만일 IIT를 하지 못하고 의뢰자주도임상연구(SIT)에만 의존하면 의료비 상승이나 희귀암 환자들이 발전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평원 등 정부 기관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귀암 등으로 IIT를 할 때 제약사에서 약물을 제공받아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을 절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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