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각 병원 국제진료센터는 가장 바쁜 부서중 하나로 꼽힐만큼 다양한 활동을 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 합법화 이후 각종 에이전시, 여행사, 보험사 등과의 접촉을 드러내놓고 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외로 의료관광상품을 출시했다. 의료관광 설명회 개최, 해외병원과 진료 협력 체결 등을 통해 각 타깃 국가에 직접 방문하고 관계자를 만나거나, 각종 세미나에 참석해 정보수집과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음을 알리기에 주력했다.

내부적으로도 통번역이 가능한 의료관광 전문코디네이터 채용하거나, 외국인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결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는 각 병원들의 올해 외국인 환자 유치 활동을 돌아본다.

올한해 국제의료협회와 한국관광공사는 병원들과 함께 해외로 많이 뻗어나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지 에이전트와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국의료설명회를 펼친 이후, 블라디보스토크, 홍콩, 러시아, 일본 등에 이어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까지 폭넓게 움직였다.

개별 병원 차원으로도 여러 타깃 시장을 공략하면서, 각종 협약이 봇물을 이루었다. 한양대병원은 지난달부터 몇개 병원들과 하나투어와 협약를 통해 러시아에서 하루 4분씩 6번의 홈쇼핑에서 의료관광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협력병원 김대희 행정팀장은 "의료수준이 열악하지만, 상위 10%의 러시아 부유층을 중점적으로 노리고 있다"며 "이전에 싱가폴이나 태국으로 가던 환자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많이 띄워졌으며,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을 타고 갈수록 외국인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우리은행, 한국도심공항여행사와 "글로벌 헬스케어시스템" 협약을 맺고, 해외 VIP 고객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미국 뉴욕과 LA, 중국 북경에서 해외 교포들을 대상으로 로드 쇼를 진행하고, 해외시장 VIP만을 위한 제휴 상품과 건강검진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세계한인무역협회(OKTA)와 의료협약을 체결하면서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네트워크의 힘에 의해 외국인 환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해외에서 활동중인 재계 인사들과 교류를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 현지 병원과의 협약도 활발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교육시켜 의료수준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 고도의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의뢰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7월 중국 청도시 인민병원과 협약을 맺고, 인민병원에 국제클리닉을 개설하고 의료진을 파견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나 중국 환자를 진료하고, 인하대병원으로 파견된 인민병원 의료진 및 간호사를 연수시켰다.

박승림 원장은 "국제클리닉 개설 100일만에 초진 환자 1000명을 돌파했다"며 "고도의 수술은 공항 인근에 있는 인하대병원으로 빠른 시간 안에 보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몽골 등 다른 나라와의 협약을 강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앙대병원은 지난 8월 베트남 쩌로이병원, 호치민시 의과대학병원, 쯔안병원, 안씽병원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 베트남에서의 의외의 시장성을 발견하고, 현지 VIP를 타깃으로 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진료센터 김도성 담당자는 "복강경 수술의 경우 우리나라는 활발히 하는 것과는 달리, 베트남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베트남어, 몽골어로 된 홈페이지를 구축해 특성화센터를 상세히 소개하고, 내년에는 현지에 더 많이 방문해 실제 환자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같은 노력을 토대로 실제 외국인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들병원에서 진행하는 최소침습 척추수술 교육인 MISS코스 참석자를 집계한 결과, 세계 21개국에서 300명이 넘는 척추 의사들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시행 초기 주변국 의사들이 주로 참여했으나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면서, 외국인 의사들의 소개도 늘고 있다.

우리들병원 관계자는 "지난 한해동안 우리들병원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1017명 중 13%(132명)가 MISS코스를 마친 외국인 의사들이 소개한 환자"라며 "최소침습 의술로 치료받기 위한 해외 환자가 연평균 30%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박람회에 참여하는 외국인 바이어에도 욕심을 낸 영남대병원의 경우 올해 9월 지난해 대비 외국인 환자 수 증가율은 67.2%, 수입은 186.1%로 대폭 성장했다. 2007년과 대비한다면 수입 277.2% 증가의 가파른 상승세다. 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의 국적이 31개 나라로 다양해졌으며, 400여명의 순의료관광객 유치계약이 이미 성사돼있다"며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지원과 함께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것은 외국인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아예 별도 진료 공간을 두는 외국인 전용병원 설립. 삼성서울병원은 소유한 녹지가 오랜 시간 끝에 강남구청의 증축 허가를 받아낸 가운데, 일부를 외국인 환자 전용병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한용 원장은 "세계화 전략에 발맞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인프라를 대폭 보강할 것"이라며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병원 부지가 확정되는대로 외국인 전용병원 설립 계획에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 역시 신속한 검진을 위해 공항 인근에 비급여를 중심으로 한 30병상 규모의 외국인 전용병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여의도를 국제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가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병원도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JCI 인증과 관련해서는 세브란스병원 이후 고대 안암병원이 올해 인증을 획득해 주목을 끌었다. 고대의료원 이상학 의무기획처장은 "싱가폴, 태국 등이 의료관광에 선두주자로 나섰던 것은 몇개의 병원들이 JCI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JCI 인증병원이 늘어나야 한다"며 관심있는 다른 병원들의 인증 노하우 공유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초반의 다수 병원들의 관심보다는 환자 유치에 대한 실리에 더 무게감이 맞춰져 있는 분위기다. 건국대병원 백남선 원장은 "JCI인증 추진 비용에 비해 실제적인 효용이 크지 않다는 판단하에 교육까지 진행하고 그만두게 됐다"며 "물론 인증을 받으면 좋겠지만, 여력이 없을 경우까지 무조건적인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합법화 이후 병원들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분위기가 많이 형성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다할 성공신화나 스타 병원이 없는 터에 거품이 형성된 모습도 보여졌지만,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많이 느낀 지난 반년이었다. 에이전시, 관광업체 등의 연계가 줄을 이으면서도, 무조건적인 의존이 아닌 직접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따라서 실질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가 정착되는 단계는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 예산을 늘려 나가고, 온라인 마케팅에도 나서려 하는 국내 병원들의 노력을 토대로 한국 의료, 스타 병원의 육성이 머지 않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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