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구 기자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우물에 살고 있는 개구리는 어느날 동해에서 찾아 온 거북이에게 우물이 넓고 크다고 자랑한다. 이 말을 듣고 거북이는 개구리에게 자신이 살다 온 바다의 모습을 설명하자 이를 들은 개구리는 너무 놀라 정신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면 가끔 듣는 이야기가 있다. 정부가 국산신약을 푸대접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의 약가 산정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눈을 뜬 이후부터는 이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들은 정부가 국산신약 약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산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재투자 하려면 국산신약 약가를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산신약에 대한 만족스럽지 못한 지원에서 출발한 이런 주장을 들을 때면 이해도 된다. 

"만만한게 제약사 아니겠나. 일단 약가부터 깎고 보자는 게 정부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말이다.

그럼에도 국산신약 약가를 높여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신약이 더 탄생하게 될 것이란 주장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최근 개발된 대웅제약의 펙수프라잔을 제외하고 33개의 국산신약이 한국에서 낮은 약가를 받아서, 또는 한국에서 약가가 인하돼서 글로벌 시장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사례를 들은 적 있었나.

사실 신약의 약가 책정은 국산신약이기 때문에, 혁신형 제약사이기 때문도 아니다. 
이 신약을 대체할 기존 제품이 얼마나 있는지, 또 환자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가 핵심이다.

최근에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국산신약의 사례를 보자. 예시로 드는 두 제품은 약가를 받고 나서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혹의 손가락질도 받았던 것들이다.

우선 유한양행 폐암 신약 렉라자다. 렉라자는 조건부 허가부터 급여 승인까지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약가는 국내 허가된 글로벌 신약의 95%까지 책정된 가산 특례를 받았다.

HK inno.N의 P-CAB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도 혁신형 제약사 지정 특례로 높은 약가를 책정받았다.

이 두 제품의 공통점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힐 '효과'라는 점이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새로운 기전이거나 효과를 지닌 신약을 개발하지 못했던 '안방용' 국산신약의 개발 형태를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약가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고혈압제가 세계 시장에서 5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치자. 

이런 상황에서 국산 항고혈압제 신약의 약가를 1만원으로 책정해준다 한들 글로벌 시장에서 같은 약가를 받고 기존 시장 강자를 제칠 수 있을까.

제약업계는 한국이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이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그래야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

그러나 고작 안방에서 통할 만한 신약을 개발하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생각으로는 어림없다. 

세계 시장에서 활약할 국산신약의 탄생의 핵심은 약가가 아닌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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