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기기 산업화에 관심

병원들이 의료기기 산업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의료기기와 관련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거나 다양한 업체,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나서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고려대 구로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로 오는 8일 고려대 하나스퀘어강당에서 의료기기 임상시험 국제공조를 위한 제2회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미국 하버드대 임상시험센터(HCRI)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초청해 다국가임상시험 유치를 위한 정부의 역할,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의 개발 사례, 미국의 임상시험센터 및 사례, 국내 의료기기업체의 개발사례 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또한 구로병원은 지난달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업무협약식을 갖고, 양 기관의 상호협력을 통해 원주의료기기 개발의 핵심인 신뢰성과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원주권 의료기기업체는 구로병원에 임상시험을 의뢰할 경우 저렴한 비용에 의뢰할 수 있게 됐으며, 구로병원이 임상시험에 관련된 교육, 세미나 등을 지원한다.

앞서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협의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의료기기 업체와 연구자 간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의료기기 품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으로, 의료기기의 연구, 발전 및 허가를 위한 기술적, 학술적인 자문을 보다 효과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손창성 고대 의무부총장은 "국가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안암, 구로, 안산병원 및 각종 연구소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임상시험, U-헬스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걸쳐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미래 의학발전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해 7월 임상시험센터를 확장 이전하고, 지난 5월에는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를 개소하는 등 임상시험분야에 다각적인 투자를 해 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충북대병원과 임상시험 및 연구에 관한 상호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연구 및 시설 협력과 인력 및 정보 교류는 물론,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서로 교류하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국내 의료산업의 연구개발은 아직까지 의약품에 치중돼 있는 면이 많다"며 "의료기기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산업화에 나서면 병원과 업계가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첨복단지, 원주 등 지자체에서도 지원 사업

지자체 차원으로도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된 충북 오송과 대구 신서와 함께 후보 단지였던 원주까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는 최근 "IT융복합 의료기기산업 생태계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대경광역경제권 선도사업 지원단과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11년까지 총 34억 8천5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함에 따라 대구·경북의 IT융복합 의료기기 관련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전략특허, 국내·외 마케팅, 임상시험, 인증획득 등의 지원 사업을 펼치게 됐다.

특히 "대경권 IT융복합 의료기기산업"의 글로벌 선도를 위해 영상진단기기, 신체기능회복기기, 이동 및 생활지원기기, 모바일-헬스케어 기기 등 각 분야에 글로벌 핵심기업을 1개 이상 발굴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TP 장욱현 원장은 "대경권은 메카트로닉스, IT산업 등 의료기기 전후방 연관 산업의 스트림별 인프라를 모두 갖춘 장점이 있다"며 "첨복단지 조성이 완료되는 2011년까지 의료기기 산업육성을 위한 기반조성으로 지역 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북도는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적인 조성과 우수기관 유치를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과 설명회를 가지는 등 연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첨복단지 핵심시설인 신약 및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와 관련이 있는 우수 연구기관과 기업, 대형병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발전방안 등을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외 우수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원주시는 강원도와 함께 지난달 "원주의료기기산업 발전비전 2020"을 마련하고,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원주기업도시 내에 아파트형 첨단 다기능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의료기기 시험인증센터와 첨단의료기기 전용공단을 조성하는 등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와 지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첨복단지 건립은 무산됐지만 2020년까지 단지 구축을 완료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고용인원과 관련기업 등 생산규모가 증가하고, 산업발전과 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연구개발·규제완화 등 지원 필요"

의료기기 업계도 산업 발전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연구개발과 규제완화 등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이사는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출하는 회사를 계속적으로 할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그러나 기술장벽이 높아지는 상황과 FTA 등의 이유로 수입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해마다 참여하는 해외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중국 등 신흥시장에 많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체감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연구개발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 박 전무는 "의료기기 산업화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학술적인 논문 발표를 많이 해야 한다"며 "병원에 마련된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의 발판을 토대로 업계와의 연결이 형성돼 있는 것을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진휴 이사(동방의료기)는 "의료기기에 대한 연구비가 대개 연구하는 교수진에 의해 연구과제를 마치고 산업화가 되지 않은 채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와 함께 산업화에 나서는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기기 하나를 발명하더라도 산업화하는 방법이나 마케팅에 있어 업체와 함께 해야 산업화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다만 국내 업체들의 열악한 실정으로 인해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당장 판매망 확보에 급급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정부에서 산학연이 함께 할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조사 위주의 입장을 피력하는 조합과 수입사 위주의 협회와 함께 설립하기로 의결한 "의료기기정책연구원"에 대한 진행이 가시화되면 가속화될 수 있지만, 업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아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당장 제조사와 수입사가 의견 일치가 안되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산업화에 대한 연구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영세한 환경 속에서도 산업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끊임없는 규제가 성장에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협회는 지난 2일 법규위원회 회의를 열고, 여러가지 안건 중 한 컨설팅 회사가 식약청 연구용역 사업으로 진행한 "의료기기 표시기재 규정에 대한 선진국의 실태보고 및 국내 현실에 적합한 규정 및 가이드라인 개발"과 관련해 쓴소리를 냈다.

한 법규위원은 "의료기기 소포장에도 하나하나 상세한 설명을 추가로 기입해야 한다는 연구"라며 "당장의 업계 실정을 조율하지 않고 진행한 연구조사는 컨설팅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결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위원도 "규제 완화의 취지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음에도 매번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화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에 신경을 써야 수입사 위주의 국내 환경이 연구개발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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