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밀 풀 열쇠로 오가노이드 주목
전문가들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선도 위한 정부 지원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창궐하기 전 2015~2018년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은 급속도로 퍼진 지카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문제가 됐던 것은 해당 지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두증(小頭症) 기형아가 상당수 태어났는데 이들 산모 중 대다수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간접 근거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단정할 수 없었다. 지카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동물실험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없고, 동물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니 소두증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학계는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연관성을 이것을 이용해 입증할 수 있었다. 바로 '오가노이드(Organoid)'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주립대 Stevens K Rehen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지카 바이러스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했고,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질환 발생의 비밀을 밝혀낸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해 미래 의학을 선도할 유망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오가노이드 시장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본지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미래 의학을 이끌어갈 오가노이드를 조명했다.

[신년기획-①] 오가노이드, 무한한 가능성으로 미래 의학 이끈다

[신년기획-②]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연평균 성장률 22%

[신년기획-③] 오가노이드 발전 위해 규제 완화 필요

[신년기획-④] 오가노이드 상용화 속도전 "국내서 세계적 기업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스크리닝에 오가노이드 활용

최근 오가노이드 연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제는 코로나19이다. 오가노이드는 바이러스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는 오가노이드의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평가된다.

학계에서는 여러 장기의 오가노이드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병리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폐, 장, 간 등 오가노이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장기별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Hubrecht 연구소 Hans Clevers 연구팀은 인간 소장 오가노이드에 SARS-CoV 및 SARS-CoV-2가 쉽게 감염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오가노이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생물학 연구를 진행하는 데 적합한 실험모델임을 시사했다(Science 2020;369(6499):50~54).

미국 스탠퍼드대학 Calvin J Kuo 연구팀은 성체 2형 폐포 상피세포(adult human alveolar epithelial type II) 또는 기저세포(KRT5+ basal cell)로부터 폐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코로나19 병리학적 기전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폐의 지속적인 신축과 보호물질을 방출하는 클럽세포(club cell)가 SARS-CoV-2의 표적임을 밝혀냈다. 또 코로나19 관련 폐렴을 포함해 폐 말단에서의 감염을 체외(in vitro)에서 재현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모델을 구축했다(Nature 2020;588(7839):670~675).

이와 함께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 후보물질 스크리닝에도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웨일코넬의대 Shuibing Chen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로 폐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SARS-CoV-2 침투를 막을 수 있는 후보물질을 확인하고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물에 대한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매티닙, 마이코페놀산, 퀴나크린 등이 SARS-CoV-2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는 약물로 식별됐다(Nature 2021;589(7841):270~275).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 모델은 인체 반응과 다를 수밖에 없을뿐더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흔히 감염되는 편도가 없어 연구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오가노이드는 인체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감염병 연구 시 사람과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 또 동물에 없는 편도 등 기관을 오가노이드로 만들 수 있어, 오가노이드를 코로나19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 발전 발목 잡는 요인은?

하지만 오가노이드 시장은 성장요인과 함께 3차원 세포배양에 대한 인프라 미흡과 오가노이드 개발을 위한 숙련된 전문 인력 부족 등 저해요인이 혼재돼 있다. 오가노이드 발전을 위해 저해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성빈센트병원 김용균 교수(신장내과).
▲성빈센트병원 김용균 교수(신장내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김용균 교수(신장내과)는 "오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할 때 초기에 많은 비용과 숙련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그나마 지난해부터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재생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 지원이 늘었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한다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신장조직 대체, 신장기능 회복 등 연구를 위해 'Building a Kidney'와 같이 신장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컨소시엄을 만들고 국가 정책적으로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누가 먼저 극복해 사업화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외국과 같이 오가노이드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기술로 장기와 상당히 유사한 오가노이드를 구현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적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유종만 대표는 "장기를 모사하는 수준이 아직 높지 않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기술적인 부분만 보면 장기와 더 유사한 오가노이드를 개발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용균 교수는 "재생치료제 관련 규제를 보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치료제를 만들었다면 암 발생 여부 등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며 "물론 안전성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제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용균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1상부터 3상까지 진행하면 10여 년이 걸린다.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연구 주도권을 잡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외국 사례를 참고해 국내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차세대 국가 먹거리로 육성하면서 임상 승인제도를 간소화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종만 대표는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은 국내에서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외국 사례를 요구하는데, 이는 새로운 분야를 외국이 먼저 시작해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산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면 먼저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나라보다 앞설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