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 약 4조원 예상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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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창궐하기 전 2015~2018년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은 급속도로 퍼진 지카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문제가 됐던 것은 해당 지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두증(小頭症) 기형아가 상당수 태어났는데 이들 산모 중 대다수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간접 근거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단정할 수 없었다. 지카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동물실험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없고, 동물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니 소두증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학계는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연관성을 이것을 이용해 입증할 수 있었다. 바로 '오가노이드(Organoid)'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주립대 Stevens K Rehen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지카 바이러스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했고,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질환 발생의 비밀을 밝혀낸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해 미래 의학을 선도할 유망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오가노이드 시장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본지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미래 의학을 이끌어갈 오가노이드를 조명했다.

[신년기획-①] 오가노이드, 무한한 가능성으로 미래 의학 이끈다

[신년기획-②]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연평균 성장률 22%

[신년기획-③] 오가노이드 발전 위해 규제 완화 필요

[신년기획-④] 오가노이드 상용화 속도전 "국내서 세계적 기업 나올 수 있다"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지속 성장세

오가노이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현황 및 전망'에 의하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은 2019년 6억 9000만 달러(한화 약 7775억원)에서 2027년 34억 2000만 달러(약 3조 8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2.1%로 추산된다.

오가노이드 시장은 종양 모델링과 바이오뱅크에 대한 수요, 맞춤의학, 동물실험 모델 대체 수요 등에 따라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직·장기별 시장현황 및 전망을 보면, 장 오가노이드는 2019년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의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한 것에 더해 2027년에도 간 오가노이드와 함께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장 오가노이드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장기다. 신약 후보물질의 신장 독성평가 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고, 만성 콩팥병 환자 증가에 따라 신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재생치료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김용균 교수(신장내과)는 "동물실험 모델로 신장 독성평가를 진행하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동물윤리에 맞지 않으며 사람에서의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신장 오가노이드"라며 "최근 고령화 등에 따라 만성 콩팥병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떨어진 신장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신장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로,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오가노이드 적용 분야는 기초 바이오 R&D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며(2027년 30.4% 점유), 후보물질 탐색 및 맞춤의약(25.3% 점유) 시장이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적용 분야는 후보물질 탐색 및 맞춤의약 시장이다. 2019~2027년에 23.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글로벌 오가노이드의 주류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점유율이 앞으로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북미가 42.3%, 유럽이 36%를 점유했고 2027년에는 북미 41.1%, 유럽 36.9%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지역은 아시아·태평양으로, 2019~2027년에 23.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가노이드 연구 논문 출판수 증가세

오가노이드 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방증하듯 학계에서는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줄기세포 및 오가노이드(기초연구본부 선정 R&D 이슈 연구동향)'에 따르면, 줄기세포 및 오가노이드 연구는 기초의학, 재생의학, 인공장기 개발 및 질병 모델링을 통한 신약 개발의 핵심 연구분야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 및 오가노이드 연구 관련 논문 출판이 증가 추세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관리하는 검색엔진 펍메드(PubMed) 기준 줄기세포 및 오가노이드 연구 주제 관련 논문 출판수는 △1980~1990년 35건 △1991~2000년 34건 △2001~2010년 69건 △2011~2015년 360건 △2016~2020년 2986건 등으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늘었다. 

국내에서도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연구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김용균 교수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신장 오가노이드로 파브리 신장병을 모사해 발병 원인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CR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파브리병의 원인 유전자인 갈락토시데이즈-알파의 돌연변이를 유도했다. 이를 신장 오가노이드로 분화시켜 실제 인간의 파브리병과 같은 병리학적인 병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어 전사체 분석을 통해 글루타티온 대사이상이 파브리 신장병의 발병 원인이라는 사실을 규명했고, 글루타티온 치료로 파브리 신장병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용균 교수는 "현재 신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난치성 신장질환을 모델링해 치료제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치료제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연구 속도라면 향후 5년에서 10년 이내에 난치성 신장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도영·박준용 교수(소화기내과)와 연세의대 의과학과 조경주 연구원(박사과정)은 간암 오가노이드 모델을 이용해 진행성 간암에서 신호전달 단백질 YAP/TAZ의 발현량에 따른 약물 투과도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YAP/TAZ의 발현이 낮은 오가노이드 모델은 암 조직 중심부로의 약물 투과도가 YAP/TAZ의 발현이 높은 모델보다 약 8배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진행성 간암에서 YAP/TAZ 발현을 조절해 항암약물 전달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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