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전재현 교수, 감염병 격리병동 운영 사례 소개
초기 운영지침 부재, 인력 부족 한계 "건물 채울 소프트웨어 필요"
효율적인 감염관리 및 비코로나 환자 '소외' 문제 해결은 장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감염병 격리병동을 구축하고 있는 병원의 현장 의료진이 코로나19(COVID-19) 사태 종료 이후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염병 격리병동 설치에 따라 감염관리 효율성이 높아지고 비코로나 환자의 진료도 가능했지만 '회복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포지엄에서 토론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전재현 교수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포지엄에서 토론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전재현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전재현 교수(감염내과)는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포지엄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은 독립형 감염병 격리병동을 두 곳에 설치해서 운영해봤다"며 사례를 설명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은 경증과 무증상 환자 중 중증 이환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 수용 병동과 중증환자를 보는 모듈병동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전 교수는 "이 건물을 짓는 데에는 2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빨리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건물을 빨리 짓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건물을 채울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평소에 준비가 얼마나 됐는가 반성했다"고 말했다.

독립형 감염병 격리병동의 장점으로는 효율적인 환자 치료, 감염관리 등이 제시됐다.

전 교수는 "이 병동을 통해 경증부터 중증까지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다. 비코로나 환자 진료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급한 병을 가진 환자도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압병실에선 개인보호구를 오히려 간단하게 할 수 있어서 감염관리 효율성도 높아진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작년 10월부터 호흡기 보호구 착용을 완화하고 장갑도 1겹만 착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음압병동 설치 기준 현실적인가 생각...환자 안전 위협"

반면 독립형 감염병 격리병동을 운영하는데 단점도 다수 수반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훈련된 사람이 적어 건물에 투입할 인력문제가 심했고, 운영지침 또한 부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 기준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음압병동 설치 기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교수는 "운영지침이 정해지지 않아서 일반병동의 지침을 그대로 적용했더니 독립형 감염병 병동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의 음압병동 설치 기준이 현실적인가 생각했다. 모든 음압병실을 고도의 격리시설로 만들도록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기준에서는 일반 음압병실과 에볼라, 흑사병 등에 대응하는 격리의 최고 수준 두가지로 음압병실을 나누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모두 후자로 음압병실을 만든다. 그마저도 접근하기 힘들도록 문을 세네개를 만들어 감옥을 만든 듯 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준으로 오히려 환자의 위험도가 증가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지적이다. 현재 기준이 환자의 안전보다는 의료인 보호에 중점을 뒀고,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후 이러한 격리병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 교수는 "건물을 다른 용도로 쓰기도 힘들고 유지도 쉽지 않다. 앞으로는 시설을 만들 때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재난사태가 끝났을 때 회복력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 심폐소생과 응급상황 대처, 환자 검사 등을 운영하는 연습도 미리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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