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화학요법 유발 빈혈의 관리'를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장준호 교수(성균관의대)의 강연과 강석윤 교수(아주의대), 김효송 교수(연세의대), 박경화 교수(고려의대), 이수현 교수(고려의대)의 임상 사례 발표 후, 실제 임상례를 바탕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본지는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정리하여 게재한다. 

좌장 : 장준호 교수 |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CIA 관리를 위한 내과적 환자혈액관리(Medical PBM)

장준호 교수 |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CIA의 환자 현황 및 기능적 철결핍빈혈

 암 환자에서 빈혈 발생은 암 진단 시에는 약 30%지만, 항암치료 중에는 약 90%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 345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빈혈(기준: Hb ≤ 11 g/dL 또는 기준 대비 2 g/dL 이상 감소) 발생은 암 진단 시점에서 14.2% (49명)이었고, 1차 항암요법 이후 37.4% (129명)로 증가하여, 항암요법이 빈혈 발생을 높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빈혈 환자의 일부인 34명만이 빈혈 치료를 받았으며, 대다수의 환자(82%, 28/34)가 수혈로 치료받았고, 14% (5/34) 환자는 경구철분제를 복용했다.  Ludwig H. (Ann Oncol. 2013) 연구에 따르면 철결핍을 트랜스페린 포화도(TSAT) 20% 미만으로 보았을 때, 암 환자의 42.6%가 철결핍이었다.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비뇨생식기암 등 대다수의 암종에서 빈혈 및 철결핍빈혈이 높게 발생하고, 항암치료 전 빈혈이 있는 암 환자는 빈혈이 없는 암 환자 대비 삶의 질이 낮고 전체 생존 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짧다는 것이 다양한 임상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암/화학요법 유발 빈혈(CIA)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철결핍빈혈의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CIA를 절대적 철결핍(Absolute Iron Deficiency, AID)과 기능적 철결핍(Functional Iron Deficiency, FID)으로 나누어 진단 및 치료 기준을 제시한다. 빈혈(Hb ≤ 11 g/dL 또는 기준 대비 2 g/dL 이상 감소)이 있는 암 환자의 iron profile이 ferritin < 30 ng/mL와 TSAT < 20%이면 절대적 철결핍, 30 ≤ ferritin ≤ 500 ng/mL와 TSAT < 50%인 경우 기능적 철결핍, 500 < ferritin ≤ 800 ng/mL와 TSAT < 50%인 경우 possible 기능적 철결핍으로 정의하며, iron panel을 이용한 적극적인 진단과 정맥철분주사제 사용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그림>. 

암 환자의 기능적 철결핍빈혈의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종양 자극으로 인해 hepcidin 수치가 상승하면 철이 장관 내피세포 및 대식세포로부터 유리되지 않고 철 축적이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저장철인 ferritin 수치는 높아지지만, 철의 골수 이동이 제한되어 적혈구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빈혈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혈액관리의 개념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는 WHO 정의에 따르면 환자 본인의 혈액을 보존하여 내과적, 외과적 환자의 치료 결과를 최적화하기 위한 근거 기반의 통합적인 진료이다. 국가적으로 환자혈액관리를 실행하는 호주에서는 PBM으로 사망률과 감염률이 각각 28%, 21% 감소했고, 입원 기간은 15%, 수술 전 빈혈은 21%에서 14%로 줄었으며, 수혈률과 수혈량은 대폭 감소했고 의료 비용도 크게 절감했다(Transfusion. 2017). 최근 새로운 항암제들의 출시로 종양 치료의 관심은 항암제의 적절한 선택과 치료 반응에 집중되고 있다. 암 환자의 철결핍빈혈 치료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 정맥철분제를 사용하기보다는 수혈로 Hb 수치를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수혈과 암 환자의 생존율에 관한 많은 부정적 연구 결과들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형외과, 산부인과, 마취과 등에서 환자혈액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고, 국가 주도로 수혈적정성평가와 PBM 가이드라인 개발이 진행 중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혈액제제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종양내과를 비롯하여 빈혈 환자를 다루는 전문의의 적극적인 관심과 전공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정맥철분주사제의 역할

 철결핍빈혈의 치료 방법에는 경구 및 정맥철분제, 적혈구형성자극제(ESA), 수혈 등이 있다. 경구철분제는 절대적 철결핍과 기능적 철결핍에 사용 가능하지만, CIA 환자에서는 만성 염증으로 인하여 흡수가 저해되므로 효과가 미약하다. ESA는 암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어서 기능적 철결핍에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고, 수혈은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필요할 때 사용해야 한다. 정맥철분제는 경구철분제를 사용할 수 없거나 기능적 철결핍인 경우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자는 우리나라의 CIA 환자에서 정맥철분주사제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고용량 철분주사제인 페린젝트®(Ferric Carboxymaltose, FCM)를 사용한 단독, 전향적 2상 연구를 발표했다(Plos Medicine. 2020). Hb 8~10.5 g/dL이거나, 항암치료 중 Hb가 2 g/dL 이상 떨어진 고형암, 림프종 환자 92명을 대상으로 페린젝트® 1,000 mg을 1회 투여한 후 3, 6, 8주 후 결과를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페린젝트® 투여 후 8주 시점에 환자의 66%가 Hb 반응(기저치 대비 Hb가 1 g/dL 이상 상승 또는 Hb 11 g/dL 이상인 경우)을 보였고, 평균 Hb 변화폭도 투여 3주 후 0.55 g/dL, 6주 후 1.35 g/dL, 8주 후 1.77 g/dL로 시간이 지날수록 투여 전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했다. NCCN 기준으로 절대적 철결핍(ferritin < 30 ng/mL이고 TSAT < 20%) 환자는 20명(22%)이었고, 이들 중 95%가 페린젝트® 치료 후 유의하게 Hb 반응을 나타냈다. 기능적 철결핍 및 possible 기능적 철결핍(ferritin 30~800 ng/mL이고 TSAT < 50%) 환자(67%) 가운데 60%가 Hb 반응을 충족했다. 또한 ferritin 수치가 800을 초과하거나 TSAT 50% 이상으로 철결핍이 아닌  환자군(11%)의 50%도 유의한 Hb 반응을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고용량 철분주사제인 페린젝트®가 항암요법을 받는 환자의 절대적 철결핍뿐만 아니라 기능적 철결핍에도 효과적임을 입증했고, 나아가 철 지표인 ferritin과 TSAT에 기반한 NCCN 가이드라인의 기능적 철결핍 분류로는 암 및 항암요법 환자의 빈혈을 치료하는데 한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hepcidin으로, Hb 반응군의 페린젝트® 투여 전 hepcidin 수치가 비반응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수준을 보여(13.45 ± 14.71 vs. 35.22 ± 40.47 ng/mL, p = 0.008), hepcidin이 낮은 환자에서 정맥철분제가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Hepcidin이 기능적 철결핍 치료의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며, 이후 외국에서도 같은 결과를 나타낸 연구가 발표됐다.

 

CIA 관리와 관련된 임상 사례

 

증례 1. 절대적 철결핍(AID) 동반 유방암 환자의 치료

강석윤 교수 | 아주의대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임상 사례] 51세의 유방암 환자로, 선행항암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으로 AC-TH*를 실시한 후 수술과 허셉틴 보조요법, 방사선 치료를 받고 타목시펜 복용 중 2년만에 재발하였다. 내원 당시 흉부,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에서 chest wall meta 부위에 출혈이 있었다. TPH** 투여 시작 후 Hb가 8.3 g/dL에서 6 g/dL로 낮아졌으나, 환자가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여 항암치료와 함께 3주마다 EPO를 투여받았고 1일 1정씩 경구철분제를 복용했다. 5개월 치료 후 반응 평가에서 Hb는 5.3 g/dL으로 지속적인  빈혈 소견을 보였고 질병의 진행이 확인되어 항암제를 변경하고 EPO와 경구철분제는 계속 유지했다. 추적검사에서 변경된 항암치료에 반응을 보이면서 Hb 수치가 상승하여 6개월 후 8.9 g/dL로 회복됐다. 이 환자의 경우처럼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수혈과 함께 경구철분제, EPO 치료를 하는 것이 대부분의 종양내과 의사들의 일반적인 빈혈치료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고찰] 이 환자는 ferritin 27.1 ng/mL, TSAT 4.6%의 절대적 철결핍으로 NCCN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구철분제 복용이 가능한 환자로서,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 고용량 철분주사제를 고려할 수 있겠다.

 

증례 2. 위암 신약 임상연구 대상 환자에서 고용량 철분주사제 사용

김효송 교수 |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임상 사례] 56세, 다발성 간 전이를 동반한 위암 환자로 암 진단 당시 Hb 수치는 9.4 g/dL여서 경구철분제 1일 1회 1정을 처방했다.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를 희망하여 경구철분제를 2정으로 증량했지만 Hb 수치가 등록 기준 아래로 떨어졌고, 등록 기준에 따라 수혈은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혈 없이 Hb를 빠르게 올리기 위해 페린젝트® 1,000 mg을 투여했고 3일 후 Hb 수치가 등록 기준 9 g/dL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되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고찰] 항암화학요법 중 발생한 빈혈의 경우, 염증으로 인한 hepcidin 수치의 상승으로 경구철분제가 효과적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고용량 철분주사제의 투여로 신속하게 효과를 본 사례였다. 또한 임상연구를 위해 수혈 대신 정맥철분제로 빈혈을 교정한 좋은 사례다. 

 

증례 3. 고대안암병원의 환자혈액관리 실시 현황

박경화 교수 | 고려의대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2018년부터 고대안암병원은 병원 차원의 환자혈액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실행 중이다. 적정수혈과 최소 수혈을 위한 프로토콜을 처방전달시스템(order communication system, OCS)에 구축하였고, 주요 과별로 환자혈액관리(PBM)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지속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통한 적극적인 환자혈액관리 실행으로 병원 전체의 적정 수혈 비율이 80% 정도로 높아졌고, 종양내과의 적정 수혈 비율도 환자혈액관리 실행 전 2018년 46%에서 실행 후 2020년 89%로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암 환자의 경우 적절한 환자 관리를 위해 항암치료 시 철결핍빈혈의 발생 및 악화를 항상 염두에 두고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용량 철분주사제를 포함한 적극적인 철분제의 사용으로 불필요한 수혈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전공의를 대상으로 기능성 철결핍빈혈의 개념을 알려주고 ferritin이 높은 경우에도 철분 공급이 필요함을 교육하고 있다. 환자 예후를 고려하여 수혈을 최소화하고 철분제로 빈혈을 교정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병원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고, 전문의가 먼저 인지하여 전공의를 이끌어, 문화가 바뀔 수 있음을 확인했다. 

 

증례 4. 대장암 환자에서의 고용량 철분주사제 사용 시  QoL 상승 사례

이수현 교수 | 고려의대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임상 사례] 4기 전이성 대장암을 진단받고 1차 항암치료 중인 47세 환자와 61세 환자는 항암치료가 반복되면서 Hb 수치가 10 g/dL 이하로 감소해 페린젝트® 1,000 mg을 1회 투여했고 두 환자 모두 2주 후 Hb 수치가 12 g/dL 이상으로 회복됐다. 전이성 대장암으로 항암치료 중인 67세 환자는 경구 철분제를 복용하고 있었으나 간전이에 대한 절제술을 시행한 후 Hb가 10 g/dL 이하로 감소하여 페린젝트®를 투여했고 4주 이내로 Hb 수치가 2 g/dL 이상 증가하여 빈혈이 개선됐다. 결장에 위치한 대장암이 방광과 연접하여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던 58세 환자는 4차 항암치료 후 Hb가 13에서 9.8 g/dL로 감소하여 빈혈 교정을 위해 페린젝트® 1,000 mg를 투여했다. 1개월 후 Hb가 14 g/dL 이상으로 개선되었고 12차 항암치료 후 수술 시점까지 수치가 유지됐다. 페린젝트®3상 연구의 최종 결과 확인이 필요하지만, 페린젝트®를 처방받은 환자군은 표준 치료 대비 투여 2~4주 이내에 Hb가 상승하고 대부분의 환자에서 주관적인 피로감이 개선되고 전신 상태가 호전됨을 보고했다.

 [고찰] 페린젝트® 1,000 mg, 1회 투여로 2주 이내 Hb 수치가 1.4 ~1.7 g/dL만큼 상승하고 장기간 효능이 지속됨을 경험하여 임상연구가 아닌 진료 현장에서도 적절한 환자에게 정맥철분제를 처방하고 있다. Hb 상승은 빠른 시간 내에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항암치료의 순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Panel Discussion 요약

 류민희 교수(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희경 교수(가천의대 길병원 종양내과), 이현우 교수(아주의대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외 임상 사례 발표자도 함께 논의하였다.

CIA 환자의 관리 및 가이드라인

 CIA는 암 환자의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과적인 환자혈액관리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해야 합니다. NCCN과 ESMO 가이드라인은 Hb 수치로 빈혈을 진단하며, ferritin, TSAT 등 iron panel 검사 결과에 기반하여 철결핍 여부를 확인하고 절대적 철결핍과 기능적 철결핍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에 맞는 적절한 치료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숙지하여 iron panel 검사를 통해 절대적 철결핍과 기능적 철결핍을 구분하여 진단해야 합니다. 나아가 암 환자의 철결핍 치료에 대한 다양한 임상연구 결과에 기초한 근거 중심 치료법을 정립해야 합니다.

CIA 환자에서 고용량 철분주사제의 임상적 효과

 CIA는 철분제를 이용하여 교정이 가능하나, 경구철분제는 흡수율과 환자 복약순응도가 낮아 명확한 효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량 철분주사제는 절대적ㆍ기능적 철결핍 구분 없이 수혈 없이도 CIA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한 다수의 임상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수혈에 앞서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CIA 관리 교육의 필요성

 적극적인 암 환자 빈혈 관리를 위해 종양내과 전문의들의 인식 전환과 꾸준한 교육, 가이드라인 개발, 수혈 및 정맥철분제 등의 치료에 대한 연구 등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메디칼업저버 메디컬라이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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