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오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통해 알려진 말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무언가를 하면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죽길 각오하면 대부분 죽는다. 모든 것을 걸었다는 상황은 판단력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죽음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시장경제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대표적으로 핀란드의 휴대전화 회사 노키아 사례다. 노키아는 1990년대 전 세계 1위의 휴대전화 회사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몰락했다.

GDP의 4%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추락하면서 핀란드의 경제도 휘청이는 경험을 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핀란드는 노키아가 망함으로써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찾았다.

노키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퇴직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300개 이상의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켰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만들어 낸 로비오도 이 때 탄생했다.

노키아의 죽음으로 핀란드가 살아난 것이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판매대행(CSO)의 등록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면서 CSO의 정체성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랐다.

이 법안에서는 CSO에게 의무적으로 판촉영업자 신고를 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동시에 의약품 영업 대행을 맡길 수 없도록 했다.

또 CSO 대표자나 임원, 종사자의 의약품 판매질서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설정, 불법 리베이트 근절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CSO가 지출보고서 의무화법 공포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이를 양지로 끌어올려 불법 리베이트 제공 동선을 합법적으로 감시하겠다는 의도다. 

사실 CSO 사업을 남몰래 영위하는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냉혹하게도 시장 논리라는 게 이렇다고 본다.

CSO도 의약품 별 건당 수수료 계약으로 단순한 영업을 할 게 아니라 메디컬·마케팅 등 컨텐츠를 통한 깨끗한 영업을 통해 자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선택되지 못한 곳은 퇴출되고, 인력과 자원이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기업에 이동, 사회경제적 성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채 퇴출당해야 할 기업이 살아남아 시장 파이를 가져가고 있다면 그 시장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곳'이 될 수 있다.

경제적 이익 제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이후 CSO는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창구가 아닌, 제약사의 영업 고민을 줄여 신약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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