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화 후투쟁" 주된 목소리

참여정부의 출범과 때를 같이해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새 집행부가 출발하게 됐다. 지난 2000년 전대미문의 "의사파업"이란 대란의 중심에 섰던 김재정 전회장이 회원들의 선택으로 재입성하게 됐다. 그가 임기 중 도입에 실패, 자신의 중도하차 요인 중 하나였던 그 직선제에 의해 다시 회장 자리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본지는 이번 33대 대한의사협회장선거를 통해 가시화된 의료계 밑바닥의 정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5∼17일까지 전국의 의사 100명(개원의 61명, 봉직의 39명(전공의 포함))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의사들이 왜 김재정 후보를 다시 선택했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응답은 다양했지만 김 당선자의 역량을 인정한다는 것과 현 집행부의 행적이나 위기대처능력에 대한 부정적 견해 등 두가지로 집약됐다.

김 당선자의 역량을 평가한 경우는 절반(50명)으로 "투쟁경력,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과 추진력이 있다(34명)"가 주류를 이루면서 "의욕적 진취적이다", "의권수호나 강한 의협 만들기에 적합한 인물", "정부와 협상력이 있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 등으로 다양했다.
이를 간추리면 모래알 같은 의사사회를 하나로 결집해 의료대란이란 초유의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주도한 경력을 인정하고 앞으로 닥칠지 모를 난관을 타개하는 데에 8만 의사의 대표로서의 자질과 경륜을 인정하고 있다.

또 한편의 기류는 신상진 현집행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33명)이 주된 이유였으며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3명), "투표권제한"(2명), "고정표때문"(3명)이란 이유도 있다.
이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설을 입증한 것으로 1년5개월전 60.8% 투표에 75%의 압도적 지지로 첫 직선회장으로 당선된 신상진 집행부가 그간 나름대로의 최선은 다했지만 제반사회·제도적 여건으로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함으로써 초래된 결과로 풀이된다.

개원의들(61명)은 현집행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란 이유(40%)보다 김 당선자 역량(50.8%)에 약간 더 비중을 두었고 봉직의사들(35명)도 "현집행부…"(37.3%), 개인적인 역량인정(54.3%)으로 응답, 평가의 잣대가 비슷했다.
새집행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현안으로는 단연 의약분업 개선(29명), 수가조정(11명)성분명처방, 대체조제 저지(6명) 등 현실적 문제 요구가 47명, 의권 및 명예 회복, 올바른 의사상 구축, 대국민 신뢰회복 등 의사의 사회적 지위 회복을 갈구하는 경우가 31명이었다.

그리고 의사사회의 자정, 의협의 변화와 개혁, 회무공개 등 의료계내부의 정비 요구가 16명, 정부와의 언로 확보와 건전한 타협 주문도 4명이었다.
이에 대해 개원의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절반이상(57.4%), 사회적인 지위회복 29.5%, 내부의 정비 8.2%의 순으로 꼽았지만 봉직의들은 현실적인 문제(31.4%)와 지위회복(37.1%)을 비슷하게 요구하고 대신 내부정비(17.1%)에 다소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향후 정부의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의 확대 추진시의 정부와의 관계 설정은 대화와 타협이 73명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강경투쟁은 20명이었으며 나머지는 양자의 병행이었다.

이는 의사대란의 주역이던 김 회장이 투쟁의 자세를 견지하되 대화와 타협의 우선이 현실에 걸맞다는 것이 여론의 주된 흐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김 당선자가 앞으로 3년간 함께 할 집행진 구성 방법으로는 당선자에 일임하자(38명)는 의견과 지역별·직능별 일정비율로 배분해야 한다(33명)는 의견이 맞서는 현상을 보였으며 추천 또는 신청자를 접수해 널리 인재를 구하자는 의견도 18명이었다.

당선자에 일임하자는 의견은 개원의(37.7%)나 봉직의(40.0%)가 비슷한 수준이고 배분에 대한 시각도 32.8% 및 34.3%로 같은 성향이다.
의협등록회원 5만8천여명에 투표권자가 3만3천여명, 실제 투표율 43.8%에 불과해도 직선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은 절대적(81명)이었다. 회의적이다는 응답은 16명에 불과했다.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의협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이번 설문에서는 강한 의협, 강한 지도자를 요구하는 여망이 역력하다.
그러나 극한행동 등 투쟁으로 얻을 것은 상처뿐이란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돌이켜보는 경향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의사회원들은 범의료계, 그리고 의사 단체의 내부적인 결속과 조직정비를 우선 실천하고 사안에 따라 전술과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확고한 리더십을 갖춘 현명한 지도자를 절실히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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