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좀 사는 취재원이 있다. 집안 자체가 풍족해 어릴 때부터 부족함은 커녕 넘치게 살았던 친구다.

얼마전 만난 자리에서 최근 본인 아버지의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썰'을 들려줬다.

아버지 친구 모임이 있는데, 코로나19 백신도 맞을 겸 골프를 치러 미국에 다녀오셨다고 했다.

많은 코로나19 백신을 보유한 미국은 1회로 끝나는 얀센 백신의 경우 입국 시 접종 후 약 일주일 정도의 체류기간이 끝나면 다시 본국으로 출국 가능하고, 2회 접종을 해야 하는 백신도 한달 정도 체류한다면 입출국 전후로 각 1회씩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준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한국에서 언제가 될지 모를 순서를 기다리느니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갖더라도 다녀오는 게 백번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백신 원정 접종'은 미국이 가진 파워에서 오는 건 아니었을까.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돌입한 자국 기업인 모더나에 25억달러, 화이자에 19억달러 등 한화 약 20조원을 쥐어주며 연구개발을 도왔던 사례를 보면 말이다.

그 덕을 본 기업들은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고 미국은 전 국민이 내년까지 접종하고도 남을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을 보자. 한국도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바이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20년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국가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는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개소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변함없는 건 있다. 인색한 지원이다.

한국바이러스연구소는 총 141억원을 투입해 20여명의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등 기반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지만, 이 예산은 아직 기획재정부의 심의 중이다.

미국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가 2000여명의 연구 인력을 두고 있고 연간 5조 6000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국가 예산이 선진국만큼은 안 되더라도, 옆나라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가 360명의 연구 인력과 840억원의 지원을 받는 것을 보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과거를 되돌아보자. 2009년 신종플루 대응 백서를 보면 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한국은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벨기에에서 GSK와 사노피파스퇴르에 공급을 사정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에는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를 비롯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감염병 국가 위기 대응을 위한 기초연구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렇게 과거를 밟아왔고 미래를 예견했음에도 정부는 또 욕심을 부리고 있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건 맞지만 기본적인 것 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효율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사진에는 나의 어리석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강아지가 이렇게 대사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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