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한 연세의대 교수(신경과)
정요한 연세의대 교수(신경과)

최근 ‘항혈소판제요법의 최신지견 및 향후전망’을 주제로 온라인 좌담회가 개최됐다. 정요한 교수(연세의대)가 좌장을 맡았으며, 강지훈 교수(서울의대), 김치경 교수(고려의대)의 강연이 진행된 후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의 강연 및 논의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항혈소판제의 비교 및 사용 근거

“Ticlopidine/Ginkgo Biloba ext. 복합제는 CRECAS연구에서 우수한 혈소판응집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강지훈 서울의대 교수(신경과)
강지훈 서울의대 교수(신경과)

Ticlopidine과 Ginkgo Biloba ext. 복합제와 CRECAS 연구

 Ticlopidine과 Ginkgo Biloba ext. 복합제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로 꼽히는 CRECAS 연구는 경동맥 스텐트(CAS) 삽입시술이 예정된 clopidogrel 저항성 환자를 대상으로 clopidogrel과 ticlopidine/Ginkgo Biloba ext. 복합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했다(Frontiers in Neurology. 2019). CAS 환자 중 clopidogrel에 대한 반응성이 떨어지는 환자는 시술 전후 혈전색전증의 발생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 하에 연구가 진행됐다.

대상환자수 자체가 적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잘 고안된 연구설계이다. 흥미롭게도 치료 시작 전 병변이 존재하는 비율은 ticlopidine/Ginkgo Biloba ext.군이 65%로 clopidogrel군 대비 다소 많았으나, 새로운 허혈성 병변 발생은 clopidogrel군 12건, ticlopidine/Ginkgo Biloba ext. 군 11건으로 두 군 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한편 ticlopidine/Ginkgo Biloba ext.군은 혈소판응집억제 효과를 측정한 P2Y12 반응도(PRU)를 유의하게 개선했다. 20% 초과하여 개선한 비율이 ticlopidine/Ginkgo Biloba ext.군은 78.9%, clopidogrel군은 23.8%로, 이는 clopidogrel 저항성 환자에서 clopidogrel 치료를 지속하는 것보다 ticlopidine/Ginkgo Biloba ext.로 전환하는 것이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가 더 우수함을 시사한다<그림 1>.

그 밖에 중대한 시술관련 위험 사건이나 혈액학적 사건 등의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Clopidogrel군에서 허혈성 뇌졸중, TIA는 없었고, ticlopidine/Ginkgo Biloba ext.군에서 단 1건 발생했다.

항혈소판제의 작용 기전과 약물의 특성

 Ticlopidine과 clopidogrel은 thienopyridine계의 약물로 P2Y purinoceptor 12 (P2RY12)를 선택적, 비가역적으로 억제해 혈소판 응집을 방해한다. P2Y12 억제제는 모두 전구형 약물로서 투여 후 간에서 활성형으로 전환되어 효과를 나타낸다.

그런데 TRITON-TIMI38 하위연구에 의하면 clopidogrel은 CYP2C19의 유전적 변이에 따라 대사가 감소하게 되어 혈소판 응집에 대한 억제 효과가 감소한다 (Lancet 2010). 특히 아시아인에서 CYP2C19 유전자의 변이가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clopidogrel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혈관이 손상 받으면 혈액 속에 순환하는 혈소판이 혈관 내벽에 부착한다. 혈관에 부착한 혈소판은 활성화되어서 TXA2 (thromboxane A2), ADP, fibrinogen, vWF 등 다양한 활성화 인자가 분비되면서 혈소판의 모양이 변형되어 응집이 일어난다. 이후 granular contents가 분비되면서 결국 혈전(thrombus)이 생성된다.

초기 단계인 혈소판의 활성화 및 응집이 이루어진 뒤 thrombin이 분비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허혈성 뇌졸중의 이차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제의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안정화 단계에서부터 사용해야 한다.

 대개 항혈소판제는 급성기 치료에 사용하는데 혈전이 불안정하고 thrombin의 활발히 작용하는 시점이다. 급성기에 나타나는 혈전은 기저면이 좁고 밀집되어 있으며 어두운 색으로 내부 형태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한 구조의 양상을 띤다. 항혈소판제를 투여하면 혈전이 활성화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혈전의 모양이 느슨해지고 기저면도 넓어지면서 혈류에 의해 잘 깨질 수 있는 구조로 변화된다. 즉 급성기에도 항혈소판제의 혈전 억제 효과는 충분히 강력하다.

 혈전 내 밀집한 혈소판 비율이 항혈소판제 투여 후 3시간 째 90%, 24시간 째 80%, 2-3일 후 60% 후반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가능한 이른 시점에 적절히 항혈소판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Plaque가 터지면서 혈소판이 활성화되고 혈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전단력(shear force)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급성기 환자의 치료에서는 혈압 등의 혈류역학적 인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허혈성 뇌졸중 급성기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는 혈소판의 활성화와 혈전 생성으로 이어지는 cascade 반응의 초기단계를 억제해 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혈전 생성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사용하더라도 혈전 구조를 바꾸는 등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CRECAS 연구에 의하면 ticlopidine/Ginkgo Biloba ext. 복합제는 혈소판 반응성에 유의한 변화를 보여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이러한 관점에서 ticlopidine을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할 지 구체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Clopidogrel 저항성 극복 대안, Ticlopidine

“Ticlopidine은 CYP2C19 유전자 변이로 인한 clopidogrel 저항성 환자에게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김치경 고려의대 교수(신경과)
김치경 고려의대 교수(신경과)

Clopidogrel 저항성과 약제의 선택

 Aspirin/clopidogrel 2제 요법은 관상동맥사건이나 스텐트 시술 후 재발과 혈전발생의 위험 사건을 강력하게 줄여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항혈소판 요법에 의해 증가되는 출혈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이중항혈소판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 DAPT)를 평생 지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적절한 기간 동안 적절한 항혈소판제를 선택해 치료하는 것은 오랫동안 중요한 이슈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뇌졸중은 관상동맥질환과 달리 혈관의 완전한 재관류가 어려워 항혈소판제 요법의 장기적인 사용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약제 투여 후에도 혈소판 반응도가 높은 환자군에서 스텐트의 혈전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는데, 검사를 통해 P2Y12 억제제에 대한 저항성을 확인하고 적극적인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항혈소판제의 반응성을 측정하기 위한 혈소판 기능 검사로는 VerifyNow, PF200, Multiplate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채혈한 혈액을 in vitro 상태에 놓고 혈소판 기능의 억제를 측정하는 검사 방식으로는 약물 저항성을 판단하기에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미리 보관하던 혈액 검체를 사용하게 되면 보관 기간, citrate bottle 등 보관용기의 조건 등이 결과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검사하거나 현장검사(point-of-care) 방식으로 전혈 채혈 직후에 바로 측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검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Clopidogrel 저항성의 원인은 주된 대사효소인 CYP2C19의 변이에 있다. CYP2C19 유전자형 중 1형은 야생형(wild type)으로 정상, 2-17형은 변이형으로 이 중 17형은 extensive metabolizer(EM), 2형 또는 3형이 포함된 경우 poor metabolizer(PM)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임상에서 PM에서는 항혈소판제의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가 확연히 떨어지는 양상이 관찰된다. CYP2C19의 대립 유전자 존재 여부가 스텐트 혈전 등의 일차평가변수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눈여겨 볼 점은 국내 및 동아시아권 국가에 굉장히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1형-2형, 1형-3형 등의 intermediate metabolizer(IM)에 대한 방안이다<그림 2>. 이 경우 검사 결과도 일관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고 적절한 약제 선택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때 ticlopidine이 충분히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일본 가이드라인에서는 clopidogrel 저항성이 있는 경우 ticlopidine 또는 cilostazol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grade B).

Ticlopidine의 임상 적용

 Ticlopidine은 prasugrel, ticagrelor에 비해 고전적인 약제이자 드물게 나타나는 호중구 감소증을 제외하고는 효과 및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약물이다. 따라서 clopidogrel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서 clopidogrel에 상응하는 효과가 필요할 때, 특히 대혈관질환(large vessel disease)에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Ticlopidine은 동아시아권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CYP2C19 유전자 변이에 의한 약효 감소 영향이 clopidogrel에 비해 적다. Ticlopidine은 CYP2C19 활성이 결핍되어도 다른 CYP 효소에 의해 활성화되므로 약효 발현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 연구에서 ticlopidine/aspirin군과 clopidogrel/aspirin군으로 나누어 CYP2C19 유전자형에 따라 직접적으로 약효를 비교했다(Clin Pharmacol Ther 2011).

 연구 결과 clopidogrel/aspirin군은 CYP2C19 대립 유전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혈소판 응집률에 차이가 있었던 반면 ticlopidine/aspirin군은 대립 유전자에 따른 약효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clopidogrel 저항성 환자의 경우 ticlopidine으로의 약제 전환을 고려해 볼 수 있다. TASS 연구에 의하면 ticlopidine은 고위험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 효과를 보였다(N Engl J Med 1989). 대만에서도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population-based case cohort study)를 통해 ticlopidine이 aspirin 대비 비열등함을 보고했다(PLos One 2020).

 임상적으로 ticlopidine를 적용해 볼만한 환자군으로는 스텐트 시술 후 6개월~1년 경과한 안정형 환자, 다혈관 질환 동반 당뇨병인 경우, 1년 뒤 안정된 상태에서 허혈성 사건을 예방할 목적, clopidogrel을 사용하다가 뇌졸중/뇌경색이 재발한 경우, 뇌졸중 초기 7일째 시행한 저항성 검사의 수치가매우 낮을 때, 당뇨,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등의 동맥경화성 뇌경색 또는 뇌백질 변성 환자군 등이다. 종합하여 볼 때 뇌졸중의 이차예방을 위해 초기에는 clopidogrel/aspirin의 DAPT를 고려할 수 있으나 아시아인의 유전자적 특성을 고려하면 clopidogrel 저항성 위험이 높다. 이 때 clopidogrel과 비등한 효과를 나타내면서 안전한 ticlopidine은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Discussion

Ticlopidine과 Ginkgo Biloba ext. 복합제

강지훈: 최근 연구에서 ticlopidine을 Ginkgo Biloba ext.와 병용했을 때 혈액학적 부작용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실제 호중구 감소증 발생빈도는 오히려 clopidogrel 이 ticlopidine 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정요한: 제 경우엔 Ginkgo Biloba ext.가 어지럼증과 미세 혈류 개선에 도움 줄 수 있는 것을 기대하고 post-circulation infarct이 있는 환자가 clopidogrel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ticlopidine/Ginkgo Biloba ext.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치경: 외래에서는 어지럼증, 두통, 만성피로증후군, 뇌졸중 후 피로로 심한 탈진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많이 볼수 있습니다. 진료현장에서는 아무런 중재 없이 보내기가 어려운데, 이럴 때 Ginkgo biloba ext.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초와 신경조직에 산소 공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여 부가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따라서 Ticlopidine/Ginkgo biloba ext. 복합제는 대뇌혈관에 의미 있는 협착을 보이면서 posterior circulation 환자이거나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된 경우, 현훈, 어지럼증 등을 동반한 노인환자, 다혈관 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에서 효과적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Clopidogrel 저항성 검사

강지훈: 실제 국내에서 CYP2C19 유전자 변이가 clopidogrel 사용 시 혈소판 반응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요?

김치경: 혈소판 연구 때문에 clopidogrel 저항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전에는 소홀했던 P2Y12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clopidogrel 저항성이 영향이 있다는 것을 임상현장에서 절감하고 있습니다. 1형이 없는 사람의 경우 거의 clopidogrel 저항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호한 것은 1형-2형, 1형-3형의 IM입니다.

정요한: PRU와 PM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아직 모릅니다. PRU가 감소된 환자가 꼭 PM이라고 할 수 없고 PRU가 높은 정상 환자들이라고 해서 대사에 항상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로선 임상적 의미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정요한: Clopidogrel 저항성 검사가 선별 급여가 인정되면서 환자 부담이 경감되고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는데 적절한 검사 시기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검사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충분한 투약 후(예를 들어 7일 이상 투약) 검사하거나, 투약 후 2시간 후에 채혈한 혈액으로 검사하는 것 등이 정확도를 올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치경: 현실적으로 검사 시스템에서 platelet function이 나타나는 위치와 그 정도를 완벽히 모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진료 현장에서 임상의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유전적 인자는 고정 요인인 반면 clopidogrel 저항성 검사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두 가지 검사를 동시에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요한: Ticlopidine/Ginkgo Biloba ext. 복합제가 충분히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를 가진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좀 소외되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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