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일본과 독일의 "마루타 실험"때문에 임상시험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해 왔다. 1965년 세계의사회의 헬싱키선언을 통해 "임상시험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피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로서 과학적이고 윤리적으로 실시되어야 함"이 강조됐다. 이후 198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의학기구협회(CIOMS)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의학 연구에 대한 국제윤리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최근 임상시험의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피험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임상시험 윤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신흥 임상시험 시장에 대해 "과연 질적으로 믿을만한 것인가"라는 관심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고, 이러한 관심이 반영되어 한국에서도 임상시험기관을 평가하기 위한 미국 FDA의 실사가 증가 추세이다.

한국은 1995년 KGCP(한국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가 처음으로 시행되어, "임상연구자는 임상시험 시행규정에 대해 잘 알고 익숙해야 하며 피험자 또는 가족에게 이를 숙지시켜 윤리적이고도 과학적인 임상시험을 실시"하도록 지침이 제시됐다. IRB도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즈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암환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임상시험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30.7%로 상당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임상약리학회지 1995;3:141). 피험자 동의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6%에 불과했다. 이후 2000년 개정안은 피험자 권리 및 안전 확보, 임상시험자의 책임, IRB 기능 강화를 골자로 임상윤리를 강화했다.

본격적인 임상윤리가 도입되고 10여년이 지난 올 가을 발표된 유사한 설문조사 결과는 그동안 의료인과 피험자의 인식변화상을 보여준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사람은 일반적으로 임상시험 참여 경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하며, 75% 이상이 다른 사람에게 임상시험 참여에 대해 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임상약리학회지 2009;17:72). 또한 피험자 경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참여 의지를 보이는 것이 1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새로운 약이나 치료방법이 개발되었을때 임상시험을 받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32.6%로 그 원인으로 대부분 "위험할까봐"라고 응답했다. 또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 본인이 더 이상 시험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동의서 상에 서명한 것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응답자도 11.3%에 달했다. 임상시험 시행시 또는 종료 이후에도 시험 의뢰기관이나 관계 정부기관에서 임상시험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환자의 의무기록을 열함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모르는 응답자가 41.6%를 차지했다. 이처럼 기본적인 피험자의 권리를 아직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임상시험에 대한 전반적인 홍보가 부족한 것 뿐만 아니라 피험자 동의시 보다 신경을 기울일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피험자의 인식도 제고는 피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원활한 피험자 모집과 중도 이탈자 최소화는 임상시험 진행속도를 높여 "시간"이라는 장점을 가진 시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연구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도가 높을수록 임상시험 참여율이 더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피험자 홍보, 연구자와의 신뢰감, 국제 수준의 임상시험 윤리 3박자 맞아야

연구책임자인 김경수 교수는 피험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치의와의 신뢰감 형성, 환자 혜택에 대한 이해, 국제 기준에 맞춰진 윤리적 시험, 피험자의 권익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동의서에 대한 인식은 "피험자의 권리, 동의의 개념, 임상시험 절차, 피험자의 의무 등에 대해 설명한 문서를 이용해 동의 취득 후 2개월 이상이 지난 시점에 재교육을 시행하는 방야으로 임상시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제안했다.

그밖에 어렵고 모호한 단어로 많은 양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피험자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내용을 피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된 동의서의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참여시 위약군으로 설정될 경우 환자 상태에 따른 최적의 맞춤형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사가 정확히 인지하고 환자에게도 인지시키는 것도 피험자의 이탈률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임상시험 정보를 오픈하라


WHO 연계 임상정보 오픈= 임상시험을 위한 피험자 모집은 의사를 통한 종래의 방법, 미디어를 통한 모집, 온라인 모집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의사를 통한 모집은 피험자 모집이 제한적이라는, 미디어를 통한 모집은 고가의 비용을 수반한다는 제한점을 동반한다. 반면 인터넷의 활용도 증가에 따라 온라인 모집은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별도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임상시험 정보를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도 국가적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 환자 참여를 위한 임상시험 정보를 제공한다. 이 같은 사이트는 임상시험 관리기준의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임상시험의 종류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제공은 피험자가 자신들이 참여하는 임상시험의 목적과 그 임상시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신들의 이득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도 이러한 시스템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준비중인 CTRS(Clinical Trial Registry System)는 허가용 임상시험과 연구자 주도형 임상시험 자료를 모아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모은 자료는 WHO의 전세계 통합적 임상정보 사이트인 ICTRP(International Clinical Trials Registry Platform)에 전송되어 세계 연구자와 공유하게 된다. 95% 이상 완료되어 올해 말 예정이나 내부 운영 규정, IST에 대한 강제성 여부, 과거 연구 DB 처리 등 해결과제가 남아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