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정책토론회 개최...신제품 접근성 개선 역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제35차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국내 치료재료 보험 정책의 문제를 진단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제35차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국내 치료재료 보험 정책의 문제를 진단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한국은 구 모델의 재고 처리장이 된 상황이다"

흉부외과 학계가 치료재료 관련 한국의 보험정책으로 인해 신제품이 아닌 오래된 제품을 환자 수술에 사용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열린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제35차 춘계학술대회에서 '흉부외과 필수진료 접근성과 선택권 제고를 위한 보험정책'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정재승 보험위원회 부위원장(고대안암병원)은 이같이 지적하고 나섰다. 

수술에 필요한 치료재료가 국내에 제때 들어오지 못해 오래된 제품을 수술에 써야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흉부외과는 치료재료가 환자 생명과 직결돼 있어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지만 사용 수량 자체가 적고 국산화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체외순환용카테터, 인공판막, 판막성형술용 링, 인조혈관 등 흉부외과용 치료재료는 국내 보험가격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30~60% 수준으로 낮다. 

학계는 흉부외과 의료행위가 필수의료 해당돼 보험 초기부터 치료재료 가격이 낮게 책정되고 현재까지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부위원장은 "최신 기술이 반영된 신제품 도입은 어려운 수준"이라며 "보험가격이 낮게 설정돼 있다 보니 한국은 구 모델의 재고 처리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심폐수술용 대퇴정맥 케뉼라, 인공조직판막, 판막성형술용 링은 수십년 전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정 부위원장은 "기존 제품은 저평가 돼 있고 가치평가 등을 통한 가격 현실화는 정부의 비교임상문헌 등 엄격한 근거 요구에 막혀있어 국내 환자들은 오래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흉부외과에서 사용하는 치료재로는 타 과에 비해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적고 초중증 환자에게 쓰이는 재료이다 보니 최신 기술이 집약돼 끊임없이 차세대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원하는 RCT 연구를 통한 근거 축적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체외순환용 이중내강케뉼라와 동맥필터 포함 산화기는 성인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입증된 수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보험급여 인정은 소아에게만 국한돼 있다.

또 심폐용라인내 혈액가스모니터와 개심술용 튜브 및 카테터, 일회용 기관지경은 별도로 보험 가격을 보상받지 못하는 산정불가 제품으로 분류돼 국내 도입이 안되거나 의료기관에서 손해를 보며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단일군 임상연구만으로 효과 개선에 따른 중분류를 세분화해 보험가격을 차등 지급하고 있고, 대만은 고가 치료재료에 내부참조가격제의 일종인 부분지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는 "한국도 대상 환자 수가 적가나 중증질환이라 근거 창출이 어려운 경우 의약품에서 적용하고 있는 경제성평가면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 측은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어의 소아심장 수술용 인공혈관 철수 사건을 계기로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의료기기 구매 예산을 증액, 학회와 의료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재고 확보를 추진하는 한편, 자체적 물류·유통 인프라를 확보해 공급을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식약처는 고어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생산·수입 중단 보고대상 의료기기 및 보고 방법을 제정, 올해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논의된 내용은 흉부외과 수술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제안"이라며 "향수 세부 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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