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장·뇌·폐 손상 환자…에크모 적극 활용
에크모 달고 진행한 간이식 흔치 않은 사례

최근 에크모를 달고 간이식을 받은 후 퇴원한 환자와 기념 촬영 중인 세브란스병원 간센터 이혜원 교수(왼쪽)와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교수(오른쪽).
최근 에크모를 달고 간이식을 받은 후 퇴원한 환자와 기념 촬영 중인 세브란스병원 간센터 이혜원 교수(왼쪽)와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교수(오른쪽).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세브란스병원이 간, 신장, 뇌, 폐 손상으로 의식까지 없었던 환자의 간이식에 성공해 주목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2월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 40점으로 '최고 응급'에 속했던 환자가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후 최근 퇴원했다고 21일 밝혔다.

환자 A씨는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교수(이식외과)와 간센터 이혜원 교수(소화기내과)를 통해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간부전은 물론 신장 기능 저하, 뇌부종, 호흡 부전이 동반됐었다. 

이에 의료진은 에크모(ECMO)를 활용한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고, 3개월 만에 휠체어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A씨는 유전적으로 B형 간염이 있었고 2017년 간경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올해 1월 중순 배 속이 더부룩하게 부풀어 오르고 황달이 심해져 여수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2월 1일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급히 찾아 긴급 처치를 받았다.

다음날 이혜원 교수는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 결과 무려 40점으로 최고 응급상황임을 확인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대기자로 등록돼 공여자를 기다렸으며 자녀가 부모에게 간을 떼어줄 경우를 대비해 자녀 생체 간이식 검사도 진행됐다.

이후 KONOS로부터 뇌사자가 생겨 간이식이 가능하다고 통보받았고, 응급실을 찾은 지 이틀 만에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뇌사자 간을 이식하기 위한 수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식 수술 전날 A씨의 의식과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뇌부종, 폐부종이 발생해 응급 투석을 시행했다. 

의료진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A씨에게 기도삽관을 시행했고, 산소 100%로 인공호흡기를 세팅했지만 산소포화도는 80% 정도만 유지됐다.

의료진은 긴급 논의 끝에 이대로는 수술이 진행될 수 없어 ECMO(체외막산소화요법)를 A씨에게 달고 2월 3일 밤 11시 30분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약 7시간 30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5일이 지난 2월 8일 에크모를 제거했고, 일주일이 지난 2월 10일 인공호흡기와 지속적 투석기 사용을 중지했으며 2주 후에는 일반 병실로 이동됐다.

수술 3주 후부터 침상 옆에서 관절 근육과 힘줄이 수축돼 운동이 제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활을 시작했고 2달 후부터 침대 밖에서 휠체어 타는 연습, 보조기를 잡고 서는 운동 등이 가능했다.

수술을 이끈 이재근 교수는 "에크모를 달고 진행하는 뇌사자 간이식은 국내에서도 흔하지 않은 사례"라며 "A씨는 거의 사지 마비 상태였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퇴원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통 말기 간부전이 심하면 하루 이틀도 못 견디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장뿐만 아니라 폐까지 손상되면 이식을 받아보지도 못한다"며 "A씨는 적절한 수술 전 관리, 환자와 보호자의 강한 의지, 병원에 대한 믿음, 다양한 의료진의 협력 등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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