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의 보도자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가 '임상 성공'과 '임상적 유효성 입증'이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근거를 확인하고자 하면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거나, 공개하더라도 1차 목표점이 아닌 다른 평가지표를 개선했다는 결과를 보곤 한다.

회사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보도자료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임상연구는 객관성이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임상연구 결과를 제시해야 의료인, 국민 그리고 정부를 설득하고, 치료제 적응증 승인 등 기회를 얻는다. 자의적 판단이 반영되면 객관성을 상실한다.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치엘비는 2019년 발표한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결과를 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에이치엘비는 임상3상 결과를 두고 실패에 가까웠음에도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공시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는 당시 리보세라닙의 전체 생존기간(OS)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OS는 임상3상의 1차 목표점이었다. 

그렇지만 시계를 돌려보면, 당시 회사는 리보라세립의 임상3상이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임상연구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가름하는 지표인 1차 목표점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다른 평가지표를 개선했다는 이유였다. 지금 해명과 비교하면, 2019년 보도자료는 회사의 자의적 해석이 반영된 말장난에 불과했던 셈이다. 

사실 이러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자의적 해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올바이오파마는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3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구 탑라인 결과를 보면,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하부 각막 손상 정도를 측정하는 ICSS를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했다.

그러나 회사는 주요 평가 목표점이 아닐지라도 각막 전반에 걸친 개선 효과를 반영하는 TCSS와 각막 중앙부 손상 개선효과를 측정하는 CCSS를 개선했다며 연구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주객전도된 해석이다.

미국의 윤리학자 데이비드 레스닉(David Resnik)박사는 과학 활동에 요구되는 윤리적 실천 원칙으로 12가지를 들며 정직함, 객관적 타당성 등을 강조했다. 연구 과정의 모든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비편향적이며 정직해야 하며, 동료 또는 대중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진행하는 임상연구의 연구윤리는 언제쯤에나 기대할 수 있을까. 임상연구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말장난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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