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에세이/한양대병원 정신과 남정현 교수


치매의 주증상은 기억력의 손상이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이 혼란스럽거나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치매환자들의 증상이 악화된 경우에도 자신과 인관관계를 제일 돈독히 맺은 사람과의 기억은 제일 오래 존재한다. 즉 부부나 자녀 및 큰 사건은 기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자신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에 대하여 남과 이야기를 많이 하여 자신의 생활에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기억이 오래남는 것은 잔잔하지만 오랜기간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은 사람과 일상생활에 대한 기억이다. 예를 들어 손주를 앞에 두고 “니 아비는 돌잔치때 숟가락을 들어서 밥은 안 굶길거다” 라고 이야기하는 노인들이 아들의 돌이 몇 년도였는지는 알지못한다. 자녀에 대한 흡족함과 돌잔치때의 기쁨만이 오랜 기간 아니면 영원히 기억에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자녀가 장성해도 부모의 주변에 남아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양의 경우 자녀는 부모의 기억 속에 남고 대부분 떠나간다. 남겨진 부부 두 사람만의 세계가 시작된다. 즉 50대 초반부터는 약 40년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부부가 함께 생활하며 희노애락의 사건에 직면한다. 이런 자극들은 인간의 뇌를 자극하여 뇌기능을 활성화시키어 인지기능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하게된다.

최근 중년시 결혼생활이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가장 기분 좋은 인간관계인 부부 생활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 대부분의 질환에서 발병요인과 예후 판단 요인에 독신보다는 사별한 사람, 이보다는 결혼생활중인 사람이 병의 호전에 좋다는 보고가 있었다. 치매의 경우 결혼생활이 좋은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영양섭취가 좋을 것이란 점이다. 치매는 뇌의 퇴화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충분한 영양과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중년 이후 독신의 경우에 제대로 음식물 공급이 안되고나 음주양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는 정서적 안정감이다.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 대화 상대가 있고 갈등도 해결할 동반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독신에 많이 발생하여 이를 가성치매로 호칭되고 있다. 정서적 불안정은 결국 만성적인 인지기능의 저하를 가지고 와서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부간 결혼생활시의 생활 패턴과 독신자의 생활 패턴을 비교해보면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부부 동거시는 힘들지만 식사 준비와 부부간의 대화, 여행, 새로운 친구와의 사귐등이 활발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도 생각하게 된다. 물론 독신도 초기에는 활발한 행동을 하나 점차 사회적 고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식사준비는 손을 미세하게 사용하는 일이다. 즉 손의 움직임, 맛의 확인, 설거지시 물의 온도 느낌 등이 모두 뇌에 전달되어 뇌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대충 때우는 식사와 시간 및 점차적인 사회적 고립은 뇌의 사용양을 줄이게 되고 인지기능의 저하를 가져된다. 또한 부부간의 상호 정서적 유대감은 안정을 가져오게 하며 즐거움 속에서 뇌신경전달물질의 흐름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나 즐거운 부부생활을 유지해야 도움이 되지 불행한 결혼 생활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미세한 뇌손상이 있는 경우에도 정신적 혼란을 일으키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허다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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