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령 500호"를 맞아 현재 500억 미만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소형제약사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이 순매출 500억원대로 올라서기 위한 1차 과제는 무엇이고 또한 나아가 1000억 시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제약사대표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우선 중소제약사들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제약협회가 집계한 "2008년 의약품생산실적 100대 기업"에 등재된 제약사들의 매출을 조사해봤다. 그 결과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이른바 상위권 제약사들은 모두 약 40곳, 500억 이상 1000억 미만에 속하는 회사는 모두 27곳이다. 300억 이상 500억 미만은 모두 20곳, 300억 미만회사는 모두 8곳 이었다. 결과적으로 500억 미만인 소형제약사는 총 28곳으로 전체 4분의 1이 넘는 수준이었다(애경 등 일부 회사 제외).

그러나 한국제약협회 회원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이보다 훨씬 많다. 50대 회사가 전체 생산실적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90여 개 사는 모두 소형제약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소형제약사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작 그 위치에서 역할을 성실히 해내는 회사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연구개발비 부족, 전문인력확보 부재, 제도변화에 따른 사업추진 불확실성 증가, 제조시설 비용문제 등의 어려움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이 일반의약품과 제네릭만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꾸준히 투자를 하는 회사들은 손에 꼽힐 정도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밥줄이었던 제네릭까지 위협을 받고 있어 위치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제약사들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나아가지 못하면 주저앉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움직이지 않으면 갈수록 빠져드는 뻘과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소형제약사들의 현실을 표현했다.

"소형제약사 체질개선 불가피"

제약사 수장들은 품목특화에 따른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색깔 있는 제약사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화제약의 이한구 회장은 "자사를 비롯, 많은 중소제약사들이 공통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적극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제약은 지난해 48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올해 500억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350억원을 투자해 횡성공장 신축, 연구소 준공, 항암제 개발로 중소제약사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다.

이 회장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품목소량생산은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조언하면서 "특징 있게 자기제품을 만들어 리딩품목으로 발굴시키는 대대적인 노력과 변화 없이는 중소제약사들이 살아남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특화된 약물합성기술, 약물전달기술을 잘 살려 이를 의약품에 적용, 양질의 의약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회장은 "패치기술이 뛰어나다면 이를 특화시키고, 항생제 기술이 좋다면 이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 밝은 과감한 투자도 필요"

색깔 있는 제약사가 되어야 한다는 조언은 한미약품의 이관순 연구소장도 같은 생각이다. 이 소장은 "백화점식 개발은 잘 보이지 않는다(전망이 어둡다)"면서 "질환, 약물기술 등과 같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제품군을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제약사들의 특화를 예로 들었다.

여기에 이 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를 추가했다. 이 소장은 "어렵겠지만 진일보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면 투자는 불가피하다"면서 "기술이나 제품군을 차별화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소형제약사가 중견제약사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장은 이어 "투자라면 대규모의 설비 투자만 생각하기 쉬운데 바이오벤처기업 등과 공동개발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한미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키워오다 퍼스트제네릭 전략으로 나선 것이 오늘날의 위치에 있게 한 차별화 전략이라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도전한 전략이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큰 기업들이 달려들지 않는 영역을 찾아라"

올해 매출 1000억 돌파의 주역이자 한올제약을 이끌고 있는 김재환 부사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소형제약사들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시장을 겨냥하라는 것. 당장 투자가 어려운 제약사들에게는 현실적인 얘기다.

김 부사장은 "품질로 승부해야하는 것은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큰 제약사들이 시장성이 없다고 달려들지 않는 50~100억대인 소규모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론을 강조했다.

여기에 개량신약 등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면 일반의약품을 키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많은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으로 커오다 자금력을 확보해 개발에 나서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기반을 갖고 있어야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되는 것이라면서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를 미루면 소형제약사는 자연스럽게 도퇴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오너들 경영변화도 불가피"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회사들을 이끄는 오너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형제약사 고위임원은 소형제약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에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천을 하는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들이 경영철학을 바꾸는 것"이라며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형제약사로 남고자 하는 회사는 없지만 막상 변화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전하면서 "경영자들의 결단력 있는 변화만이 대한민국 대표 제약사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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