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기+임시예방접종 계획은 있으나 예산이 문제"

▶국회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 노력 계속할 것"

▶의협 "의료인 홍보, 대국민 홍보, 정부와의 공조"

▶대한간학회 "10~20대, 고위험군 백신 캠페인"

▶제약사 "원활한 수급 위해서는 백신정책 마련"

좌장; 이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교수
패널;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
박희봉 대한의사협회 급성A형간염대책본부 위원장(현 전염병위원회 위원)·박희봉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손정우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보좌관
양진모 대한간학회·가톨릭의대 교수
김경호 GSK 상무(External affairs)
손종관 본지 편집국장


 신종플루의 과장된(?) 위협이 한풀 꺾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올해 환자수가 1만3000여명에 달하고, 비공식 집계에 따른 사망자가 15명에 이른 급성A형간염의 위협이 내년 4월이면 다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염병예방법 전부개정법률안의 국회 전체회의 가결에 따라 A형간염이 법정전염병으로 바뀔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예방접종 대책과 예산은 마련되지 않아 신종플루와 같은 대란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달 25일 향후 대책마련을 위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상호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영석; A형간염 환자 발생률이 9월 들어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비공식적 집계에 따르면 15명이 A형간염으로 사망하고 일부 환자는 간이식을 통해 간신히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보면 최근 들어 급증한 신종플루보다 발생률과 사망률이 더 높은 상황인데도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았나 걱정이다. 국회에서 곽정숙 의원을 중심으로 필수예방접종 대상 포함 등 좋은 결실을 기대했지만 불행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년에는 더 큰 대란이 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데 국민을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란 자기 분야에서 남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지만 전문가의 역할은 전문적 지식을 이용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이 모임이 우리의 지식을 통해 어떻게 같이 노력을 해서 내년 대란을 풀어나갈 것인가를 토의하고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양진모 총무이사가 "A형간염의 일반적 이해", 박희봉 위원장이 "의사협회에서 생각하는 A형간염의 문제점과 대책", 손정우 보좌관이 "국회 상황", 전병률 센터장이 "질병관리본부에서의 대책", 김경호 이사가 "수급대책"을 소개함으로써 I부 발표순서를 진행하겠다.

"A형간염의 일반적 이해"

▶양진모;  과연 A형간염이 어떤 질환인지와 간학회의 입장에 대해 간단히 말하겠다.

 A형간염의 분포에 따라 고발생국은 거의 전국민이 항체를 가지고 있고, 최저발생국은 젊은이에게 항체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중간정도의 발생지역에 들어간다. A형간염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로 유기용제나 산에 매우 강하여, pH3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며, 음식물을 데치는 수준인 60도에서도 생존해 85도 이상에서 조리해야 사멸한다. 혈액이 아닌 구강, 대변을 통해 전염되며, 바닷물이나 대변, 해물에서 5일동안 생존할 수 있다. 구강을 통해 위로 들어와 간에서 흡수되어 증식 후 담관계를 통해 대변으로 배출되어 타인에게 전염된다. 고열이 특징으로 실제 감기몸살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밖에 피로감,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바이러스 감염 2~3주 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49일간 지속되고 이후에는 면역이 생기게 된다.

 급성질환으로 만성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올해에는 9월까지 약 13000례가 발생되었으며 그 중 급성 간부전으로 인한 사망이 15례에 이르고, 간이식 환자 약 50례까지 포함하면 올해만해도 70여명이 이 질환으로 인해 사망위험에 놓였었다(그림1).

 급성바이러스성 간염은 과거 B형간염바이러스가 대부분이었으나 B형간염 백신접종사업으로 인해 이제는 많이 줄었고, 현재는 A형간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 사망률을 보면 어린 아이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에서 사망률이 높은 것이 특징적이다. 우리나라의 A형간염 항체 변화율을 보면 대부분의 50대 이상은 항체를 가지고 있다(그림2). 그러나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1995년 이후부터는 항체율이 점차 떨어져 최근 10~30대에서는 거의 항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성별에 따른 발병차이는 없으며, 회식 등 사회활동이 잦은 젊은 세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추세이다. 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 경기, 인천지역에 발생률이 높고, 그밖에 부산도 비교적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집단발병한 케이스를 소개하자면, 설사로 내원한 환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병원내에 감염되어 10여명이 집단발병한 사례가 있었다. 군대에서 집단발병하여 식수를 교체하고 예방접종하면서 발생수를 줄인 사례도 있다.

 정리해보면 A형간염은 집단시설에서 다발하고, 서울·경기지역에 호발하며, 20~40대에 발생한다. 또한 질환에 의한 사망률과 간이식률이 증가하고 있다. 질환의 중증도가 심각해진 이유로는 유전자형이 과거 3형이었는데 다른 형으로 바뀌지 않았나 유추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국적인 백신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한간학회가 제시하는 국내 재정을 고려한 최소한의 접종대상은 모든 국가에서 통용되는 고위험군인 유행지역 여행자, 동성연애자, 약물남용자, 혈액응고제 투여 환자, 만성 간질환자이다. 그밖에 식음료취급자, 군인, 의료기관 종사자도 접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10~20대 항체보유율은 10% 미만이다. 지금은 날씨가 추워지며 발생률이 조금 줄어 들었지만 내년이 되면 다시 증가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한 것이다. 그렇기에 성인 및 청소년에 대한 백신접종 캠페인이 필요하다. 동시에 질환이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의협의 대책

▶박희봉; 그동안 의협이 A형간염에 대해 어떻게 대책을 세워 왔는지와 향후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 소개하겠다.

 의협은 2005년에 A형간염의 역학 변화 및 예방대책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시 2005년 경남 창원지역의 항체형성율이 5%, 예방접종률이 14%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에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예방접종에 나섰고, 영유아를 중심으로 항체보유율이 증가되고 있다. 반면 올해 A형간염 환자 급증은 20~30대 성인층, 즉 항체보유율이 낮고 영유아 예방접종의 사각지대에 놓인 연령대에 주로 발생했고, 올해 상반기 인구 10만명당 34.4명의 높은 발생률을 보여 많은 사회경제적 손실이 있었다.

 한편 A형간염 발생 증가와 이로 인한 홍보로 예방백신에 대한 인식도는 높아졌으나 예방백신 수급의 불안정속에 여름에는 백신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량이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조기 공급을 요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의협의 적절한 대응으로 큰 혼란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10~20대의 항체보유율이 가장 낮으므로 앞으로 30~40년간은 성인과 청소년기에 A형간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백신접종을 받지 못할 경우 질병 발생연령이 30~40대로 이동하면서 보다 중증도의 질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의협의 장기 대책은 의료계 홍보, 대국민 홍보, 정부와의 공조 등 3가지로 나누었다. 우선 의료계 내부 홍보로서 의료인에게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교육시키고 고위험군의 자발적 접종을 장려하고, 백신공급회사와 수급물량을 조율하고 수급현황에 대한 안내를 하고자 한다.

 대국민 홍보로는 신종플루시 성공했던 "올바른 손씻기 운동"과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겠다. 또한 아직도 국외 여행자에게서 A형간염이 많이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지침마련과 홍보를 진행하겠다. 다음으로 정부에 A형간염을 기존 필수예방접종 우선순위로 추가할 것을 요청하겠다. 정부는 향후 필수예방접종 예산 마련에 보다 신경을 쓰고 최우선순위를 A형간염으로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또한 캐치업 백신을 위한 예산마련을 위해 유관기관·단체와 함께 노력하겠다.

 또 한가지 건의할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에 30~40대를 대상으로 한 항체검사 항목을 포함시켜 면역이 없는 사람을 선별해 자발접종을 유도하길 바란다. 교육청에서는 다른 예방접종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통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접종확인서를 받아오는 식으로 접종률을 높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밖에 식품위생 개선과 보다 안전한 식품공급을 할 수 있도록 식약청을 돕겠다.

 이상과 같이 의협, 정부, 업체가 함께 A형간염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

국회에서의 상황

▶손정우;  민주노동당이 지금까지 의료계측과 부딛히는 면도 있어 왔지만 적어도 전염병 예방에 있어서만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전염병예방법은 작년에 발의됐고, 올해 7월 6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했고, 9월 8일 대체토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곽 의원이 직접 전재희 장관에게 법 개정과 맞물려 필수예방접종으로의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전 장관의 동의하나 예산 문제로 인해 장담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후 18일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가 정부의 전부개정안과 의원들의 11개 법안에 대한 병합심리가 논의됐으나, 예산이 소요되는 곽정숙(88억원), 정미경, 전현희 의원(600~800억원)의 법안은 신종플루에 밀려 삭제됐다.

 전체회의시 곽 의원 등이 강한 반론을 제기했으나 예산부처와 협의되지 않은 법안은 법사위에 올라간 후 계류될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는 복지위원장의 답변만을 들었다. 대신 복지부가 A형간염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부대의견을 달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합의했다. 향후 본회의 심의를 거쳐 법안이 통과가 되면 이 법안은 마무리된다. 이름도 "감염병예방법"으로 바뀌게 된다. 향후 곽 의원실은 2군전염병 및 필수예방접종 대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다시 개정안을 낼 예정이다.

 예산관련 부분은 안타까운 점이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400억원 수준으로 올린 내년도 예산을 기획재정부에서 50억원으로 깎아서 내려보냈고, 지금은 다시 올해 수준인 160억원 수준에서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질병관리에 대한 예산이 미진함을 알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민간의료기관의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지원하는데 500억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있는데, 정부는 160억원을 얘기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정부의 대책

▶전병율; 5년간 A형간염 발생 주별 보고 현황을 보면 2005년부터 발생보고가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는 작년 동기간 대비 108.2%가 증가했다. 이같은 수치는 1034개의 표본감시체계 가동에 참여중인 의료기관을 통해 얻은 결과이다.

 2009년 표본감시기관 감시 결과에 따른 발생경향을 보면 21주(5월 7~23일)에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고, 9월 들어 환자 발생률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백신수급은 전년도 시장 유통량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통상 평균 6만도즈의 성인용 백신이 수입이 되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6만도즈가 유통됐다. 9월 21일 현재 성인용 백신 총 13만9117도즈가 검정완료되어 유통중이다. 올해는 총 51만도즈가 유통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12월 수입물량은 2010년에 유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형간염 관리대책과 관련해서는 우선 예방원칙으로 위생수준 향상은 저비용이지만 효과가 느린 반면, 예방접종은 비용은 들지만 효과가 빠르다. A형간염 유행 관리의 기본 방향으로는 음식 관련 위생수준을 향상시키고, 집단면역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국가예방접종사업에 A형간염을 추가하고 캐치업백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성인 백신 접종에 대한 정부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지정전염병에서 제1군전염병으로 변경해 관리를 강화하고 기존의 표본의료기관 보고체계에서 전수보고와 역학관리 감시방안이 준비되어 있다.

 지난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했고, 향후 식품과 환경위생 개선을 위한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현재 A형간염 예방접종 비용효과분석 연구 용역을 수행중에 있고, 올해 10월중에 연구가 종료될 예정이다. 또한 10월 23~24일 국내외 전문가 의견 청취를 위한 A형간염 국제자문회의 개최 이후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대상에 대한 검토를 마칠 예정에 있다. 특히 해외여행객에 대한 예방접종 규칙 준수를 홍보할 예정이다. 우선순위 접종자는 간질환자, A형간염 호발지역 여행자·발령자, 노인, 군인, 집단시설 아동 등이다. 한편 A형간염을 대중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식품업 종사자 역시 예방접종 우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예방접종심의의원회 A형간염분과위원회 회의 결과 생후 12~24개월 소아 전체를 정기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켜 매년 접종을 하며, 임시예방접종 사업으로는 고등학생과 현역 군인을 대상으로 백신을 실시한다고 결론을 도출했다. 이렇게 할 경우 정기 및 임시예방접종 재정추계상 1차년도 1360억원, 2차년도 650억원, 이후 매년 45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관계부처 합동 A형간염예방접종사업 추진방안 회의를 6월 11일 했고, 2010년 A형간염 예방접종사업단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A형간염 백신수요 급증에 따라 성인용 백신의 긴급 유통을 추진했고, 소아용 백신접종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변경확정했다.

 향후 추진계획으로는 전국민 대상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와 식습관 홍보를 강화하고 정기예방접종과 임시예방접종을 검토중이다. 단 정기예방접종은 예산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우리 부서의 결정만으로는 힘들다.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

 백신공급 계획으로는 12월 20만도즈가 수입되어 내년에는 총 106만도즈가 유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까지 각 제조사로부터 확보한 내년도 백신 공급계획은 표와 같다(표1).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와 단체의 협조를 당부드린다.

 /표/2010년 제조사별 분기별 백신 공급 계획

수급 대책(제약업계의 입장)

▶김경호;  7~8년전 국내에 홍역이 발생했을때 정부가 백신접종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임으로써 퇴치된 바 있다. 오늘을 계기로 적극적인 A형간염 예방대책을 통해 효과적인 질병퇴치가 가능하기를 바란다.

 현 시점에서 궁극적인 예방정책의 대안은 백신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 고위험군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한 나라중 미국의 경우 1999년 고위험지역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한 후 2008년 약 80% 정도의 환자 감소를 경험한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1999년부터 기초접종으로 포함한 후 10만명당 50명에서 2002년부터는 2명으로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자료를 보고 백신밖에 대안이 없지 않나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 H1N1 백신 사례에서도 볼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돈을 손에 쥐고도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백신수급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금년도 사례에 비추어 내년도 수급 계획에 대해 말하겠다. A형간염은 기초접종대상이 아니기에 제약사는 주먹구구식으로 물량을 책정하고 있다. GSK는 연간 40만도즈를 수입해 왔으며 이중 성인용 백신은 전 센터장의 발표내용과는 달리 연간 2만도즈 정도만이 유통되어 왔다. 그동안 성인접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금년의 경우 12월까지 들어올 물량을 40만도즈에서 110만도즈로 늘려놨었다. 그러나 이중 상당물량이 하반기로 몰려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유통분량을 한국으로 돌리는 사례가 발생했었다. 내년 수입물량은 200만도즈로 잡아놨으나 회사 내부적으로 영업팀과 분쟁을 겪기도 했다.

 정부의 정기예방접종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캐치업백신 정책 여부에 따라 백신 수급량에 큰 차이가 생긴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급물량을 정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행위이다. 일단 수입하는 순간부터 업계에서는 재고부담이 시작된다. 이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백신 취급 회사들은 인플루엔자백신을 중심으로 수억원 어치의 제품을 폐기처분해 왔다. 수급이 원활해지기 위해서는 정책결정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그런 부분이 가시화되거나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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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부 자유토론

▶이영석;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백신정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토의를 진행토록 하겠다.

▶박희봉; 김경호 상무께서 정기예방접종에 급성A형간염이 들어가는 여부에 따라 수급대책에 영향이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일반의료기관의 경우 거의 100% 환자에게 접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 생각에는 보조가 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이지 정기예방접종 대상 포함여부에 따라 수급량에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김경호; 저희 자료에 따르면 1~2세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커버율은 45~50% 수준이다.

▶이영석; 정기접종과 캐치업백신을 한다면 더 많은 물량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김경호; 특히 캐치업백신 물량은 정부에서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들여올 수 없는 입장이다.

▶양진모; 우리가 여기 모인 목적은 젊은 사람에서 환자가 많고 죽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소아는 그동안 백신접종이 비교적 활발했고 감염시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총 예산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센터장이 제시한 복지부의 재정추계는 재경부에서 거부할 수 있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제시한 대상도 고등학생과 현역군인이지만, 실제 환자는 사회생활자에서 발생률이 높다. 또한 간질환자, 혈우병 환자 등 고위험군 환자들은 현재 예방을 위해 병원에서 검사비와 예방접종비를 소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자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훨씬 쉽게 방법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병율; 국가사업에 포함시켜야 하느냐 마느냐는 가치의 문제이다. 건강보험과 국가사업의 차이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예방접종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염병 예방은 국가업무이기에 건강보험에서 떠맡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쪽에서 법령을 개정해 준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담당자를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대중면역을 위한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집단생활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고, 이후 면역대상을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방향으로 예산을 잡았다. 예산은 질병발생으로 인해 지출되는 진료비와 사회경제학적 비용에 대한 연구의 중간결과를 비춰봤을 때 정기예방접종과 임시예방접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그러한 여건이 성숙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영석; 정기예방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이후에도 정부가 제시한 백신 수급 물량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겠는가?

▶김경호; 정부측에 내년도 수입물량을 제출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만도즈를 수입할 예정이지만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다.

▶이영석; 한가지 여쭙겠다. 지금 신종플루 검사비는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어떠한 맥락인지 설명해달라. 혹시 A형간염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병율; 지금까지 인플루엔자는 대증요법으로 치료가 된다는 생각하에 검사비에 대한 보험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위험군의 경우 임상경과 및 의사의 필요성에 따라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있으나 한시적 조치이다. 전세계적으로 한번도 면역을 경험하지 못한 질환이기에 정부차원에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무상 백신접종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신종플루의 양상이 계절성 플루로 전환된다면 이같은 조치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이영석;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내년도 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플루 문제로 고민할 때 간 전문가들이 여러차례 전화를 주셨다. 실제 임상에서 신종플루 중증도 및 결과와 A형간염을 비교했을 때 A형간염의 위험도가 더 큰데, 왜 등한시하고만 있느냐는 질책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두마리 토끼를 잡을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불가피한 조치였다. 신종플루가 정리되면 내년도에는 성인 예방에 대해 정부부처간 고민을 하기로 의견의 일치는 본 상황이다.

▶김경호;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정부가 주도하던 백신의 생산을 민간기업에 이양했는데 그 결과를 어떻게 보는지 묻고 싶다. 또한 건의드리고 싶은 내용은 신종플루는 나름대로 국내에 생산시설이 마련됐기에 수급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지 국내생산이 불가능한 질환의 경우 대책이 없다. A형간염도 같은 맥락으로 봤을때 외국에서 기술도입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서 자체 생산을 하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떠한지 검토를 바란다.

 모든 백신을 다 생산할 필요는 없지만 국가방역사업에 꼭 필요한 백신의 경우 급할 때마다 정부가 제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정부 주도로 선진기술을 가진 회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하여 국내생산을 유도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정부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유인책을 쓴다면 기술을 보유한 다국적회사 입장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일 것이다. 구체적인 유인책으로 정부가 가지고 있는 외투법인에 주는 인센티브에 일정물량을 장기구매 해주는 조건제시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선진국에서도 많이 쓰는 방법이다.

▶전병율;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상당 수준에 도달했으나 신종플루 사태를 통해 복지부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체험했다. 대통령께서도 정부 차원의 사전준비, 제도적 변화, 정부의 재원 투자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신종플루 사태시 백신주권을 뼈져리게 느꼈다. 만약에 우리가 백신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겠는가. 백신 문제는 앞으로 국회 등에서 많은 논의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석; 박 위원장께서 공단에서 30~40대를 대상으로 A형간염 항체 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대책으로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 있는가?

▶박희봉; 아직 진행은 안되고 안만 나온 상태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지만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영석; 상당히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20~30대는 면역력이 낮으니까 그냥 백신접종을 하지만 30대 후반~40대는 선별해서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개인부담으로 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의료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손정우; 박 위원장께서 제시하신 A형간염 항체 검사에 대해서는 향후 국회에서 논의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석; 전 센터장께 여쭙고 싶은 부분은 발표내용중 A형간염예방접종 대책중 성인백신을 지원한다는 내용(표2)이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전병율; 면역수준 향상을 위해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재정적인 지원을 의미한다. 캐치업백신은 고등학생,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현재의 주 발생연령층인 20~30대가 경제적 부담때문에 접종을 못할 경우를 막기 위해 비용을 지원한다는 원칙론적 내용이다. 이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재정당국과 협의를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영석; 접종 우선순위가 결정되어야 접종예상 인원수가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전병율; 물론 그렇다. 성인예방접종 지원과 예방접종 우선실시 대상자를 혼합해 여기에서 전체 인구의 일정 비율을 산정해 국가가 지원하는 식으로 재정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실현될 것은 아니며, 일단 2010년 예산에는 A형간염 백신에 대한 예산은 반영이 되어 있지 않다.

▶이영석; 적어도 20~40대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서는 백신접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국가의 지원하에 이루어지든 개인부담으로 이루어지든간에 홍보와 물량 확보는 꼭 필요하다. 저희 병원에도 백신이 떨어진지 이미 오래됐다. 그렇기에 백신접종에 대한 홍보를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환자 증가는 당연해 보인다. 환자수가 줄어드는 이 시점이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손종관; 내년도 A형간염 발생을 예측한다면?

▶양진모;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중요한 것은 지난 해보다 올해 발생건수가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을 받아 내년도에는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영석; A형간염 발생률은 2007년 2000명, 2008년 7000명, 올해 1만300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질병관리에 있어 전문가들의 모임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감염병관리위원회의 향후 운영체계는 어떠한가?

▶전병율; 국회 입법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법안소위에서 필요성을 공감해 주셔서 별도 위원회를 만들고 여러가지 국가 전염병 관리 정책을 논의하여 전문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위원회의 목적이다. 향후 관련 전문가의 의견청취를 통해 최적의 안을 마련하겠다.

▶손종관; 국회 예산심의 현황은 어떠한가?

▶손정우; 10월 2일 복지부 예산 최종안 국회에 제출됐다. 이후 국회에서 또다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최소한 홍보비용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위법령인 전염병예방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중요하다. 법령이 전부개정 되었기 때문에 향후 10~20년 정도의 전염병 관련 기본 틀을 다시 짜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1년간 여기 모이신 분들이 좋은 의견을 주시면 국회가 행정부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박희봉; 예방은 홍보와 백신밖에 없다는게 확실한데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효율적인 예방을 해 나갈 수 있을까? 캐치업백신 접종 대상중 고등학생에 대해서만은 학교에서 예방접종확인서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질병 전파를 막기 위한 강제적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병률; 현재는 1군전염병으로 수인성 감염에 의한 폭발적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2군 전염병으로 분류한다면 필수예방접종 대상으로 되어 국가에서 예방접종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강제적 방법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뒷받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영석; 오늘 이 자리에서 대책에 대한 결론은 도출하지 못했지만 각계의 의견을 듣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재점검할 수 있었다. 정부 또는 국회에만 기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간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A형간염 대란 위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각 분야 전문가들과 이같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메디칼업저버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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