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화된 이미지 벗고 전문영역 새로 키워

국내 제약사들이 그동안 회사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전문영역을 바꿀 조짐이다.

순환기명가, 항암전문회사, 혈액제제회사, 파스명가, 수액제제와 같은 기존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털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노력이 한창이다. 변화형태도 제휴형, 연구개발형, 그룹연계형, 합병형 등 다양하다.

가장 변화가 뚜렷한 회사는 단연 녹십자다. 이 회사의 경우 기존까지는 인태반, 혈우병 등 혈액제제회사의 이미지였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대표 백신회사로 쐐기를 박을 태세다.

변화에 맞게 홈페이지에도 백신 신제품 소식부터 신종플루 예방요령, 백신검사기관 안내에 이르기 까지 백신관련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며 국민들에게 백신전문회사 느낌을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 형태로보면 R&D형이다.

같은 맥락으로 태평양제약도 현재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케토톱이라는 파스제제 전문제약사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 피부과 전문제약사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회사측은 화장품제조기술의 노하우와 제약기반의 연구기술 시너지를 합친 토털피부케어 전문회사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이를 위해 최근에는 이우영 사장을 중심으로 주도적인 홍보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그룹연계형이라고 볼 수 있다.

경남제약은 합병형이다. 지난해 HS 바이오팜에 인수되면서 태반제제 파이프라인 확보되자 이를 밀고 있는 것. 따라서 레모나의 이미지에서 태반제제 회사로 변신을 시도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지면광고에 ‘경남제약은 태반전문회사입니
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수액제제회사인 중외제약은 비뇨기전문회사로 입지를 굳힐 태세다. 기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피나스타에 이어 최근 일본산 신약인 트루패스를 출시했고 이어 조만간 아바나필성분의 발기부전약을 출시하면서 변화를 줄 조짐이다.

이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와 제휴를 통해 국내 처음으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소개하면서 판매노하우를 기업이미지 변화에 활용한 케이스다. 제휴형에 가까운 경우다.

그밖에 코오롱제약은 변비약 비코그린 이미지를 벗고 천식치료전문회사로 나아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세레타이드, 심비코트와 필적할만한 제품을 선보이며 본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변화를 주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착화된 이미지가 새로운 시장 진출을 방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동아제약의 경우 박카스가 차지하는 경우는 비율은 전체 매출의 7분의 1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동아제약=박카스"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는 점을지적하고 있다.

제약사 IR담당자들은 자칫 기존 이미지가 없어지거나 희석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너무 이미지가 강하면 다른 사업(또는 품목)을 진행하려해도 잘 안먹힌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이유는 변화하는 제약산업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것이다. 소량다품목으로 색깔없는 영업을 하기보다는 두 세개 분야의 전문제약사의 이미지를 노리는 것이 향후 전망이 더 밝다는 판단이다.

제약사들은 특정질환의 시장을 잘 다져 놓으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러브콜로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신약출시에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예로 당뇨전문제약사인 한독약품이 노바티스와 가브스를 협력한 경우를 들고 있다.

여기에 기업이미지 제고의 효과도 있다. 특정약에 에 특화되면 그에 맞는 전문제약사로 홍보할 수 있고 대국민 인지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렇다할 이미지가 없는 회사는 우선 특화된 전문제약사를 만들 필요가 있고, 이미지가 만들어진 회사들은 새로운 전문영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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