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8일 "세계 시력의 날"

노인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라

 하늘이 깊어지고, 주변 경관들의 변화가 눈을 가득 채우는 가을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을의 중턱인 10월 8일, "보다"라는 기능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볼 수 있는 세계는 시간이 갈 수록 좁아지고, 어그러지고 있다.
시력장애 및 상실 문제는 고령 이외의 연령층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와 함께 다양한 시력 장애 및 상실을 야기하는 질환들의 고위험군에 속해있다. 하지만 시력 장애 원인 중 1위를 지키고 있는 백내장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비해 실질적인 대책은 부족해 보인다. 백내장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높은 성공률과 좋은 예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백내장은 여전히 압도적인 유병률로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시력의 날(World Sight Day)을 맞아 노인들의 "마음의 창"을 어둡게 하는 원인들을 짚어본다.



 시력 장애가 일반인에게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에 비해 노인의 시력 장애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높지 않다. 노화로 인해 안검하수, 건성안, 유루를 비롯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는 점이 노인성 시력 장애에 대한 인식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안을 배제하더도 관리할 수 있는 노인성 시력 장애 및 실명 유발 원인들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고령인구의 증가가 안고 가는 다양한 질병들 중에 시력 장애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조절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의학적 개입이 없을 경우 고령인구에서의 실명률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인성 시력 장애를 야기하는 질환들은 명확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예방과 조기검진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의료계에서는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술법과 함께 기초연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백내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눈에 띈다. 노인성 백내장의 위험인자의 경우 이미 알려진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 전신질환과 스테로이드, 항혈압제, 신경통증 약물 이외에도 (J Korean Ophthalmol Soc;33:16-25) 산화 스트레스(oxidate stress)의 증가가 진행을 촉진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J Korean Ophthalmol Soc;46(5):763-767).

 이에 항산화제의 백내장 효과에 대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타민 C, α-리포산(α-lipoic acid), 코엔자임Q10 세 가지 항산화제의 산화 스트레스 억제 효과에 대한 실험 연구결과 억제보다는 예방에서 더 높은 효과를 보였고, 비타민 C, α-리포산, 코엔자임Q10 순으로 효과가 나타나 가능성을 보였다(항산화제가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실험적 백내장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에 대한 연구, 울산대학교대학원 의학과 정진호, 2009.2).

국가적 역학연구 미흡…민간단체 의존

 의학계에서 활발하게 기초·임상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기반이 되는 역학연구는 아직 약한 편이다. 한국실명재단 2003년 정밀안검진사업과 노인 개안수술비 지원사업의 보고서(J Korean Ophthalmol Soc 46(1):63-70)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재단은 도시 이외 지역의 고령화가 더 심각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역학조사 등 기본조사는 민간단체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2003년도 사업에서는 안과전문의가 없거나 병의원 접근도가 낮은 지역, 최근 2년 이내 노인건강검진에서 안과검진이 제외된 지역 등의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상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총 검진대상지역 노인들은 68만6288명이었으며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는 11.8%에 해당하는 8만 1238명이었다.

 이 중 7750명을 검진한 결과 백내장 45.4%, 결막·공막질환 18%, 망막질환 4.5%, 굴절이상 3.9%, 각막질환 2%, 녹내장 1.3%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내장에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31.9%로 나타났다. 단 2003년도 사업에서 당뇨병성 망막변증의 수술은 배제돼 이에 대한 비율이 낮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국실명재단의 보고서에서는 독거노인들이나 양로원을 방문한 사업에서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검진과 수술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하고 있다. 체계적인 홍보와 실질적인 관리 사업의 실행이 노인들의 삶의 질 저하를 막아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편 현재 한국실명재단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범위를 망막, 홍리체 질환까지 확대해 매년 1만1000여명의 노인들을 검진, 2000~3000명의 수술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관기관과 연계해 60대 미만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주요 노인 눈질환

실명률 가장 높아
수술로 시력 회복 가능

 ▶백내장

 고령인구에서 호발하며 가장 높은 실명률을 보인다. 유전적인 원인이나 사고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이들을 배제한 고령인구의 유병률이 높다. WHO는 백내장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약 48%에 해당하는 1800만여명이 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치료제가 없지만 수정체 유화흡인술,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정도까지 수술기술은 발전했다. 수술은 검진 후 시기능 저하로 인해 일상 생활이 불편해질 때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술 시기가 너무 늦어질 경우 수술 성공률과 예후가 안좋아질 수 있어 우선 검진이 필요하다.

 또 WHO는 수술 때까지의 기다리는 시간으로 인해 상태가 악화되는 일도 종종있다고 지적하며 수술에 대한 정보부족, 비용 부담, 병원까지의 이동문제 등도 치료의 장애물이라고 설명한다.

시기능 손상땐 회복 불가능
말기 까지 증상 거의 없어

▶녹내장

 안압 이상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도 고령에게서 호발하는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약 12%, 480만명의 실명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녹내장은 백내장과는 다르게 시기능이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다. 게다가 말기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최근에는 안압이 10~21mmHg인 정상인 경우에도 시신경 및 시야에 변화가 오는 정상안압 녹내장의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녹내장은 주로 급성으로 나타나는 폐쇄각 녹내장(closed-angle glucoma)과 지속적으로 안압이 증가하는 개방형 녹내장(open-angle glucoma)으로 나뉜다. 만성이 대부분 전형적인 양상을 보이지만, 급성은 안통, 두통, 구토, 달무리 증상과 함께 안압 상승이 나타나 발생했을 경우 안압을 낮추기 위한 응급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진단 후 지속적인 안압 조절이 필요하지만 증상 개선이나 악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임의적으로 약물투여 등의 관리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 3위 시력장애 원인
노화·흡연·유전 위험요소


▶노화성 황반변성

 WHO에 의하면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은 세계 3위의 시력 장애의 원인으로 8.7%의 시력손실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시력의 결손을 야기하는 제1의 원인으로 국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화 황반변성은 황반 부분의 혈류 감소가 원인으로 50대부터 발생할 수 있으며 위축성과 삼출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 중 삼출성 황반변성과 함께 맥락막신생혈관(choroidal neovascularization)이 주된 시력 장애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화 이외의 위험요소로는 흡연, 유전적 성향, 고혈압, 자외선, 영양섭취의 문제가 꼽힌다. 예방이나 치료법은 아직 나와있지 않지만 레이저·방사선 치료, 다이나믹 포토치료(dynamic phototherapy), 수술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증상의 완화는 기대할 수 있다(노인연령층의 안과질환, 고대 안암병원 안과 김용연 교수)

당뇨병 기간 길수록 많아
15년 이상 환자 78%


▶당뇨병성 망막병증

 직접적인 안과질환은 아니지만 당뇨병성 망막병증도 고령의 시력 장애 원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미세혈관 합병증 중 하나로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수록 유병률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30세 이후 5년 미만에서 29%, 15년 이상에서 78%의 망막병증 유병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비증식성과 증식성으로 구분되고 증식성이 더 심한 형태를 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증상이 진행된 후에는 치료가 힘들기 때문에 검진에 있어서 내과와 안과의 협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당뇨병 환자에게서 백내장이 없는 경우 40%, 있는 경우 53%에서 망막병증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당뇨병과 망막병증, 백내장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된 바 있다(당뇨병 환자에서 백내장 유병률에 대한 고찰, 조선대 대학원 의학과 김성일, 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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