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9건 승인…작년 한해 400건 감안하면 부진 두드러져

 다국가임상시험 82건, 로컬임상시험 87건(총 169건). 식약청이 발표한 2009년 상반기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분석결과다. 연간이 아닌 반기별로 세부분석이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임상시험 시장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엿보인다. 그런데 수치가 심상치 않다.

다국가 216건, 로컬 184건(총 400건)의 전년도에 비하면 올 한해 성장을 논하기조차 어려운 실적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식약청 관계자의 말이다. 식약청은 "1999년 31건에서 10년 만에 10여배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곤혹스러운 표정도 엿보인다.

우려했던 위기 오나

 하반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할지라도 전반기 성과가 턱 없이 예상을 밑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예상보다 낙폭이 크다는데 전반적으로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시장환경 조성과 정부의 강력한 정책드라이브 및 산·학·정 협력을 통해 한국 임상시험, 특히 다국가임상시험 유치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왔다. ▶본지 7월 27일자 41~48면 보도

 이 부문이 수치 상으로는 올해 처음 뒷걸음 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같은 전망은 이전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다. 경제위기로 인한 세계 제약기업들의 구조조정, 여타 신흥시장의 발빠른 추격, 이런 가운데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정책·제도의 측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어떤 형태로든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판도 예단 일러

 예측이 적중한 것일까? 전반기 성적이 향후 한국시장의 위기를 미리 암시하는 것인지, 인과관계에 어떠한 요인들이 개입했는지 아직 명확치 않다.

 잠재적 위험요인들과 전반기 부실한 실적은 단순히 전후관계에 놓여 있을 뿐이다. 현재 상황이라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여타 신흥시장의 증감률과 비교를 해봐야 선방(善防)을 한 것인지 홀로 뒷걸음질 한 것인지 비로소 결론이 가능해 진다. 2009년 전체 그리고 이후의 판도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평가 아직은 호의적

 실제 외부의 평가와 움직임은 어떨까? 먼저 핵심적 수요자인 다국적제약기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위기를 감안한다 해도 한국의 이점과 매력은 여전하다는 확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투자가 일시 준다 해도 그 피해가 한국에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여기에 경제위기 후 시장의 중심이 아시아로 넘어올 경우,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화이자는 한국을 핵심임상연구기관(CORE Research Site)에 선정했다.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9개 기관이 결정되면, 화이자가 진행하는 전체 2상 임상시험의 절반이 해당 지역에서 실시된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 역시 항암제·신경과학·호흡기 3개 부문에서 한국을 핵심임상국가로 지정했다. 2007년 재정적 투자 및 자문을 통해 국내 신약·신기술 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노바티스 벤처펀드를 출범시킨 바 있는 노바티스는 한국에서의 R&D 활동 확대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국적제약기업의 국내 임상시험 활동과 모집환자 수 역시 2009년 현재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기가 기회다

 다국적제약기업의 한 관계자는 "식약청 분석자료가 국내 임상시험 현황을 대변한다고는 보기 힘든 만큼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겠지만, 새롭게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가 될 수는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국가임상시험사업단(KoNECT)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성장세가 꺽인다면, 이는 기존 방식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보듯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통해 임상시험의 중심이 미국·유럽 등지에서 아시아로 대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주도권을 잡느냐 아니면 낙오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현상황에서 전세계 시장의 다소간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이 소나기의 피해자가 한국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하기 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타 신흥시장, 더 나아가서는 선진국과의 생사를 건 경쟁 속에서 잠시 쉴 틈이란 없다. 한번 실수로 가속폐달에서 발을 뗀 것이 결국 낙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시장은 한국에 호의적이지만, 상황은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위기의 잠재적 요인과 상반기 결과의 전후관계가 인과관계로 현실화되지 않도록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