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의료정보, 환자·내부고객 만족도 높인다

 "안녕하세요. ○○○님 되시지요? 오늘 오후 2시 정형외과 △△△ 교수님 진료 예약하셨는데, 못오셨더라구요. 바쁜 일이 있으셨나봐요. 네? 전화를 잘못 걸었다구요? 죄송합니다." 어느 병원 고객만족팀이나 환자 예약 부도에 대한 이유를 살피고 차후 부도율을 낮추기 위해 전화연결을 시도하다 보면, 이런 일을 흔히 겪는다. 이때 전화 연결 오류를 해결하고, 저장된 환자 전화번호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한림대의료원은 OCS/EMR 시스템에 OCS CtoC(Click to Call : 원클릭폰)을 접목하는데 성공, 지난 1일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원클릭폰은 외래와 병동에서 OCS/EMR 프로그램을 통해 한번의 클릭만으로 고객과의 통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진료 예약시 고객의 정보를 저장해두면 전화통화가 필요할 때, 고객의 이름을 찾아 전화번호를 마우스로 클릭한 뒤 전화 수화기를 들면 바로 저장된 번호로 연결된다.

진료 실무 경험이 있는 이들이 포함된 의료원 의료정보팀 자체 내에서 고객 만족을 위한 아이디어로 제안, 채택된 것이다.

 ■ 한림대의료원
 원클릭폰으로 전화 연결 오류 방지
 산하 6개 병원 직원 반응 긍정적


 의료원 정보기술센터 최성묵 지원정보팀장은 "진료 예약이나 검사 예약 부도 환자와의 신속한 전화 상담을 통해 환자 이탈을 방지하고, 부도율을 줄이기 위해 보통 전화 확인을 한다"며 "일일히 전화번호를 찾아 누르면서 시간이 다소 소요되고 오류가 많던 문제를 해결해 업무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입 이유를 밝혔다.

부도 환자 외에도 초진 환자나 퇴원 환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한 환자만족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외래나 병동, 원무과 미수담당 직원들이 빈번한 전화번호 오류의 문제 해결을 위한 건의가 쇄도하면서 내부 고객 만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의료정보팀은 이 기술을 OCS/EMR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하반기부터 KT와 합작해 VoIP(인터넷전화망)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동 연구해 왔다. 앞서 6개월 가량 주거지, 환자 전화번호 등 정보 수정 기간을 거쳐 지난 7월부터 환자가 가장 많은 3개 과에 3개월 가량의 테스트를 거쳤다.

 실제로 현장에서 도입하자마자 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직원들은 "편리하다", "부도환자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시간에 따른 전화 건수 분석, 전화 통화 시도 소요 시간 단축 분석 등을 통해 원클릭폰이 구체적으로 이득이 되고 있음을 파악할 계획이다.

 이강일 의료정보팀장은 "오류를 100% 줄이는 동시, 부도 환자와 초진 환자 만족도를 조사하고 적극적으로 환자 이탈을 방지할 것"이라며 "퇴원시에도 2~3일 후에 전화를 통해 안내를 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병원 환자로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 전화인 만큼, 비용이 크게 부담되지 않은 것도 큰 이점이란다.

 이밖에 의료원은 지난 6월부터 시도한 한·영 자동전환기술이 편의성 제고에 한몫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CS/EMR 시스템에 한·영 자동전환기술을 기업용 업무 솔루션에 접목하는데 성공한 것. 한·영 모드 전환키를 사용하지 않고 데이터를 입력해도 한글과 영문을 자동으로 판별해 인식, 입력모드를 자동으로 전환해 주는 기능이다.

 의료정보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대 이긍해 교수팀과 함께 연구해왔다. 이혜란 의료원장은 "한·영 자동전환 기술 적용을 통해 환자의 문진 및 기록작성의 편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감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료원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신뢰감. 이 팀장은 "EMR이 도입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느라 환자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에 있었다"며 "환자와 의료진 간 짧은 순간에나마 눈을 마주치고, 비록 그 순간 화면을 보지 못했어도 오류를 최소화하면서도 신뢰감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의 비결     
          
경영진 적극 지원 없으면 구축 어려워

 한림대의료원처럼 산하병원이 많은 경우 어떻게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쉽게 공유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림대의료원은 지난 2007년 1월 산하 병원의 EMR, OCS, PACS, MIS, ESS 등의 정보를 하나로 묶는 종합의료정보시스템(Refomax)을 가동했다.

 여기에 내부 시스템도 통합된 그룹웨어를 적극 활용한다. 의료원 의료정보팀 조아영 계장은 "보통 가장 사용빈도가 많은 과에서 테스트를 거친 다음 호응도가 높으면, 곧바로 매뉴얼을 만든다"며 "이를 그룹웨어에 올려두면 누구나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도움방"을 통해 불편한 점이나 이용후기, 개선할 점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 또한 가능하다. 조 계장은 "산하 병원 직원들이 대체로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고, 많은 의견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사용자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일하다 보니 일이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편리성을 도모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밖에 제안제도를 통해 의료정보팀에서나 외부적으로 새로운 의료정보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시도한다. 좋은 아이디어로 채택될 경우에는 포상도 뒤따른다.

 향후에는 콜센터를 한 곳에 두고, 특성화에 한걸음 다가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누구든지 진료카드 한장으로 산하 병원 어디서든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수진이력, 전자의무기록, 영상 정보 등 환자 진료정보도 환자 동의 하에 6개 병원 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부터는 입원은 물론 외래까지 100% 가능해지면서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강성심병원 화상 환자가 강동성심병원 두경부암센터의 진료를 받고 싶을 경우 콜센터를 통해 바로 안내를 받고 의뢰를 보내게 된다.

 산하 병원에 하나씩 두고 운영을 시작한 "화상협진 진료실"을 통한 협진도 가능해진다. 이강일 의료정보팀장은 "얼마전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소아 환자에 대해 두경부암센터와 화상진료를 통해 협진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며 "내부 우수 의료진을 활용하면서도, 이동거리와 시간을 줄이는 협진에 대한 유용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은 산하병원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이 많은 편리성을 내포하면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보안과 예산 문제라고 지적한다. 삼성의료원 관계자는 "삼성그룹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유지하려다 보니, 다른 병원에서도 환자의 개별 진료 내역을 공유하도록 가능한 시스템 구축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병원 의료정보실 관계자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이 없다보니, 의료장비 구입, 진료실 리모델링 등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며 "업무 효율성이 제고되고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림대의료원 역시 이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최성묵 지원정보팀장은 "통합시스템 도입 초기에만 300억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 만큼, 경영진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내부고객 편의성 도모를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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