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1심 뒤짚고 대부분 병원 잘못 판결

이른바 "8,27쇼크"로 불리는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 판결에 대해 병원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병원계는 3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서울고등법원 민사22부의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재판부는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원외처방전을 발급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약제비를 강제 징수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할 진료비에서 상계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를 무조건 위법하다고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환자에 대해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러한 주의의무는 설령 그 조치가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 처방전을 발급함에 있어서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진료 당시의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요양급여기준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처방전 발급행위가 의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을 기준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서 행해졌다면 비록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한다 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위법성을 띤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를 무조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그 위법성 여부는 불법행위임을 주장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공단이 특정하여 지목한 5명의 환자는 의학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경우인데 오히려 이들 5명에 대한 의료행위만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나머지 환자들에 대해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정을 주장,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병협은 이번 판결은 의료계로 하여금 교과서를 버리고 요양급여기준을 따르도록 오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만일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의료기관은 환자의 생명보호 의무보다는 보험재정을 위한 요양급여기준 준수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계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국민의 건강권이 지켜지고, 의사의 판단과 임상적 경험이 존중되는 등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입각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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