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성형 영역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병원들 늘어나

 "대학병원이라고 미용성형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풍부한 학술경험과 연구실적으로 인해 더 심층적으로 진료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학병원들이 성형 수술은 재건 수술 위주로, 피부과 진료도 치료 위주로만 해왔으나 최근에는 그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미용성형 영역은 소외될 필요가 없으며 비급여 진료가 많은 만큼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점이 미용성형인 만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이에 미용성형 영역에 나서고 있는 병원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새로운 장비 도입 여력 개원가 보다 높아
외국인 환자 유치 위해서도 미용성형 필요
심포지엄 개최 등 활발한 연구활동이 강점



 대학병원이 우선적으로 많이 시도하는 방법은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다. 개원가보다 재력이 있는만큼 필요하다 생각되면 장비를 구입하고, 이를 널리 알려 홍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고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미용성형센터는 최근 혈관치료용 레이저인 브이빔(V-beam)을 도입했다. 레이저는 파장이 길기 때문에 굵은 혈관까지 파괴할 수 있어 피부혈관종, 눈 밑이나 팔 등 피부에 실핏줄이 비쳐보이거나 안면홍조와 같은 모세혈관 확장증, 여드름과 같은 붉은 자국 등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성형외과 박승하 교수는 "레이저 시술 후 치료효과가 크고 세안이나 화장이 바로 가능할 만큼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며 효과가 좋은 만큼 구입해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국대병원도 지난해 프락셀 리페어 레이저를 도입했다. 고가의 장비로 환자가 적으면 그대로 적자인 셈이라 대학병원에서는 널리 퍼지지 않았으나, 기미, 주근깨는 물론 주름치료에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포부에서 들여왔다.

기미, 주근깨, 검버섯, 잡티 등 색소성 질환과 주름, 탄력, 심한 여드름, 수두 흉터, 튼살, 심부 피부 재생술 등에 두루 적용되는 만큼 장비를 도입해서 사용한 지난 몇달간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별도의 미용성형센터 개설을 통해 기존에 있던 인프라를 확대하고,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차병원. 차병원그룹은 지난 12일 맞춤종합검진·척추관절 만성통증·노화·대체의학 난치병·줄기세포치료연구 센터로 구성된 세포성형센터를 개소했다.

 이 센터는 노화에 대한 임상의학연구부터 노화정도 정밀진단과 치료, 피부미용과 성형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차병원 관계자는 "의료 인프라와 국내 최고 줄기세포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체적인 나이는 젊게 할 수 있다"며 "앞으로 5년 내 국내외에 센터를 20개소 추가로 오픈해 세계적인 노화방지·치료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수년간 노화연구소를 통해 안티에이징 치료 인프라를 다져온 만큼, 기존의 피부과의 에스테틱 개념에서 벗어난 안티에이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차병원그룹 산하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가지방줄기세포 이식방법인 차디폼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차디폼은 고객의 자가 지방세포를 깨끗하게 정제하고 줄기세포를 분리한 다음 체내에 재주입함으로써 꺼진 볼살 등을 보기 좋게 만드는 성형미용술의 한 기법이다.

 이밖에 피부성형센터에서 "아름다운 몸매·동안 만들기" 공개강좌를 통해 셀룰라이트 관리와 지방흡입 등 원하는 몸매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미용성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했다. 강좌가 높은 관심을 이끌어 내면서, 앞으로도 미용성형과 관련한 강좌를 많이 개최할 계획이다.

 분당제생병원 역시 지난해 피부미용성형센터를 개소했으며, 분당서울대병원도 피부과·성형외과 외래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했다. 한강성심병원도 화상에 의한 재건성형이 유명세를 탄 이후 미용성형센터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으며, 여성전문병원의 슬로건을 내세운 제일병원도 여성암센터에 이어 미용성형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진료 외에 폭넓게 연구하는 대학병원의 특성상 학술적인 발전을 꾀하는 동시, 시술 경험이 많은 개원의를 초청해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는 데도 열중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해마다 성형외과 전문의 모임인 세브란스 미용성형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이 자리에 개원의를 초청해 쌍꺼풀은 물론, 지방흡입 등에 대한 프리젠테이션과 Live Surgery를 통해 시술 정보를 공유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개원 기념 심포지엄에서 미용성형 주제를 포함시키고, 진단과 치료방침의 내용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환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도 미용성형 영역은 욕심낼 수 밖에 없는 상황. 제주한라병원은 제주의 관광인프라와 제주한라병원의 전문 의료기술을 통합, 전문 메디컬 투어를 추진함으로써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중국인 의료관광객에 대한 종합검진 패키지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제주 관광 컨텐츠와 건강검진 외에도 미용성형, 치과 등을 포함시켰다.

  경북대병원은 아시아권에서 탈모율이 제일 높은 일본 중·상위층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한국에서 자가모 이식 수술을 체험한 일본 자동차부품 관련 기업인그린테크의 회장이 안전성과 비용이 일본의 4분의1 수준으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 "자가모 이식 알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상태다.

또한 계명대 동산병원은 미용성형센터를 통해 현재 꾸준히 대구를 방문하고 있는 중국 선양의 미용체인협회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 최고위층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치과(임플란트·미백) 부문에서는 미국 LA 및 러시아 거주 한인 시장을 대상으로 현지 지사가 설치돼 있는 글로벌 여행사 등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최신 장비를 구입하거나 미용성형센터를 새로 오픈하고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서 당장 미용성형 영역의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무한경쟁 속에서 치열한 생존을 위해 온·오프라인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개원가보다 훨씬 마케팅에 집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투자할만한 여력이 된다해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학병원도 미용성형 영역을 무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에 눈을 떴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수익성을 위해서나 보여지기 위해서만 나서거나, 다른 병원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만 대학병원 특유의 연구와 학술활동과 함께 병행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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