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도 없이 불법 처벌은 앞뒤 안맞아
"새로운 행위 수시로 생겨 규정 어려워"

"의료법상 "의료행위"의 정의가 없다는 것은 불법의료행위를 단속하는데 있어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 "아니다, 의료행위는 광범위하고 새로운 의료 관련 행위가 수시로 생겨 적법여부를 판단해야할 일들이 비일비재한 만큼 범위를 명문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의료법상 "의료행위 정의"의 명문화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행위의 명문화가 과연 바람직한지, 그 범위를 정한다면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정할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 논쟁의 발단은 의발특위 제도전문위원회(위원장 이종욱)가 현행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가 없음에도 처벌규정을 두고 있고, 의료행위 여부는 사안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나 행정기관의 유권해석에 의존함으로써 자의적인 해석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 이의 정의를 명문화하는 의료법개정안을 특위안으로 채택하면서부터이다.

이 개정안 발의동기는 어떤 행위가 위법이며 처벌의 대상인가에 대해 아무런 개념의 정의 없이 일정한 행위만을 형사적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제정된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형벌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법이론을 내세우는 법조계의 주장도 한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특위 개정안은 의료행위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사,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기타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 30여년간 대법원이 내린 판례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박윤형 위원(순천향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의협정책이사)은 법체계상 핵심이 되는 용어의 정의없이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는 것은 법체계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의적 해석을 할 수 있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명문화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개념에 관하여 정의를 하고 있는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은 결국 그 행위 여부를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가려야 한다"는 그간의 대법원 판례가 법규정상 의료행위의 정의를 필요로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고려의대 이준상 교수(의사법학)는 "의료행위는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며 판단기준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가변성이 강하므로 대부분의 나라들이 의료법에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를 명문화하지 않고 법원의 판례에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특히 한방의료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으로 미루어볼 때 이를 정의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한림대 이인영 교수(법학부)는 용어의 정의에 철저한 미국의 경우도 의료행위의 정의를 의료법상 명문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정의하기가 어렵고 무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조항의 해석상 문제로 판례가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 경우도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의거하는 현 상태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일정한 범위를 의료행위로 규정하게 되면 법규정 이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의료행위로 간주되더라도 단속할 수 없는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 변화 속도가 타 분야에 비해 빠른 것이 건강 또는 의료와 관련된 분야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생명 및 건강보호를 위해 불법적인 의료행위는 철저히 단속·처벌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법적으로 의료행위의 정의와 범위를 꼭 정해주어야 하는지의 여부는 보다 면밀한 검토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다만 법체계상의 문제를 떠나서 지금까지 판례에 의존해왔고 그 판례를 기초로 만든 정의를 구태여 명문화 해야할 이유 즉, 국민보건의료상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우선 짚어보는 것이 순서이다.
오히려 의료인의 의료제공 이념을 "생명의 존중과 개인의 존엄을 보호해주는 것을 그 취지로 하고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에 기조를 두며 질병예방 등에 있어서 수준있고 적정한 진료를 해야 한다"고 명문화한 일본의 의료법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이 아닌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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