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높아도 장기적으로는 비용효과적


 원외 심장마비(Out of Hospital Cardiac Arrest, 이하 OHCA) 환자의 생존율은 매우 낮으며 3~40% 정도로 편차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가 밀집돼 있고 조기 심폐소생술이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40%를 넘는 생존율을 보이는 한편, 그렇지 않은 지역은 5% 미만을 나타낸다(JAMA 2009;301:860-862).

 우리나라의 경우 생존율은 2.4%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일반인에 의해서도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이 조기에 시행되는 미국 시애틀, 워싱턴 지역의 43%에 비하면 20 분의 1 수준이며,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의 생존율인 10% 전후 정도에 비해서도 차이가 크다.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 가능한 빨리 시행해야 하는 심폐소생술의 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심정지 발생 직후부터 1분 경과 시 마다 생존 가능성은 7~10%씩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정지 상태가 1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살아 남을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심정지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는 일차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의 혈액순환을 회복시키는 소생에 초점이 맞춰진다. OHCA는 발견되거나 목격되는 즉시 119에 연락해 응급요원의 현장구조 시 자동화제세동기(AED)를 부착시키고, 심정지의 가장 많은 원인이 되는 치명적 부정맥인 심실세동을 파악해 빠른 제세동 및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을 회복(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 이하 ROSC)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생존의 연쇄고리(Chain of Survival)"로 명명해 빠른 신고(Early Access), 빠른 심폐소생술(Early CPR), 빠른 제세동(Early Defibrillation), 마지막으로 빠른 전문심폐소생술(Early Advanced Cardiac Life Surport)의 4가지 단계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잘못되더라도 생존이 힘들다는 말이다. 유기적으로 생존의 연쇄고리가 작동하는 지에 따라 3%에서 40%까지 OHCA 환자의 생존율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ROSC 환자도 생존율 20~30%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심정지 후 일단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을 통해 스스로 심장이 뛸 정도로 회복된 ROSC 단계 역시 아직 생존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한다. ROSC 환자 가운데 다시 심정지가 오지 않고 살아서 퇴원하는 환자는 20~30% 대에 머문다. 나머지 70~80% 정도는 심장의 혈액순환 기능을 살렸다 해도 심정지 재발 또는 심정지의 원인이 되는 질환 악화에 의해 사망하고 만다.

 생존했다해도 저산소증에 이은 신경손상으로 심각한 장애를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살아서 퇴원하는 환자 가운데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신경학적 후유증이 경미한 경우는 전체의 25%에 그친다. 생존에 이은 삶의 질의 폐해는 물론 비용의 과다출혈이 야기되는 부분이다.

 ROSC 환자에서 뇌허혈 재관류 시 조직손상 또는 무산소 신경손상은 사망과 합병증 이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학계와 임상현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심정지 환자에서 심폐소생술을 통한 소생 후에 허혈 또는 저산소증으로 인한 신경손상을 얼마나 지연 또는 줄일 수 있느냐가 사망과 합병증 예방의 열쇠가 된다.

 심정지 환자의 자발순환 회복 후 집중치료 역시 심장을 다시 뛰게하는 심폐소생술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이며, 이를 통해 사망률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도 걸어 볼 수 있다.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는 CPR 시행 20~30분 경과 후에도 ROSC 상태로 회복되지 않으면 환자의 회복 가능성 거의 없으므로, 이를 중단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같은 경우라도 심폐소생술을 지속하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있다. 중독에 의한 심정지와 익사(溺死) 위험에 놓인 경우인데, 약제에 의한 효과나 체온의 저하로 인해 기초대사율(BMR)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저산소증으로 인한 신경손상이 덜하고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회복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50년대부터 제기된 가능성 RCT 검증

 ROSC 환자의 초기회복 기간에 체온을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경우 뇌손상을 줄여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1950년대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치료적 저체온법이 임상현장에 본격 등장한 것은 2002년 이후다. 그 해 "NEJM 2002;346:549-556, 2002;346:557-563"에 심정지 후 자발순환을 회복한 환자에서 표준치료(정상체온군)와 표준치료에 저체온법을 추가한 그룹(저체온군)의 예후를 비교한 RCT 연구가 두건 게재됐다.

 첫번째 연구는 275명의 환자를 저체온군(137명) 또는 정상체온군(138명)으로 무작위·배정해 비교한 결과, 사망률이 각각 41%와 55%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상대위험도 0.75, 95% CI 0.58-0.95).

뇌인지기능척도(Cerebral Performance Category, CPC) 상 정상이거나 경도의 장애를 보여 신경학적 후유증이 적은 상태에 해당하는 CPC 1 혹은 CPC 2 수준의 생존환자도 각각 55%와 39%로 저체온군이 유의한 개선효과를 나타냈다(상대위험도 1.40, 95% CI 1.08-1.81). 저체온 치료는 외부 냉각방식으로 체온을 32~34도로 낮춰 24시간 동안 유지한 후 8시간에 걸쳐 다시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방법이 적용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77명의 환자 가운데 외부 냉각방식을 통해 체온을 33도로 낮춰 12시간 유지한 저체온군(43명)을 정상체온군(34명)과 비교했다.

결과는 저체온군의 사망률이 51%로 대조군(68%)과 비교해 높았으나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p=0.145). 반면, 신경학적 후유증이 없거나 적은 상태의 생존을 나타내는 GNO(good neurological outcomes) 환자의 비율이 각각 35%와 20%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연령과 심정지 발생부터 ROSC까지 시간을 보정한 결과는 저체온군의 GNO 비율이 대조군 대비 5.25배나 높게 나타났다(p=0.011).

 연구의 결론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심정지 후 회복 환자의 경우 자발순환 회복 직후의 Post-ROSC 치료에 저체온법을 적용할 경우 생존율을 높여주는 동시에 뇌손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존율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보다는 생존환자에서 신경학적 후유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연구는 치료적 저체온법으로 심정지 후 회생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재활치료 및 간병에 필요한 의료비용을 감소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AHA 가이드라인 공식 권고

 AHA는 이들 연구를 주요 근거로 2003년부터 저체온법을 권고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식 권고하고 나섰다.

 가이드라인은 "심실세동이 원인인 원외 심정지 환자가 ROSC 상태에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에 반드시 저체온법을 시행해야 하며, 32~34도로 체온을 낮춰 12~24시간 동안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권고등급 Class IIa). 심지어 뉴욕 시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도시들은 "원외 심정지 환자를 태운 구급차들이 저체온법 기술을 갖춘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임상적용률 아직 낮아

 하지만, 심정지 환자의 저체온법을 적극 권고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 병원은 20% 미만의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원칙 이외에 세부적인 기술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과 저체온법을 적용하는 경우 입원 시에 증가되는 의료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정지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순환기내과 나상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저체온 치료를 위해서는 전용 냉각기기를 도입해야 한다. 전용기기가 아니라도 외부 냉각방식으로 저체온을 유도해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의료인력이 거의 실시간으로 체온을 재고 생체징후를 측정하는 등 집중적인 처치를 요한다. 실제 저체온 치료를 하면 표준치료와 비교해 의료비가 높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용효과 우려 반박

 지난 4일자 "Circulation: Cardiovascular Quality and Outcomes" 온라인판에는 치료적 저체온법의 비용효과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는 연구논문이 게재됐다. ROSC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적 저체온법의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한 결과다.

 나상훈 교수는 "비록 저체온 치료가 입원기간 중 의료비는 상승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저체온 치료 후에 뇌손상이 적은 상태로 환자가 퇴원하는 경우 저체온 치료를 하지 않고 뇌손상이 있는 상태로 퇴원할 경우에 재활치료 및 추가적인 인건비·의료비용 등과 비교해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라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됐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는 치료라면 반드시 시행하도록 강력히 권고하는 근거가 되는 연구라는 말이다.

 또한,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보험체계 및 의료비용 등 제반 여건이 다르므로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심정지 후 회복 환자에 대한 저체온 치료의 보험적용 등이 이뤄질 때 참고가 되는 연구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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