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참다 내원하는 경우 많아 만성화 진행 흔해

 최근 한 연구를 보면 미국의 가임여성 중 약 15%가 다양한 원인에 의한 요통이나 골반통으로 고통받는 만성골반통 환자라는 보고가 있다. 또 국내 단일 의료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10~20%는 만성골반통 환자들이다.

 "만성골반통"은 이처럼 흔한 질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단이나 치료 지침이 없어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자궁적출술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치료에도 별다른 증세 호전이 없는 경우 역시 많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인 고통도 크다고 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허주엽 원장(산부인과)은 만성골반통에 대해 "흔히 요통으로 오인되는 만성골반통은 신체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치료가 되지 않는 통증이 행동 및 정서적인 변화에 연관돼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리적인 요인에 대한 검사와 특수한 내과적 검사를 포함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성골반통을 간단한 질병으로 넘길 수 없는 것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오랜 시간 참고 견딘 후 병원을 찾는다는 점으로 증상을 감지해 진통제나 항생제 치료를 받아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더라도 일시적인 증상의 호전만 있을 뿐 3~12개월 사이에 재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만성골반통에 대한 연구부족으로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보존적인 치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염증성 질환으로 간주돼 단순히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잦고, 진단 목적으로 개복수술을 시행하거나 자궁적출술을 시행하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산부인과의 난제로 여겨지는 질병이다.

40대서 가장 많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산부인과가 2006년 5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산부인과 환자 456명 중 263명에 대한 역학 조사를 실시, 만성골반통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환자들은 대부분 40, 5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40대가 가장 많은 환자군을 이루고 있었다<표>.

 동서신의학병원 만성골반통센터(센터장 허주엽)에 따르면 만성골반통의 원인은 부인과적, 정신적, 위장관 계통, 비뇨기 계통, 신경 및 근골격계 원인 등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부인과적 원인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자궁내막증과 유착증을 들 수 있다.

자궁내막증과 유착증은 복강경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자궁내막증은 병변의 정도에 관계없이 30~50%는 내진시 통증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직장중격을 깊이 파고들어간 병변은 동통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외 과거의 골반수술에 의한 골반 내 유착증 및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자궁내막성 난소낭종이나 종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고 난소나 난관의 염증 또는 난소절제술 후에 난소피질의 잔류부분이 남아서 발생하는 난소잔류증후군이나 골반울혈증후군이 있다.

자궁근종·선근증 증가 추세

 다양한 원인 중 흔한 양성 부인과 질환인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폐경 전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모의 연령증가로 인해 자궁근종 및 자궁선근종을 가진 산모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다양한 보고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 질환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국내 연구가 보고됐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에서 2000년 8월 1일부터 2008년 7월 31일까지 이 병원 산부인과에서 자궁선근증으로 진단받은 57명의 산모의 의무기록 분석을 통한 후향적 연구를 실시, 자궁선근증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대한산부인과학회 94차 학술대회지).

 산모의 평균연령은 34.2세로 45.6%가 35세 이상이었다. 5건에서 불임으로 인해 체외수정을 시행받았으며 36.8%에서 1회 이상 자연유산을 경험했다. 22.8%에서 조기분만의 기왕력이 관찰됐으며 조기산통은 14%에서 관찰, 치료약물로는 Ritodrine이 가장 많이 사용됐고 평균 12.5일 입원했다.

 자궁경관무력증으로 질식 자궁경관봉축술을 시행받았던 경우는 7%로 관찰됐다. 평균 임신주수는 37주로 평균 출산체중은 2869.7g으로 자궁내 성장지연은 8.7%에서 관찰됐다. 59.6%에서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는데 그 원인으로는 44.1%가 제왕절개술의 기왕력이었고 그 외 볼기태위, 전치태반 등이 있었다.

 연구팀은 "전체 임신한 여성들에 비해 자궁선근증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자연유산 및 조기분만의 발생비율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자궁선근증을 가진 여성들이 임신을 하는 경우 주의깊은 산전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영역적 치료 시 85%서 통증 완화 효과

만성골반통 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인과적 원인이 발견된 경우에는 부인과 치료를 포함한 다영역적 치료가 바람직하고, 다영역적 치료 시 85%에서 통증 완화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 내과적 치료법

 약물요법의 기본은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비마약성 약제를 사용하고 마약성진통제는 가급적 피해야 된다.

 내과적 치료는 행동요법과 더불어 저용량의 삼환계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통증 약제에 대한 의존성이 줄어들고 동통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장애가 감소하며 환자를 활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특히 우울증이 동반된 예에서는 적절한 양의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이 외에 약물요법과 더불어 이완요법, 스트레스 관리법, 성문제나 결혼 생활에 대한 상담, 최면요법이나 정신적 치료법이 필요하고 유용할 수 있다.

 ◇ 수술적 치료법

 외과적 치료법으로는 우선 진단적인 복강경 검사를 실시해 의심이 되는 병소의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염증이 예상되면 배양검사를 해야 한다. 그 외에 자궁내막증의 병소는 외과적 절제, 혹은 전기적소작술을 해야 한다. 월경곤란증이 있다면 자궁천골인대를 절단해 주면 도움이 된다.

유착이 발견된 경우에는 유착박리 수술을 시행하고 천골전방의 신경절제술은 전통적 치료법으로 해소되지 않거나 다영역적 통증치료법에 반응이 없는 원발성 또는 속발성 월경곤란증 치료에 적응된다.

이 외에 특히 자궁에 기질적인 이상이 발견될 때 자궁을 보존해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자궁천골인대신경소작술을 시행한다. 이 외에 수술적인 방법으로 자궁적출술 및 양측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데, 그 적응증은 출산을 종결했거나 속발성 월경곤란증 혹은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근증 같은 자궁의 병리가 있거나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인한 만성적 통증환자에서 약물치료 등에 실패했을 경우 유효한 치료법이 된다.

그러나 자궁적출술은 신중을 기해 선택해야 되고, 특히 가임상태를 유지하기 원하거나 수술의 이점보다는 내과적 또는 정신적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는 자궁적출술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 그 외 치료법

 모든 검사에서 병소가 발견되지 않고 골반울혈증후군의 경우에는 선택적 난소정맥조영술을 시행하여 정맥의 확장, 정맥 흐름의 지체, 역류 등이 나타나면 코일색전술을 시행하고, 그 외의 방법으로는 난소정맥의 결찰술이나 난소정맥의 절제수술 등의 치료법이 있다.

 이러한 치료법은 수술 후 골반울혈의 증상이 곧바로 사라지며 재발가능성이 거의 없고, 비교적 간단하며 비침습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복강경에 의한 부분 자궁적출술(CISH 수술)과 더불어 자궁천골인대부의 신경소작술(LUNA)이 탁월한 치료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질환 성격 이해 중요

 많은 환자들이 오랜 기간 통증을 참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진통제나 항생제를 보통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찾게 되므로 만성화로 병이 진행되고, 많은 경우 우울증과 불안증이 동반되어 일상생활이 지장을 받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산부인과적인 문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골반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부인과, 신경정신과, 비뇨기과, 내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과 협력하여 다각적인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허 교수는 "환자가 처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환경들이 증상의 유발이나 재발 또는 악화를 가져오므로, 이에 대해 환자들은 의사와의 긴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서 이러한 요인을 제거하는데 환자나 가족, 친지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만성골반통에 대한 질환의 성격 등을 이해하고 대처하도록 계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환자와의 유대관계를 긴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만성골반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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