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당 수익 성인 3분의 2 수준…환자 늘수록 적자 확대

관련법규 없어 정부 지원 어려워
공공의료 범주 포함 효과 미지수


 132억, 70억….
 몇 차례 누적된 로또 당첨금액이라도 될 만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지만 이는 각각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한 해 동안의 적자 규모다.

 효율경영을 앞세워 운영하고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도 일년에 17억 5000여만 원이 적자라고 하니 어린이병원들이 겪는 재정 출혈이 얼마나 심각한 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어린이병원의 만성적인 적자는 공공연한 사실로 오죽하면 병원의 미운 오리 새끼라는 웃지 못 할 별칭까지 붙여졌겠는가. 그러나 어린이병원의 필요성 또한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절실한 문제다.

 미국에는 전체 병원의 5% 정도인 약 250여개의 어린이전문병원이 존재하고 일본도 27개소의 어린이전문병원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11월 개원한 양산부산대 어린이병원을 포함 5곳의 어린이병원만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어린이병원 건립 지원 사업"은 시설 투자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건립 후 병원 운영에 대한 지원은 없다. 공적 자금을 통해 병원을 건립하고도 운영에 있어서는 별도의 지원 없이 전적으로 병원에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어린이 진료수가는 진료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불합리적으로 책정돼 어린이병원 관계자들은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라고 성토한다.

 정부도 "어린이병원 사업의 선·후가 바뀐 점이 있다"며 어린이병원 활성화의 근본적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정책임을 인정했다.

 실제 양산부산대 어린이병원 박희주 원장은 "지난 6개월 동안의 진료내역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병원 1일 1병상 당 의료수익은 성인의 3분의 2 수준으로 인건비의 비중이 큰 특성상 운영 역시 적자였다"며 "앞으로 환자들이 늘어나고 병상가동률이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적자폭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원 건립에 있어 집약적인 투자가 필요한 점은 명백하지만 더욱 중요하고 선행돼야 할 부분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수가 체제를 갖추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열린 전국 대학어린이청소년병원협의회 제1차 포럼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손영래 공공의료과장은 "실질적인 수가 개선 없이 어린이병원의 적자문제 해결은 요원해보인다"며 "정부도 어린이병원에 대한 수가차등화나 보건사업, 저소득층 어린이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어린이병원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어 지원 정책 추진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또다른 방안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는 공공의료기관의 개념에 어린이병원이 포함되도록 공공의료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으로 국가지정 소유의 의료기관에만 해당하는 지원 범위에 공공의료의 성격이 강한 어린이병원, 노인전문병원 등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범주 확대가 적자경영의 해결사가 될지는 미지수다. 어린이병원 준거기준 자체가 의료법에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을 뿐더러 어린이병원의 설립형태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 확대 이전에 어린이병원에 대한 의료계 내부적인 기준 정리와 제도적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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