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부족·체온조절능력 떨어져
탈수·실신 땐 낙상 위험…2차부상 우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여름철 더위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는 8월부터라고 흔히 이야기 하지만 올해 최초의 "폭염주의보"는 예년보다 약 10일 가량 앞당겨진 6월 말 발령됐다. 여름이 길어지고 기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무더위에 노인, 유아·소아가 취약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이에 전국적으로 폭염 피해를 예방·대비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무더위쉼터, 폭염도우미 등 대비책과 함께 캠프를 통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일하던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이 쓰러졌다거나 사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또한 더위나 고온으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돼 오는 노인환자들 역시 끊이지 않는다. 여름철 고온·고열로 인한 노인들의 건강 위험도를 알아본다.

태양이 노인들에게 더 강한가

 노인들에게만 유독 햇빛이 더 강해질 리가 없다. 그럼에도 농사일을 하는 노인들이 쓰러지거나 사망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노인들이 자신의 신체가 약해졌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경우 노화로 인해 체내의 전체 수분량이 줄어듬에 따라 갈증을 잘 못느끼게 된다. 이로인해 신체는 더위에 더 취약해져 고온·고열로 인한 증상들도 더 빠르고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노인환자들은 일사병, 열사병 같은 열중증 이전에 수분부족과 염분부족으로 인한 탈수, 열실신, 피로, 현기증 등을 먼저 느끼고 쉽게 느끼는 것도 이 때문.

 또한 신체의 체온조절기능이 떨어져 있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땀 배출 등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쉽게 고·저체온증에 걸리게 된다. 더위를 피할 시원한 곳이 없는 논밭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쉽게 일사병에 걸리는 이유다.

시골이 아니더라도 도시 온도가 평균보다 1~3℃가량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몸이 약한 노인들이 에어컨이 없는 곳에 있거나 환기가 잘 안되는 곳에 있는 것 자체로도 위험해질 수 있다.

더위가 만성질환도 달군다

 노화로 인한 수분부족과 체온조절능력 저하는 더위에 대한 저항성을 떨어뜨려 일사병·열사병의 위험도를 높여주지만 이와 함께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만성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더 위험하다.

노화된 신체상황과 함께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작용하는 것. 1994년 7~8월 30℃가 넘는 날이 31일동안 지속됐던 서울 폭염 시 노인들과 함께 심뇌혈관질환자의 사망률이 높았다는 통계는 이런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심혈관질환의 경우 더위가 이미 약해진 혈관과 혈액순환에 부담을 가해 상태가 악화되기 쉽다.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땀의 배출로 인해 혈류가 빨라지고 혈류량도 많아져 약해진 심장의 상태를 악화시키게 된다. 또한 땀의 배출로 인해 응고된 혈액이 혈전으로 발전해 뇌경색 등을 일으킬 위험도 커지게 된다.

 당뇨병도 예외가 아니다. 더위로 인한 식욕부진이나 과도한 보양식의 섭취 등 식사조절이 어려워 혈당조절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는 예방요소다.

 반대로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가 더위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려 탈수 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뇨제, 혈관확장제 등 혈압약물은 대표적으로 수분 부족을 야기시킬 수 있는 약물들이고, 파킨슨병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항콜린제는 땀의 분비를 억제해 체온조절을 힘들게 한다. 안정제, 항우울제의 경우는 더운날씨에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사·열사병이 전부가 아니다

 대부분 더위로 인한 질병이라면 일사병이나 열사병을 떠올린다. 일사병, 열사병 등 중증 질환은 치명적이지만 쉽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사병은 뇌의 체온조절중추가 햇빛의 노출로 인해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고, 열사병은 체온이 40.5℃ 이상으로 높아지고 섬망, 판단장애 등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현실적으로 구분이 모호하다. 게다가 노화된 신체적 특징을 고려한다면 이런 구분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흔히 발생하는 고온·열로 인한 질환은 수분과 염분의 부족으로 인한 열탈진, 더위에서의 무리한 노동, 근육사용으로 인한 열경련, 발 및 발목에서 흔히 발생하는 열부종, 또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열실신이 있다. 이런 경증 질환의 경우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식혀주고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된다.

 하지만 노인환자의 경우 탈수, 실신 등으로 인한 낙상에 대한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노인환자의 경우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경우가 많은만큼 더운 날씨에 어지러움으로 인한 낙상 및 열실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열실신 이후 낙상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한다면 노인들의 경우는 신체기능의 저하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기저질환 악화 조심해야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보통 여름철에는 혈압과 혈당이 낮아지는 편이지만 폭염 속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여름철 더위를 조심해야하는 이유가 단순히 일사병, 열사병뿐만이 아니라 이로 인해 악화될 수 있는 노인환자들의 기저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노인환자들에게 더위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도를 알리고 운동에 대한 필요성이 있더라도 더운 날씨에 갑작스럽게 운동을 시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병원으로의 방문이 가능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노인들의 경우는 괜찮지만 알코올에 상시 노출돼 있거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노인들의 경우는 이런 위험도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 이에 보건복지가족부와 소방방재청은 전국적으로 무더위쉼터를 지정해 폭염특보 발령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폭염도우미를 운영해 독거노인의 건강을 살피는 한편 노인들을 대상으로 예방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생하는 여름철 노인들의 사고는 현 대처방법에 사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여름철 기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인들의 고온 고열에 대한 위험이 사각지대를 벗어나 더 확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름철 병원에 방문하는 노인환자들에게 고온, 고열에 대비한 예방 교육 혹은 당부가 식상하지만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도움말: 원장원 경희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 폭염시 질병 예방사항 9가지

▶식사는 가볍게, 물은 충분히
 - 과식 피할 것
 - 운동 시 매 시간 2~4잔의 물을 마실 것
 - 수분섭취에 문제가 있을 시 주치의와 상의할 것
▶땀을 많이 흘렸으면 염분, 미네랄을 보충할 것
 - 스포츠음료 섭취
 - 염분 섭취 전 주치의와 상의
▶헐렁하고 가벼운 옷 입기
▶야외활동 줄이고 햇볕을 차단하기
▶가급적 실내에서 활동하며 냉방기기 적절한 온도로 사용(26~28℃)
▶갑자기 더워질 경우 활동강도 조절, 이상증상 확인
 - 작업, 운동 등 활동은 서서히 시작
 - 고온으로 인한 두근거림, 호흡곤란, 두통 등의 증상 확인
▶주변사람 건강살피기(buddy system)
 - 노인을 비롯 영유아, 비만자, 야외근로자, 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주의 필요
▶주정차 된 차에 어린이, 애완동물 방치 금지
▶응급환자 발생 시 119 또는 1339에 신고
 -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체온을 낮출 것
 -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물을 먹이지 말 것
 
 ※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미국 질병예방관리본부(CDC)에서 발표한 폭염예방수칙을 국내 사정에 맞게 변환해 발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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