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병원에서는 에너지 절감 등을 실천하는 그린 성장은 불가능해요. 우리 병원은 잘 몰라요."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성장이 산업 전반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이렇게 말하는 병원이 많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비용 절감의 필요성과 환자의 건강을 넘어 지구의 건강까지 신경써야 할 의료계가 "나 몰라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에너지 절감 ▲친환경 소재 사용 등 그린의료에 대한 사례를 제시하고, 우리 병원에서도 실천 가능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시설 투자·관리 효율화로 아낄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열에너지 사용 20% 줄이고 환자 만족도 높여

에너지 절감 지난 몇년간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모든 경제사회 발전에 절대적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1일 24시간, 1년 365일 운영이 필요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병원에서의 에너지 관리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컨설팅업체인 한불에너지관리가 5개 종합병원의 에너지 사용 분석결과, 에너지 사용이 가장 많은 병원과 적은 병원이 무려 40~60%가량 차이가 났다.

 건물 및 환경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 에너지절감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병원에서 에너지 관리의 주의점은 무엇일까. 한불에너지관리 염정관 대표는 "환자 위주의 적절한 실내온도, 습도 유지를 통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 유지가 최우선이며, 수술실, 응급실 등에서 에너지 공급이 잠시라도 중단돼서는 안된다"며 "냉난방 과정의 공조설비에서 공기와 물의 안전이 유지되는 것도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고효율 보일러 도입, 폐열 회수용 절탄기 설치 등 투자를 통해서나 야간 빙축열 냉방 운전, 지역 난방 등 효율적 시설관리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6시그마의 일환으로 고유가 시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추진한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를 통해 효율적 시설관리에 나섰다. 증기 공급 및 회수 배관을 보강하고, 고효율 조명과 모터를 설치하는 등 자체 시설 개선과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함께 했다. 열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20.2% 줄이면서 입원환자의 병실온도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4차 프로젝트에 걸쳐 28개의 핵심과제를 혁신해 핵심지표를 45% 개선하고, 73억여원에 달하는 직간접 경영 기여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롱민 6시그마 추진위원장은 "고객관점의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교직원들의 혁신마인드를 변화시키는데 큰 영향을 줬다"며 "의료계 전체에 6시그마가 확산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시설관리가 어렵더라도 쉽게 실천 가능한 과제를 제시해 모든 직원이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에너지 절감 방법이다. 고대 구로병원은 최근 "에너지·물자절약 지킴이" 발대식을 갖고 에너지 절약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발대식에서 지킴이들은 ▲나는 에너지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쓰기를 생활화 한다 ▲나는 솔선수범해 에너지·물자절약운동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나는 지킴이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운동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선서를 했다.

 이들은 전기, 가스, 수도와 각종 소모품 사용을 전년대비 5%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병원과 각 부서에서 에너지·물자 절약에 솔선수범해 나가고 있다.

실제 지킴이에 임명된 이들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전직원에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관수 원장은 "병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와 함께 절약하는 습관과 행동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지킴이들을 시작으로 모든 교직원이 지혜와 힘을 모아 5% 절감이라는 목표를 이뤄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소해 보이더라도 에너지 절감 노력은 실제 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순천 성가롤로병원은 지난해부터 에너지 절약·의료장비 관리·물관리·전기관리·의식관리를 위해 각각의 세부 항목 100가지를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컨대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등관리를 하고 PC관리, 의료기기 및 전기기구 관리 냉난방 기구 관리, 엘리베이터 관리 등을 실천전략으로 세웠다.

 전화요금 관리를 위해 핸드폰 사용보다 집전화 사용을 장려하고, 수도요금 줄이기 비법을 위해 개수대 사용, 샤워실 사용, 화장실 사용 등의 활동 내역을 표시했다.

 잔반 줄이기 운동을 통해서도 잔반을 남길 때 1회 벌금 1000원을 징수해 벌금은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고 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전기, 가스, 수도, 전화, 의료소모품 등의 관리비의 측면에서 절감 운동 전보다 매달 1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량 절약을 할 수 있었다.

 주요 관리비 비중도 절감 활동 시작 전에 비해 1년 후 3분의 2 수준으로 내려갔다.

 병원 차원으로 창출된 수익은 의료봉사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모든 직원이 함께 동참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냈다. 이명숙 간호과장은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결국 소정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며 "전세계적인 불황 상태에서 불필요한 비용 절감을 토대로 개선과 도약의 기회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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