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의료기관 환경친화적 변화 요구
병원 배출 유해물질만 줄여도 사망자 크게 줄일 수 있어


 세계사회의 가장 큰 위협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들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경고 수준에서 현실에 임박한 사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쪽으로 머리를 모으고 있는 것. 병원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구는 지금 병원에게 친환경적인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NGO 그룹인 "Health Care Without Harm(HCWH)"와 함께 위한 국제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시행, 그 첫 발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병원의 자세를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체건강의 위협에서 병원은 보건유지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WHO는 병원 자체가 고량의 에너지와 자원이 소모되는 건물이라고 지적하며 병원·의료계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병원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6%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보건관계 건물들은 매년 85억 달러를 에너지 소모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영국 역시 공공보건 영역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향이 180만톤 이상으로 영국 전체의 25%을 차지하고 있다.

 WHO는 병원이 환경친화적인 병원으로의 노력을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시킴은 물론 경제·사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보건의 향상으로도 환원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병원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의 감소를 통해 심혈관·호흡기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여러 국제기구들도 보고서를 통해 유럽에서 2020년까지 30%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킬 경우 10만5000명의 사망자를 줄이고 2800명의 입원건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라질, 101개 병원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
미국·싱가포르·스웨덴도
열 사용 방식 개선 나서

 현재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는 친환경적인 병원시스템 구축을 위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브라질은 101개 병원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성 프로젝트를 실시, 1035kw의 전력 필요량을 줄인 결과 연간 5769Mkw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었고 비용도 25% 절감됐다.

 이와 함께 브라질은 중소병원들을 독립적인 정부보건통합시스템(Government Health Unified System)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브라질 전체 병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보건분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사용량을 8%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냈다.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와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WHO는 에너지 효율성의 재고와 재생에너지 기술 등과 함께 진행된다면 에너지 소비 감축과 의료의 질 향상이 서로 상반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WHO는 원내 전기나 소각열을 비축해 재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재활용을 통해 500MW의 잠재적인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공조냉동공학회(ASHRAE)도 지난 1월 학회지에 여름에 모인 열로 겨울에 건물에 에너지를 제공하고, 겨울의 모인 눈으로 여름에 건물을 식힌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스웨덴 병원이 여기에 해당하는 예로, 겨울동안 자연·인공설로 큰 저수통을 얼리고 여름 등 병원을 식히거나 찬물을 공급할 때 냉기를 사용하는 방식을 적용해 70%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내고 있다.

 한편 시스템 이전에 건물 자체의 디자인과 건축과정에도 환경적인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WHO는 병원의 위치와 대중교통, 주변 건물들, 조경, 자연광, 저연통풍 등이 고려되야 추후 친환경 의료시스템 구축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싱가포르 창이종합병원(Changi General Hospital)의 경우 로비에 다양한 나무를 심은 것은 물론 옥상에 청경재배 농장을 설치했다. 이는 건물 온도를 낮추는 역할과 함께 병원 음식에도 사용되고 있다. 병원은 자동문, 햇빛 등 작은 부분에도 친환경 디자인을 도입해 연간 80만달러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WHO는 인도 샴바하브나 트러스트 클리닉(Sambahavna Trust Clinic)을 또 다른 예로 들었다. 이 병원에는 만성질환을 앓는 지역주민들이 연 1만명 방문한다. WHO는 이 병원이 가지고 있는 야자나무 정원, 빗물경작시스템, 농업을 위한 물의 재사용 등이 대표적인 친환경 디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친환경 디자인은 병원의 규모와 비용에 상관없이 지역적으로 환경적인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지역사회 보건향상을 고려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요소들을 찾기 위해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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