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유럽 폭염 사태 3만5000명 사망
"고온스트레스" 합병증 치사율 높아
사망도 부르는 열사병 진단 어려워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은 여름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여름을 더 길고 무더워지게 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최초의 폭염주의보는 6월 24일로 예년보다 11일 가량 빨리 발령됐다.

 더위는 사람들의 생활에 불편함을 주지만 대부분 더위가 불편함을 넘어서 건강을 "위험" 수준에 이르게 하고 심하게는 사망까지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아주의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는 제7차 기후변화건강포럼에서 2003년도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사태는 이런 무지함으로 인한 피해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의 폭염으로 유럽 전체에서 3만5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고 프랑스에서만 사망자수가 1만7000여명에 달했다.

이 사건은 폭염이 단순히 평소보다 온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의 사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재해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줬다. 이를 기점으로 세계적으로 폭염에 대한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고 국가적인 대비시스템도 구축되기 시작했다.

 제7차 기후변화건강포럼에서는 폭염을 주제로 각 처 관련 인사들이 현재의 기후상황과 정책적인 대비책들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폭염은 재해" 인식 못해


 세계적으로 폭염의 위험도가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폭염을 재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대 응급의학과 송경준 조교수(보라매병원)는 제7차 기후변화건강포험에서 "진료코드에 "폭염"이 지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다양한 내장, 혈관 관련 질환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폭염을 단독 사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일상생활에서 폭염으로 진단된 사례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폭염관련 질환은 체내 열기가 누적되거나 수분이 부족한 경우 흔히 발생하고 열경련, 열부종, 열실신 등 더운 날씨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경증질환의 경우 휴식으로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중증질환의 경우는 심각도가 다르다.

특히 열사병의 경우 중심체온이 40.5℃ 이상으로 상승하지만 체온을 조절하는 열중추가 기능하지 않고, 중추신경 기능장애, 다기관부전 등 합병증도 야기해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

 문제는 열사병이 쉽게 진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 조교수는 "체내의 고온스트레스가 혈관수축과 내장기관의 허혈성 부전을 야기하고, 장기손상으로 인한 열이 폐혈증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환자가 고온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쉽게 열사병으로 진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폐혈증으로 인한 신부전에 대한 원인을 열사병에서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열사병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뇌병증, 횡문근융해증, 신부전, 급성호흡부전증후군, 심근손상, 간손상, 허혈성장손상, 췌장손상, 범발성혈관내응고장애, 혈소판감소증 등이 꼽힌다.

 이와함께 송 조교수는 "미국 도시 지역에서는 10만명 중 17.6~26.5명,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2~250명이 열사병 환자로 나타나고 있다. 열사병 환자들의 사망률은 절반 가량이다"며 열사병의 높은 치사율을 강조했다.

한국서도 "한여름 사망" 증가

 송 교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통계를 제시했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에서도 1994년 7~8월 30℃가 넘는 날이 31일 이어졌고 그 중 35℃가 넘는 날이 15일을 넘어 이 기간 사망자는 574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94명의 초과사망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50년대 3℃, 2080년대 5℃ 상승하면 서울시에서 2033년 322명, 2046년 477명, 2051년 640명이 여름철 고온으로 사망할 것이라 예측했고 이런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서울의 평균 기온은 1908~2007년 사이 약 2.4℃가 증가해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보다 약 3배 정도 높은 폭으로 증가했고 연평균 최저기온도 3.7℃ 상승했다고 말하고 있다. 여름철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열파도 같은 기간에 2배 가량 늘어났다.

이런 증가추세는 지속돼 2100년에는 약 4℃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겨울의 최저기온의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2090년에는 겨울이 2달 미만인데 비해 여름은 5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는 폭염에 대한 폭염도우미, 무더위쉼터 등 다양한 취약계층 중 노인들을 고위험군으로 보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1994년 폭염 때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을 가진 노인들의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 심혈관질환의 경우 60세 이상 인구에서 100명 중 4~5명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시는 노인복지과를 주축으로 독거노인, 저소득 재가노인 등에 대한 DB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운용되고 있는 기상청이나 중앙재난안전관리대책본부에서 발령되는 폭염 특보 등을 신속하게 전달받아 문자서비스 제공 및 도우미들을 통해 이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폭염 시에 활용되는 도우미는 방문건강관리요원,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가정도우미, 가사간병도우미, 재난부서 지정도우미 등으로 폭염특보가 발령된 경우 노약자, 독거노인들을 관리하게 된다. 이들은 1일 1회 이상 안부전화 등 독거노인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소방방재청 방재기획과에서 배포한 행동요령을 시행함과 동시에 건강악화 예방, 긴급 시 이송을 위해 보건의료서비스와 연계해 진행한다는 안이다.

 또한 폭염 시 대피할 수 있도록 보건소, 경로당, 주민자치센터 등 평소 노인들이 자주 활용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지역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2559개소를 지정해 12만8055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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