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검사 받다가 갑상선 결절 찾는 경우도 많아

 갑상선암은 암의 진행속도가 느리고 초기암은 수술 후 20년 생존율이 98%에 달하는 등 소위 "거북이 암", "착한 암"으로 알려졌다.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는 말이 그리 억지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급증하는 환자에 비해 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가장 많은 대기 환자가 있는 암이기도 하다.

 의학계는 갑상선암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데 대해 발병률이 아닌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유방암 진단을 받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갑상선 결절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초음파기기 등 진단기기가 발달하면서 미세한 결절도 발견하기 때문에 발견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20년새 종양 크기 1.44cm 감소

 단일 의료기관의 조사지만 20년 간의 국내 갑상선암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갑상선암이 증가한 것이라는 주장에도 설득력을 실어주는 결과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교수팀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난 20년 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 8909명을 조사한 결과 1989년 47명에 불과했던 갑상선암 수술 환자가 2008년에는 2363명으로 5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갑상선암의 평균 크기는 1992년 2.38cm에서 2008년 0.94cm으로 점점 작아졌다. 갑상선암 환자의 급증 추세, 종양 크기의 감소 등의 변화는 실제 암 발생이 증가한 것일 수 있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갑상선암 발병 평균 연령은 1993년 39.5세에서 2008년 47.2세로 상승했다. 전체 환자 중 30~40대 환자가 54.2%(4834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10년 생존율이 65% 이하인 갑상선 수질암의 평균 발병 연령이 35.7세로 가장 낮았다.

 또 위험이 적은 갑상선 유두암, 여포암의 경우 남녀 성비가 각각 1:6.4, 1:4.8로 여성이 크게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수질암, 미분화암의 경우 1:2, 1:2.3으로 여성 두명 중 남성이 한명 꼴이었다.

또 여성은 4기의 비율이 전체의 7.3%에 그친 반면 남성은 4기의 비율이 13.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일수록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결절 있을땐 남성이 암 확률 높아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5~6배 갑상선암의 위험이 높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여성호르몬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남성 갑상선암의 증가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주요 대형병원의 갑상선암 통계를 보면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이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도별 남성 갑상선암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1999년 10.91이었으나 2007년에는 134로 위암, 대장암에 이어 남성암의 3위를 차지했다. 8년 만에 남성 갑상선암 발생확률이 12.2배 늘어난 것이다.


 삼성의료원 암센터의 통계를 봐도 지난 1년 동안 남성 갑상선암이 1.73배나 증가했으며 이 같은 변화는 수술건수에서도 확인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최근 수술건수를 분석한 결과 남성 갑상선암 수술 비율이 3년만에 8.2% 증가했다.

세브란스병원도 지난 20년간 수술받은 남성 갑상선암 환자를 5년 단위로 집계한 결과 1989~1993년 57명에 불과했으나, 1994~1998년 91명으로 늘었다. 또 1999~2003년 210명, 204~2008년에는 무려 880명으로 증가했다.

 연세의대 박정수(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갑상선에 결절이 있을 때 암일 확률이 여성은 5% 정도지만 남성은 10%나 된다"며 "남성의 경우 울대뼈가 나와서 암이 커져도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아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이 가능성 배제하면 안 돼

 갑상선암을 포함한 갑상선 결절의 빈도는 전체 인구의 20~45%에 이를 정도로 그 빈도가 높은 흔한 질병으로 대부분 크기가 작아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나 이중 5%는 악성종양이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암세포의 진행속도가 느리고 수술 후 생존율도 초기 암일 경우 98%에 달하는 등 월등히 높다.

 대한갑상선학회는 ▲45세 이상 ▲암 크기가 4cm 이상 ▲갑상선 외 다른 부위로 전이됐을 경우 ▲남성 갑상선 암을 고위험군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저위험군으로 알려진 1㎝ 미만의 갑상선 유두암도 주변의 전이 여부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 의학계에서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가톨릭의대 박우찬 교수팀(성모병원 외과)이 2006년 1월부터 2008년 1월까지 2년간 갑상선 유두미소암 수술 환자 245명의 수술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술전 측경부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어 측경부 림프절을 제거한 환자 39명 중 12명(30.8%)이 실제로 측경부 림프절에 암이 전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명 환자 중에서 3명은 중앙부 림프절을 통하지 않고 측경부 림프절로 도약 전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우찬 교수는 "작은 갑상선암이라도 수술전 경부림프절에 대한 충분한 검사로 중앙부를 포함한 측경부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전이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이를 고려해 수술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암의 진행 속도도 느리고 치료 후 생존율도 높지만 암은 암인 것이다.

흉터없는 내시경·로봇 수술 각광

 젊은 여성에서의 갑상선암 발생빈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수술방법에 있어서는 미용적인 측면이 중요시되고 있다. 고식적인 갑상선절제술시 목 중앙에 6~8cm의 수술 절개창이 남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영구적인 반흔을 남기기도 한다.

목 안 갑상선에 생긴 암이란 상처는 치료했지만 목 정중앙에 보기에도 불편한 또다른 상처가 남는 것이다. 갑상선 수술에서의 최소침습수술은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에서 출발한다.

1996년 Gagner 등이 내시경 부갑상선절제술을 보고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복강경 수술법의 발달과 내시경용 수술기구의 개발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됐다.

 우리나라는 1998년 강북삼성병원 외과 박용래 교수가 양쪽 유방의 유륜 부위를 1cm 가량 절개해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갑상선 내시경 수술을 처음 도입한 이후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웅윤 교수팀이 겨드랑이를 통한 내시경 수술법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상처를 최소화하는 여러 방법들이 고안돼 이용되고 있다.

 겨드랑이에 내시경을 주입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갑상선 절제술은 수술용 로봇의 등장으로 더욱 진일보했다.

 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클리닉 정웅윤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최단기간에 갑상선암 로봇 수술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갑상선암에 로봇 수술을 도입한지 1년 만인 지난 1월 348건을 돌파하더니 7월 2일 현재 총 583건의 수술을 시행했다.

 정 교수는 "기존의 갑상선암 수술은 목 부위를 절개해 암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환자들이 흉터가 남지 않는 로봇 수술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며 "로봇 팔을 이용하면 정교한 암 절제 및 성대신경, 부갑상선, 혈관손상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이용한 갑상선암 수술은 암이 인근 기관지나 식도, 림프절 부위로 전이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으며 현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검사비와 입원비 등을 포함해 1000여만원 가량의 고비용이 든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조기 진단율이 높은 대표적인 암으로 갑상선 절제술이 로봇 수술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