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는 CEO 위해
"병원이 직접 찾아가자"


 얼마전 미국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의 건강 악화설로 갖가지 뉴스와 루머가 난무했다. 2개월 전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이 회복한 다음에서야 발표, 철저한 비밀주의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잡스가 애플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그 사이 주가가 폭락할까봐 회사 차원에서 철저히 대비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 CEO의 건강은 기업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CEO들의 건강관리를 해주는 동시, 병원의 VIP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A기업 CEO 담당 주치의" 등 병원계에서 나서고 있는 기업 CEO를 위한 마케팅을 살펴본다.


주치의 결연으로 연결고리 강화
내원 어려운 경우 방문 상담도



 현재 기업CEO들이 선호하는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월간 현대경영"이 국내 500대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2009 CEO 명품"을 조사한 결과, 종합병원 부문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무려 50.34%를 차지했다.

 이어 서울대병원(17.69%), 서울아산병원(14.97%)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들 병원에 한정된 것이 아닌, 다른 병원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CEO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CEO와 "주치의 결연"을 통해 병원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움직임이 많다.

 인하대병원은 인하대와 공동으로 "건강문화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 입과한 CEO에 대한 주치의 및 주치간호사 결연을 통해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나섰다. 영종발전협회 채기석 회장과 금강오토텍 강춘식 대표 등은 지난달 순환기내과 박금수 교수 등 10명의 전문의와 이윤경 특수간호팀장 등 9명의 전문간호사와 1대 1 주치의 및 주치간호사 결연을 맺었다.

 1대 1 방식의 평생 맞춤 의료자문 및 설계를 해주는 것으로 주치의는 고객의 모든 건강 및 질병과 관련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주치간호사는 고객의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상담 등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

박승림 인하대병원장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CEO들을 위해 유익하고 품격 높은 과정을 운영하게 된 것"이라며 "과정을 통해 만난 CEO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인하대병원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고대 구로병원도 인근 구로 디지털단지와 연계한 CEO 건강관리에 나섰다. 병원은 최근 구로디지털1단지 기업인연합회와 단체진료협약을 체결, 상호발전을 위해 유기적으로 진료에 대해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디지털단지에 입주한 CEO를 비롯해 직원들에게도 종합건강진단 감면과 진료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는 지난달 부천과 인천, 서울지역의 CEO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건강관리 프로그램인 "피닉스 클럽" 운영을 시작했다.

 50명에 한해 연회원제로 운영되는 피닉스 클럽에 가입하면, 개인별 주치의와 헬스 매니저로부터 건강관리를 받게 된다. 연 1회 고급 숙박 종합검진 서비스를 제공받고, 365일 24시간 내내 주치의 건강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이동이 잦은 CEO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헬스 매니저가 회원을 직접 방문해 건강 체크와 상담을 실시하며, 해외출장 시에는 필요 예방접종과 개인 건강 상태별 맞춤 약품 제공 등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센터 관계자는 "외래 진료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정기적인 그룹 미팅으로 주치의와 회원 간 친목도모를 위한 사교의 장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국대병원 심찬섭 소화기병센터장 겸 건강증진센터장도 한달에 한번 기업 CEO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건강식을 함께 먹거나 운동을 같이 하는 시간을 가진다.

 심찬섭 센터장은 "CEO와의 네트워크는 다양한 분야의 다른 CEO들도 연결되고 있다"며 "향후 검진센터를 확장하면 이런 움직임을 보다 확대해 VIP고객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내 회의시설 등 CEO를 겨냥한 특별 시설을 마련하는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개원한 서울성모병원 21층에는 한강과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급 VIP병실"이 자리하고 있다. 하루 입원료만 400만원 이상에 달하는 가장 큰 VIP병실은 185㎡로 정부 주요 관계자나 기업CEO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수행원들이 머물 수 있는 넓은 거실도 갖췄다. 의료진 출입구가 별도로 있으며 지하주차장까지 연결된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완벽한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입원 중에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전용 회의실도 갖췄다.

 내년 초 구 삼성본관 빌딩에 문을 열 계획인 강북삼성병원 검진센터 역시 CEO 건강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광화문 일대에 기업이 많은 만큼, 도심에서 활동하는 기업CEO들에게 검진센터를 헬스 매니저 형태로 운영해 보겠다는 취지다.

 병원 관계자는 "기업건강연구소 개설을 통해 기업 CEO와 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기업주치의 제도를 선보일 것"이라며 "나아가 건강한 기업을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개원가에서는 피부미용, 성형 영역에서 CEO를 위해 홍보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자 웹사이트 조사결과, CEO 3명 중 1명은 성형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CEO의 얼굴은 기업의 얼굴인 만큼,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외모에 신경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CEO의 경우 젊어 보이는 인상을 위해 미세 지방이식수술을 하거나 주름을 펴는 시술을 많이 하려 하고 있다"며 "CEO의 바쁜 일정을 위해 사전에 예약을 받아 토,일요일에도 1대 1 맞춤진료를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CEO는 일반 직장인보다 한결 자금의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가의 시술도 마다하지 않아 특별히 신경쓰고 있는 측면이다.

 지금 병원계에서는 다양한 시도로 기업 CEO를 위한 VIP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CEO는 어느 정도 재력은 가지고 있으나, 시간적인 여유가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어렵고, 필요하다고 인식하지만 자칫 자기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

 불황에는 건강은 커녕 심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CEO들도 대단히 많다. 이러한 측면을 노리고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CEO를 비롯해 직원들까지 폭넓게 고객층을 만들 수 있으며 동시에 건강한 기업 만들기도 가능해질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