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화 연결시킬 뒷받침 부족

14개 성공…인력·기술·병원등 개발환경은 갖춰
재정지원 안되고 사업타당성 조사에 시간 뺏겨

 지난 5월 삼성이 "바이오 신약"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전략적 행보가 알려지면서 의약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내용은 "바이오헬스 파트에서 신약개발을 포함 다양한 모든 것들을 검토중이지만 사업과제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그룹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회사 탄생" 가능성으로 인해 여전히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풍부한 자금력과 임상시험까지 진행할 수 있는 삼성전자-삼성전자종합기술원-삼성서울병원이 어우러질 수 있는 배경은 앞으로도 촉각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LG생명과학이나 SK케미칼 등에 이어 삼성이 뒤늦게 신약개발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신약개발은 막대한 자금, 기술, 오랜 기간이라는 가시밭 길을 거쳐도 일부에서만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노크를 하는 것은 성공은 곧 미래 황금시장을 여는 폭발력이 큰 배경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15∼20%로 높은 데 반해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평균 4∼7%선이다. 제약 관련 전체 연구개발비가 지난 2003년 2887억원, 2007년 5846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하지만 2007년 총 매출액의 16.7%(80억9000만달러)를 지출한 화이자 한 회사의 7.1%에 불과한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꿈꾸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결국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물질개발 후 거대 제약사에 권한을 넘겨 개발을 지속토록 하는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난관에서도 우리나라는 SK케미칼의 "백금착체 항암제 SKI 2053(상품명 선플라주)"의 1999년 국내 신약 1호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현재 14개의 신약이 개발됐고 우수인력과 노하우, 꾸준한 투자가 있어 신약개발 가능성이 낮은 것 만은 아니다.

 정부도 여기에 발을 맞췄다.

 신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제약산업을 꼽고 추진에 나서고 있다. 우선 약물개발과 임상시험 심포지엄 등을 꾸준히 개최, 신약개발을 위한 이론적 토대 다지기와 함께 정책적 지원이 눈에 띈다.

 지난 23일 국가임상시험사업단과 함께 주관한 "새로운 전달체계를 이용한 약물개발과 임상시험"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기간과 비용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앞서 19일 국립암센터에선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국가로의 도약"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을 지원, 신약개발 주인공들의 경험을 듣도록 했다.

 노바티스에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개발을 주도한 Alex Matter 박사, 화이자에서 신장암 위암 치료제인 수텐 개발을 이끈 Darrel Cohen 박사 등 블록버스터급 항암제 개발 경험 등은 우리나라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추진해야 할 지에 대해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의약계에선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철준 한독약품 대표이사 부사장은 최근 열린 국립암센터 좌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기초연구 결과를 상품화로 연결시키는 역량과 돈이 부족하다"며, 동물실험이나 각 단계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평가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를 정부가 주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장조사·특허조사·사업타당성 조사 등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면 정작 신약개발은 늦춰지거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사업 타당성이 높은 연구에 처음부터 집중하도록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2007년까지 항암제 분야 특허 937건 가운데 30건은 최적화 가능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본다"며, 국가가 주도하여 기초연구에서부터 임상단계에서 사용하는 상품으로 연계시키기 위한 가교적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준 부사장은 또 임상시험 상위 단계로 갈수록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지원과 함께 세제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이자 맥케이 부사장에 따르면 신약개발은 평균적으로 15년 이상 걸리며, 약 8억달러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고위험·고비용이 필요하다.

질병 패턴의 변화로 알츠하이머, 당뇨병, 암 등 신약개발 포커스 질병 또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신약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의 기회에 재원을 집중 할 수 있도록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연구 인력과 기술 인프라,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세계적 수준이며, 오피니언 리더의 R&D에 대한 의지와 윤리기준 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약개발이나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임상시험 분야 등이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