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직업성 폐질환에 대한 기초연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직업성 폐질환 분야에서는 직업성 악성중피종, 직업성 천식, 직업성 폐암에 대한 감시체계를 운영해 유병률 조사부터 분포현황 등 기초자료들을 구축하고 있다.

악성중피종 유병률 직업적 원인이 절반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의해 발생하는 종양으로 평균 생존기간이 12개월이다. 소량의 노출로도 장기간 잠복기를 거쳐 암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도도 높다.

악성중피종 감시체계는 2000년 대한병리학회 심폐병리연구회를 주축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감시체계를 담당하고 있는 연세원주의대 병리학과 정순희 교수는 국내 중피종 유병률이 1995년 이전 18건에서 2004년에 42건, 2005년 37건, 2006년 53건, 2007년에는 55건으로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의 악성중피종 유병률은 20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남녀간 유병률에는 큰 차이는 없었지만 직업관련 유병률이 42.3%, 환경적 원인이 16.7%, 나머지는 원인불명으로 나타나 작업장에서는 물론 일상환경 에서 석면에 노출되는 비율도 낮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한편 아직 지역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 교수는 "악성중피종 연구에 대한 기반은 구축됐다"며 추후 유병분포의 세분화와 이를 감안한 예방책의 수립이라는 연구목표를 밝혔다.

석면 디젤분진 니켈 등 폐암 유발

 폐암은 국내에서도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암으로 치사율이 높고 5년 생존율이 낮다는 점과 함께 흡연이 가장 큰 위험요소이자 원인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직업성 폐암의 경우 이전 연구들에서는 흡연과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지만 감시체계를 통한 환자와의 문진과 설문을 통해 약 80~90%가 흡연, 10%가 직업 및 환경적 노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직업성 폐암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 석면, 규산, 디젤엔진 베기가스, 니켈화합물, 6가 크롬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직업성 폐암 감시체계는 4년차로 수도권을 포함한 영남, 호남, 충청, 중부, 강원 등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감시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올해 감시체계 사업에서는 기존 7개 병원에 3개 병원을 더 추가해 감시체계를 활성화시켰다.

 임 교수는 "최근 여성에서의 직업성 폐암 유병률과 함께 전체 유병률도 높아졌다"고 지적하며 "폐암도 직업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매년 약 1만4000여명의 폐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업·환경적 노출을 막음으로써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실질적인 유병률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천식 환자 4~16% 일터서 유발

 직업성 천식은 직업성 폐질환에서는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감시체계에서 나타난 바로는 전체 국내 천식환자 중 적게는 4%, 많게는 16%가 직업성 천식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의대 산업의학과 송재철 교수는 "연간 발생하는 천식환자의 수를 생각하면 꽤 높은 유병률이고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직업성 천식 감시체계는 2004년부터 전국 규모로 수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지난 6년간 200례의 새로운 환자를 확인했다. 송 교수는 그간 "자동차부품공장, 제빵공장의 집단발생을 보고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며 감시체계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감시체계를 통해서 보고된 천식유발 직업들로는 도장업, 금속가공업, 부품제조업, 약품제조업, 가구제조업, 폐합성수지처리, 스티로폼제조업 등이 높은 비율로 나타나 전반적인 제조업 종사자들이 직업성 천식의 위험군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임상에서도 관심 가져야


 하지만 감시체계사업이 순탄하게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송재철 교수는 감시체계도 경제한파를 피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근로환경의 악화와 함께 직장생활 자체가 불안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스스로 직업성 질환을 보고하는데 적극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직업성 질환이 확인되면 유해물질의 노출을 막기위해 다른 직업으로 옮겨야 하지만 근로자들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방과 이를 위한 임상에서의 관심이다. 모든 직업성 질환 감시체계들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부분은 환자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이다.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석면폐증 등 일부 질환 이외 천식, 폐암 등이 직업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짧은 외래진료시간이지만 의사들이 질환의 치료 및 관리에 비해 환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국내 일차 진료의사의 COPD 진료실태 조사(경희의료원 호흡기내과 박명재 교수 외)"에서 폐활량계를 보유하지 않은 의사는 31.6%로 나타났다.

이들 중 38.2%가 "검사 대상환자가 없다"는 이유를 꼽아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폐활량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62.2%로 나타났다는 점은 직업성 폐질환에서 COPD가 가장 큰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차 의료기관의 낮은 관심도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미국흉부학회는 직업성 천식의 진단과 관리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연구(Chest, 2008;134:1S-41S)를 발표해 의사들의 직업성 질환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연구에서는 외래에서의 직업성 천식에 대한 고려부터 진단 후의 조치까지 언급하고 있다.

 연구에서는 ①새로이 발생한 천식이나 악화된 천식 증상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에서 직업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 ②천식에 대한 진단 및 상병의 발생시점을 정확히 결정함 ③천식이 확진되면 유발 및 악화요인을 평가함(약화요인; 직업력과 알레르겐, 운동 및 한냉, 작업공정, 환기상태, 보호구착용, 동료증상, MSDS, 노출의 시기 및 정도 등) ④천식으로 확진되지 않은 경우, 천식유발증상을 보이는 다른 원인(성대이상, 과민성폐렴, 정신적 요인 등)을 평가함 ⑤확진된 천식과 작업과의 관련성을 평가함(업무에 따른 증상변화, 폐기능, 면역학적 검사 등) ⑥직업성 천식으로 확진되면 감작물질 및 자극물질에 대한 관리 및 산재보상의 적용 검토 ⑦직업악화성 천식으로 진단될 경우, 환자의 증상 모니터링 및 보상, 동료 근로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 검토의 접근과정을 제시했다.

환자에 대한 추가적인 작은 관심을 근로자들의 건강은 물론 산업현장의 환경개선과 예방대책 수립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공중보건이라는 단어에 근로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한다.

▶도움말:
▲한국산재의료원 직업성폐질환 연구소 소장 최병순·연구원 박소영 ▲송재철 한양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정순희 연세원주의대 병리학과 교수 ▲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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