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과용으로 인한 만성매일두통(TM with MOH; Transformed migraine with medication overuse headache)으로 진단받은 백 씨(35)의 사례를 살펴보자. 25세부터 편두통을 앓고 있는 그녀는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이틀간은 아무 일도 못한 채 누워 있어야 할 정도의 중증 환자이다. 처음에는 약국에서 진통제를 구입해 복용했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기에 신경과를 찾았다. 그러나 처방마다 진통 정도에 차이가 있었기에 본인에게 맞는 처방약물을 찾던 중 최근에는 트립탄제제를 통해 증상을 조절해 왔다. 트립탄제제는 복용시 30분 이내에 증상이 가라앉아 백 씨는 긴장성 두통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뒷목의 뻣뻣함이 느껴질 시에도 예방차원에서 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백씨는 매일 두통증상을 경험하며 주 3일 이상 트립탄제제를 복용하고 있으나, 복용 후에도 두통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아 때로는 증량하여 복용하기도 한다.


NSAID·프레드니손 등 금단두통 증상 완화
일차 치료때 MOH 고려한 복약지도 이뤄져야


 MOH는 두통시 진통제의 만성적인 오남용에 따라 간헐적 두통이 지속적·다빈도 두통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4%가 진통제를 오용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인구의 1% 이상(한국의 경우 45만명 정도)이 MOH를 경험한다(Lancet Neurology 2004;3:475).

새로이 편두통으로 진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연구는 12개월 내 이들의 9% 이상이 MOH로 발전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만성매일두통 30~60%가 MOH

 전형적인 환자는 30~60세의 여성으로 십 년 이상 편두통 또는 긴장성 두통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 두통의 가족력이 있을 수 있고 증상 발생은 종종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반드시 이 같은 환자에만 국한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만성매일두통의 30~60%를 차지하기에 잦은 두통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가 진단 대상이 될 수 있다.

 실버스테인과 립톤이 정의한 바(S-L criteria)에 따르면 ▲1달 이상 아스피린이나 아세타미노펜같은 단순진통제를 1주일에 5일 넘게 하루 1000mg 이상 복용하거나 ▲카페인이나 바비투레이트가 포함된 복합진통제를 1주일에 3일 이상 하루 4정 이상 복용하거나 ▲마약의 경우 1주일에 2일 넘게 하루 2정 이상 복용 ▲에르고타민을 1주일에 경구로 1mg 넘게, 좌약으로 0.5mg 넘게 사용하는 경우 약물과용이라고 한다.

따라서 환자에게 있어 약물과용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용한 약물과 사용한 용량, 주당 사용일수, 그리고 과용한 총기간 등을 체크하고, 약물 중단시 발생하는 반동현상에 대해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

 MOH를 잘 일으키는 약물로는 에르고타민, 트립탄, 단순진통제, 아편유사제, 복합진통제 등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트립탄이 에르고타민 및 아스피린, 파라세타몰과 같은 단일 진통제보다 낮은 빈도로 복용시에도 보다 빨리 MOH를 유발한다는 것이다(Neurology 2002;59:1011).

한편 카페인과 에르고타민 합제인 카펠고트(노바티스)처럼 카페인, 코데인 및 바비투레이트와 진통제를 병용시 MOH로의 진행이 보다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두통 환자를 가장 많이 대면하는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 강조된다. MOH 위험인자를 고려한 처방과 복약지도가 예방을 위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MOH 위험군으로는 잦은 편두통 또는 긴장성두통 환자를 들 수 있다. 관절염 등 다른 이유로 진통제를 먹는 환자 중 두통 병력을 가지고 있다면 역시 MOH 발생 위험이 있다. 두통 통증을 걱정해 예방적 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위험군이다.

금단 두통 1개월까지도 나타나

 MOH의 일차치료는 과용약물의 복용 중단이다. 장기간 과용해 온 약물을 중단할 경우 금단증상으로 심한 두통, 구역, 구토, 흥분, 초조감, 발한, 빈맥, 불면증 등을 경험하게 되는데 대개 2~10일 정도 지속되나 환자에 따라서는 1개월 가까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복용 중단과 더불어 대증요법과 함께 금단성 두통을 위한 교량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교량요법으로는 비스테로이드소염제(NSAID), 프레드니손, 프로클로르페라진 정맥주사 등이 이용된다.

 NSAID중에서는 나프록센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특히 에르고타민계 MOH 환자에서 과용약물을 중단하기 하루 전부터 나프록센 500mg을 1일 2회로 시작해 8일간 투약하면서 과용약물을 중단하면 그냥 중단하는 환자들에 비해 두통으로 인한 고통이 훨씬 적다는 보고가 있다.

 프레드니손은 반동두통같은 금단증상을 확실히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과용약물을 한 번에 중단하고 처음 이틀간은 60mg씩, 다음 이틀간 40mg씩, 마지막 이틀간은 20mg을 투여하면서 동시에 예방약물을 투여하기 시작하는 프로토콜을 따라 이행요법을 시행할 경우 30일째 평가 결과 두통의 횟수가 현저히 낮았다.

예방약물은 통상적인 편두통 예방에 이용되는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 네파조돈 등이 사용된다.

두통양상 따른 복약지도 필요

 과용약물을 완전히 중단한 후에는 많은 환자들이 원래 있던 삽화성 편두통 형태로 돌아간다. 이 때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을 함께 갖고 있는 환자들은 다시 약물남용으로 되돌아 갈 위험이 높은데 두 종류의 두통을 구분하도록 교육시키고 반드시 편두통이 발작할 때만 편두통 특이약물인 트립탄제제를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

 편두통은 박동성 통증, 긴장성 두통은 양쪽 머리에서 뒷목으로 이어지는 통증을 특징으로 한다. 이 경우 NSAID를 제외한 급성기 치료제는 주 2회 이내로 사용토록 해야 MOH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 같은 통합적인 치료계획을 통해 8~12주간 관찰 후 치료를 종료한다.



How-to 1 병태생리기전

 MOH의 발생기전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자극의 수용에 관여하는 수용체와 효소는 나이가 듦에 따라 민감도가 낮아지지만 약물을 통한 지속적인 억제는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켜 통증 인식의 역치를 낮추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편두통 발작 중에는 두개내 혈관계를 지배하는 일차 구심성 신경원으로부터 유리된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가 혈관을 확장시키고 뒤뿔신경원들의 흥분성이 상승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두 가지 기전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대증약물의 과용으로 인해 초래된 CGRP의 상향조절(upregulation)과 자연적인 진통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뒤뿔신경원들이 지속적으로 흥분되어 결국 편두통 환자에서 MOH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트립탄과 NSAID를 장기적으로 투여함으로써 신경성형 현상(neuroplastic event)이 발생함으로 제시했다.

How-to 2 진단 척도 (ICHD 2)

A. C·D항목에 해당하며 월 15일 이상 두통인 환자로 약물에 의존하는 성향
B. 급성 치료제를 일반적으로 복용
 1. 에르고타민 또는 트립탄 3개월 이상 월 10일 이상 복용
 2. 오피오이드 3개월 이상 월 10일 이상 복용.
 3. 단순진통제 3개월 이상 월 15일 이상 복용.
 4. 복합진통제 3개월 이상 월 10일 이상 복용.
C. 약물남용중 두통 발생 또는 심각하게 악화.
D. 과용약물 중단 후 2개월 이내 이전 패턴으로 돌아감.


How-to 3 치료 힌트

▲벤조디아제핀, 바비투레이트, 오피오이드는 투약 중단 전 용량 감량이 필요할 수 있다(특히 수년간 사용해 온 경우).
▲편두통 예방약은 트립탄 및 에르고타민 중단 전에 투약한다(예; 프로프라놀롤 10~40mg 일일 3회).
▲삼환계 항우울제는 긴장성두통 치료 시 금단증상에 대한 예방적 약물로 유용할 수 있다(예; 취침 시 아미트립틸린 10~25mg).
▲NSAID는 금단성 두통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예; 나프록센 500mg 일일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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