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지속될 수록 VIP 마케팅이 뜨고 있다. 일반 고객층은 지갑을 닫는 반면, 소득이 많거나 꾸준한 이용빈도를 보이는 이른바 "VIP 고객층"의 경우 지갑을 쉽게 닫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불황이 매출에 약간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병원에서도 일반 고객과는 별도로 VIP 고객을 잡기 위한 VIP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건강검진을 비롯해 기업CEO 등으로 확대하는 병·의원의 VIP 마케팅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고객은 왕이다…왕을 모셔라"
의료기관 고급 건강검진 상품 앞다퉈 선보여

 VIP 마케팅은 백화점, 호텔, 자동차, 카드업계 등에서 활발히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들어 VIP 마케팅 강화를 위해 VIP를 작년 3만여명에서 3만5000여명으로 늘리고, 이들에게 전용 주차장 및 발레파킹 서비스, 추가 할인 혜택 등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연회비 100만원으로 소수의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만 한정 발급되는 "신한 프리미어카드"를 내놓고, 국내 항공의 전 노선에서 2등석을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등 각종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계는 VIP 마케팅으로 VIP 건강검진 상품을 너도나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맨처음 VIP 건강검진 패키지를 선보인 이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개원한 서울성모병원도 이 대열에 합류함은 물론, 다른 병원들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인근 호텔에서 하루 숙박하는 360만원 상당의 VIP 건강검진을 판매하고 있다.

64채널 CT, 3.0T MRI, 복부 CT, PET-CT 검사, 심혈관 3D CT 등의 장비는 물론, 검진을 시행하는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조기진단의 강점을 내세웠다.

 강남센터 관계자는 "타 검진센터에 비해 암 검진율을 높인 것이 강점"이라며 "이같은 입소문을 타고 많은 수가 VIP 검진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센터는 1000~1800만원 상당의 VVIP 건강검진 프로그램인 "파트너스 프리미어 CEO"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CEO 프로그램은 멤버 한 사람 마다 전담 주치와 헬스매니저(간호사)가 지정돼 365일, 24시간 건강상담이 가능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에도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CEO 검진도 유사한 형태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 예약이 이미 끝나 추가로 받을만큼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

또한 삼성서울병원 VIP 건강검진은 개인의 병력, 가족력, 현재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 대통령 주치의를 포함한 고급 교수진이 검진을 실시하며 관련 분야 전문의에게 30분동안 상세하게 결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란다. 가격은 139~306만원이다.

 서울아산병원도 지난해 5월 문을 연 신관 15층에 건강검진 이용 고객만을 위해 별도로 호텔급의 병실 8개를 마련하고, VIP 건강검진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만의 특별한 서비스 원하는 사람 늘어
과한 마케팅은 부정적 이미지 부를 수도


 검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병실에는 하루에 최대 12명의 고객만 받는다. 특실에는 벽걸이 TV, 욕실은 물론 미니바, 조리시설까지 갖춰져 있으며, 마사지 룸과 카페, 옥상정원, 갤러리 공간도 있다.

 건강 전문의는 물론 영양사, 운동처방사, 방사선사 등 무려 200명이 넘는 의료진이 건강검진센터 병동에 상주하면서 세심한 관리를 한다는 것이 특징. 1박 2일에 남자 366만원, 여자 399만원이다.

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종합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본인이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일반 환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검사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신관에 검진센터를 오픈한 이후 전에 비해 검진자가 상당히 늘었다"고 전했다.

 역시 지난해 신관 3층으로 확장 이전한 고대구로병원 건강증진센터도 2년여 동안 국내는 물론 선진국의 검진센터를 벤치마킹한 끝에 구축, 단기간 내에 가파른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접수대에서부터 검사실, 상담실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으로 꾸며진 복도에 이르기까지 여느 특급호텔 VIP 라운지에도 견줄만 한 시설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숙박 정밀검진은 2박 3일 동안 VIP 병실에 머물면서 모든 암을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600만원대로 책정해 두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는 물론 양산시장과 양산시의회 의장 등 지역의 인사들도 숙박검진을 받도록 유도하는 등 VIP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일반인의 검진 문의도 늘어난 사례. 백승완 원장은 "전국에서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라며 "동남권 지역의 거점병원으로 자리잡는데 검진센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해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은 검진상품에 특별히 신경을 썼으며, 400여만원에 달하는 숙박건강진단인 "마리안 프레스티지"는 병원 21층에 마련된 VIP 병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했다. 지난 5월 건국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에 부임한 심찬섭 교수도 "모든 이들에게 보다 많은 검진을 제공하는 동시, VIP 검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검진센터 신축 계획을 밝혔다.

 개원가에서도 VIP 검진을 내세우고 있다. 비에비스 나무병원은 VIP 내시경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장세척 과정이 끝나면 내과 전문의가 직접 병실로 찾아와 일대일로 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환자가 이동할 필요가 없어 편안할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존중된다는 설명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들어서 있는 인터케어 건강검진센터는 대학병원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춘 VIP 고객을 위한 검진센터이면서도, 가격이 10~15% 저렴하다는 강점을 내세워 집중 홍보하고 있다.

 물론, 대형병원들이 검진센터를 확충하고, 수익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기업 마케팅 관계자는 "일반 고객에게 박탈감을 줄 정도의 과도한 마케팅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며 "공공성이 강조되는 병원의 경우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 역시 "검진센터 확장에 따라 잘하고 있는 병원들조차 확장 계획을 갖게될 정도로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결국 전체 병원의 투자비용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냥 상품을 출시한다고 해서 VIP 고객이 몰려오지 않을 수도 있다. VIP 검진을 펼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VIP 검진조차 일부 대형병원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무리한 시도보다는 일반인들에게 VIP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VIP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VIP 고객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원한다. 불황과 맞물려 병원들의 VIP 검진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다른 병원들의 움직임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시설 확충과 상품 개발에 나서기 보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눈높이를 맞춘 진정한 의미의 VIP 검진을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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