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HBRA 연구 중간결과 "가족력 있을때 돌연변이 25%"


위험군 대상 선정 서양 가이드라인 적용 불합리
발병빈도 5분의 1…가족력 기준 더 엄격해야
국가차원 전향적 코호트 연구 필요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또는 난소암 가족력을 지닌 여성 중 20%가 유방암에 이환되며 전체 유방암의 5~10%는 유전성 유방암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방암의 위험인자로는 유전적 요인, 여성호르몬, 노화, 생활습관, 환경적 요인 등이 있으나 이중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은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유전성 유방암의 84%를 설명해 준다고 보고 있다(America Medical Association, 2001).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 증가폭이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특히 젊은 연령에서의 발병률이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나는 등 폐경 후 유방암 발생이 높은 서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한국 여성 유방암 발생 평균연령은 48세로 40~49세까지의 환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또 30대 미만의 환자도 16%나 분포해 폐경 전 40대 이하의 젊은 연령에서의 유방암 발생이 전체 환자의 56.6%에 달했다.

한국 유방암의 특징을 규명하고 차별화된 유방암 예방과 조기검진, 진단과 치료, 치료 후 회복에 대한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방암 빈도 따라 돌연변이 의미 달라

 이런 가운데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특성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HBRA, Korean Hereditary Beast Cancer Study)"의 중간보고를 보면 한국인의 유방암과 유전자 돌연변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KOHBRA" 연구보고에 따르면 유방암 또는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는 유방암 환자의 24.8%에서 BRCA 돌연변가 나타났다. 가족력이 없는 유전성 유방암의 고위험군은 9.4%에서 BRCA 돌연변이 유병률을 보였다.

 가족력이 없는 35세 이하의 유방암 환자에서는 11.3%에서, 가족력이 없는 남성 유방암 환자는 8.3%에서 돌연변이가 있었다. 양측성 유방암 환자는 25%에서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연변이가 있는 가계의 가족에 대한 검사는 유전성 유방암의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돌연변이 보인자의 1등친(부모, 자녀, 형제)이 돌연변이를 가질 확률은 정확히 50%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대 김성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외과)는 "유전성 유방암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돌연변이 빈도를 보고자 한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인데 서양의 기존 데이터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유방암의 빈도가 낮기 때문에 일부 조건에서는 BRCA 돌연변이의 빈도가 서양보다 높은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유방암의 발병 빈도가 서양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1명의 가족력은 서양의 2~3명의 가족력에 버금가는 유전적인 의미와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양의 데이터나 가이드라인을 우리 실정에 적용할 경우 실제 유전성 유방암 위험군이 BRCA 검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유전성 유방암 위험군에 대해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할 경우 적절한 기준이 없어 삭감이 되는 경우도 많은 현실이다.

유전자 검사 심평원 기준 모호

 2006년도 심평원 행정 해석에 따르면 BRCA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 하에 사례별로 실시하도록 돼있다. 검사 자체가 급여권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유전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검사가 급여 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급여기준팀 이숙경 과장은 "현재는 급여 항목에 BRCA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가 포함돼 있다"며 "수가 상으로는 분류돼 있으나 구체적인 급여기준은 명시돼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환자의 발병 소인 및 유전적 소인을 밝히고 치료계획 수립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인정돼 환자 본인의 검사는 급여가 되나 그 가족에게는 보험급여 적용이 곤란하다"며 "예방진료로서 질병·부상의 진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실시·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심평원 급여 기준에는 환자의 연령이나 병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성원 교수는 "보통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10% 정도면 유전자 검사를 권하는데 심평원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예상치 못하게 삭감되는 경우도 많다"며 ""KOHBRA" 연구를 통해 충실한 결과가 나온다면 이를 토대로 삭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적 예방" 효과 뛰어나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면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유방암 검진을 하고 타목시펜이나 랄록시펜을 예방적 목적에서 복용하도록 권고한다.

유전자 선별검사를 통한 예방적 중재술도 행해지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3분의 1의 보인자가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2분의 1 이상의 보인자가 난소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J Clin Oncol 2005;23).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 유방/난소 절제술이 흔히 시행되지 않는데 이에 대해 한국유방암학회에 게재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보고서에서는 △서양과 같이 유방암의 빈도가 높지 않고 그에 대한 공포가 크지 않다는 점 △예방적 유방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의료인 및 환자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한국 여성에서 BRCA 유전자의 침투력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유방암 검진이나 질경초음파 등의 유방암 및 난소암의 감시 차원의 예방은 한계가 있다. 유방암의 경우 워낙 성장 속도가 빨라서 6개월 마다 검사를 하더라도 검사와 검사 사이에 발생하는 간격암의 50% 정도이며 난소암은 80% 정도가 3기나 4기에 진단되기 때문이다.

 유방암의 경우 타목시펜을 난소암의 경우 피임약을 처방하는 화학요법은 50%의 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교수는 "피임약의 경우 장기간 복용 시 유방암의 위험이 있고 타목시펜은 BRCA-2돌연변이 보인자에서는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나, BRCA-1보인자의 유방암은 80%에서 호르몬 수용체가 음성인 경우여서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수술적인 예방의 경우 유방암은 90%, 난소암은 97%의 예방 효과가 있어 35~40세 정도 출산이 끝난 여성의 경우라면 난소절제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방적 수술은 병이 없는 사람을 수술하는 것이므로, 환자는 충분한 유전상담을 통하여 질병과 수술에 따른 합병증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우울이나 불안이 심한 경우 수술 전 충분한 정신과적 치료를 하여 이런 정신적 증상을 개선한 후 수술 여부를 재결정해야 한다.

예방 위한 정책적 접근을

 유전성 유방암 환자는 반드시 유전상담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전문 인력이나 수가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유전상담을 임상의가 일일이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유전자 보인자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불이익을 당할 위험에 대한 보호막 마련도 필요하다. 유전자 돌연변이 보인자에 대한 고용, 보험 등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생명윤리에 대한 법에 명시돼 있지만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무기록챠트에 유전자 보인자라는 표기를 하는 것도 문제인데 최근 많은 병원들이 EMR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노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뉴욕주법에는 의무기록에 유전자 보인여부를 명시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KOHBRA 연구"는 복지부가 지원해 한국유방암학회가 주관하는 유전성 유방암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전국 33개 의료기관들의 참여, 적어도 10년 이상 진행해 BRCA1, BRCA2 등 유전성 유방암의 유전자 특성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유전자 변이 모델을 만들고, 유전자-환경 상호 관계를 밝히고, 해당 보인자 코호트를 구성, 한국인의 유전성 유방암 진료지침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다.

 한국유방암학회 이민혁 이사장은 "한국인 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 보인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향적 코호트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 색출과 돌연변이 빈도에 관한 연구는 한국인 유방암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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