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고혈압학회(ASH) 연례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학술대회에서는 고혈압과 관련 항고혈압제 일차선택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담은 연구들이 관심을 끌었다. "ACCOMPLISH" 연구의 추가분석에서는 특정 항고혈압제의 심혈관 보호효과에 대한 주장이, 항고혈압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는 일차선택 약물의 전반적 혜택에 대한 견해 등이 제시됐다.
 ASH 연례 학술대회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칼슘길항제 항고혈압에 부가 혜택
병용약물 선택군 심혈관 보호 효과 가능성

"ACCOMPLISH" 추가 분석

 항고혈압제 병용 일차선택의 혜택을 검증한 "ACCOMPLISH" 연구의 추가분석에서 "ACE(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칼슘길항제군(CCB)"과 "ACE억제제+HCTZ 이뇨제군"의 24시간 활동혈압 조절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CCB 병용이 심혈관 보호와 관련 혈압강하와는 별개의 부가적 혜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난해 발표된 "ACCOMPLISH"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에서 일차선택으로 병용요법 시행 시 궁극적인 임상결과의 개선이 있는지, 그렇다면 어느 계열의 조합이 더 효과적인지를 검증키 위해 진행됐다.

 베나제프릴과 암로디핀 또는 베나제프릴과 HCTZ 이뇨제 그룹으로 환자를 나누어 심혈관 관련 유병 및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암로디핀 병용군의 이뇨제군 대비 위험감소가 20%에 달했다.

 이번 분석은 해당 결과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양군의 혈압조절 정도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573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치료기간 진료실에서 측정된 평균 수축기혈압은 양군이 129.7mmHg 대 130.3mmHg로 암로디핀 병용군이 다소 낮았으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24시간 활동혈압 역시 123.9mmHg 대 122.3mmHg로 비슷했으며 혈압 조절률(83.1% 대 84.9%)에서도 같은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합해 보면 두그룹의 혈압조절 정도에 차이가 없는 가운데, 궁극적인 임상결과는 어느 한쪽이 우수한 결과를 나타낸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CCB에 혈관내피세포 기능이나 동맥경화 진행억제에 도움을 주는 부가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반면 이번 연구를 두고 특정 계열 약물의 부가적 혜택에 대해 결론을 내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었다.

 과거 "HOPE" 연구는 ACE억제제 라미프릴이 여타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크게 줄여 준다고 보고했다.

"LIFE" 역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로살탄과 베타차단제군을 비교한 결과 ARB군의 심혈관 사건 및 사망이 유의하게 낮았다.

특이한 점은 두연구 모두 시험군과 대조군의 혈압강하 정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알도스테론-안지오텐신계(RAS) 차단계열 약물이 혈관내피세포 또는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연구를 놓고 본다면 항고혈압제 선택 시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대한 고민이 파생될 수 있다. 선택의 양 사이드에는 혈압강하와 심혈관 보호효과(심혈관질환 예방의 부가적 혜택)가 놓여 있다.

현단계에서는 전반적으로 혈압강하가 먼저이고 그 다음 부가적 심혈관 보호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중론이다. 혈압강하 성과가 심혈관질환 예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 보다 얼마나 낮추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같은 혈압강하 효과라면 부가적 혜택의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 해도 질적인 차이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1%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항고혈압제 치료에 있어 5~10% 정도로 추정되는 부가적 심혈관 보호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고혈압제 대부분 심혈관질환 예방
일차선택 문제 없어…칼슘길항제·이뇨제 효과 뚜렷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항고혈압제 일차선택에서 대부분 계열들이 위약군 대비 유의한 효과를 보여 초기선택 약제로서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의 "JNC 7" 보고서에는 항고혈압제 일차선택과 관련 "ALLHAT" 연구결과가 적극 반영됐다. 이뇨제가 여타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 일차선택 약물로 무게가 실린 것이다.

 하지만 항고혈압 요법 일차선택 시 병용의 유의성을 확인한 "ACCOMPLISH"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이 무게중심이 다소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ACCOMPLISH" 연구는 "CCB+ACE억제제 병용요법"이 "이뇨제+ACE억제제"와 비교해 심혈관 유병 및 사망률을 20% 감소시킴을 확인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미 2004년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미국의 지침이 일차치료제로 이뇨제를 우선 추천하고 있으나, 이뇨제·베타차단제 및 알파차단제·CCB·ACE억제제·ARB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항고혈압제(일차선택)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와 관련 최근까지 발표된 최대 1년 기간의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뇌졸중 예방효과 분석에는 총 60개(고혈압 환자 26만9180명), 관상동맥질환에는 총 57개(27만6396명)의 임상시험이 포함됐다.

 뇌졸중 예방효과 메타분석에서는 모든 계열의 항고혈압제들이 위약군 또는 비치료군과 비교해 유의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집계돼 일차선택으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중 칼슘길항제가 이뇨제와 필적할 만한 효과를 보였다. 이들 계열은 ARB와 비교해 다소(slightly), ACE억제제 및 베타차단제와 비교해 유의하게(significantly) 우수한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관상동맥질환 분석에서는 ARB를 제외한 모든 약물이 위약군 또는 비치료군 대비 유의한 예방효과로 귀결됐다. 이뇨제와의 비교 시에는 예방효과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ACE억제제가 ARB 또는 베타차단제와 비교해 보다 우수했다는 설명이다.

 ARB 결과와 관련해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임상시험의 제한된 선택 하에 이뤄진 메타분석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ACE억제제 등에 비해 분석에 반영될 충분한 데이터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신규 ERA, 저항성고혈압에 효과
엔도셀린 기전 사용…목표치 도달 위약군보다 2배

 신규 엔도셀린수용체길항제(ERA)가 저항성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에 유의한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됐다.

 ERA는 혈관수축 유발물질인 엔도셀린(endothelin) 기전을 이용한 것으로 보센탄(bosentan)이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번 3상 임상연구의 주인공은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다루센탄(darusentan)으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효과를 검증했다.

특히 집중 약물치료로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향후 적응증 승인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연구에서 다루센탄의 혈압 목표치 도달률은 위약군과 비교해 2배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는 이뇨제를 포함한 서로 다른 계열의 3개 항고혈압제 병합요법에도 불구하고 목표치(140/90mmHg, 신질환 또는 당뇨병 환자 130/80mmHg)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 379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기존 항고혈압제 요법에 위약 또는 다루센탄 50·100·300mg 그룹으로 나뉘었으며, 14주간 시험·관찰이 진행됐다. 연구결과 50·100·300mg 그룹의 수축기 혈압강하 정도는 각각 16.5/10.1mmHg·18.1/9.9mmHg·18.1/10.7mmHg으로, 위약군(8.6/5.3mmHg)과 비교해 모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1). 24시간 활동혈압 측정결과 역시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다루센탄 그룹 각각의 수축기 혈압목표치 도달률이 50·100mg군에서 53.1%, 300mg군에서 48.2%로 위약군(27.3%)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P<0.001).


"암로디핀+올메살탄" 복합제 Azor, 일차약 승인
FDA, 다중 약제요법 필요 환자에

 최근 결정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항고혈압제 복합약물에 대한 적응증 추가승인이 이번 ASH 연례 학술대회 발표 연구들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FDA는 지난 11자로 칼슘길항제 암로디핀과 ARB 올메살탄(olmesartan medoxomil)을 혼합한 "Azor"에 대해 고혈압 환자의 일차선택제로 적응증을 승인했다.

 "Azor"는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다중 항고혈압제 요법이 필요한 고혈압 환자의 일차선택에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다이이찌 산쿄가 개발한 "Azor"는 지난 2007년 고혈압 치료 단독 또는 병합제로 FDA 승인된 바 있으나, 이번에 일차선택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FDA는 경증~중증도의 고혈압 환자에서 유의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낸 3상 임상 결과에 근거해 적응증의 추가 승인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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