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구균 비해 감염률 낮지만 사망률 더 높아
면역체계 약해진 말기암 환자 감염되기 쉽기 때문

 국내에서도 원내감염 문제가 제기된지 오래됐지만 발생률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400~900침상을 보유한 병원들에서 보고된 원내감염률은 2006년 7~12월 7.74%, 2007년 7월~2008년 6월 7.18%, 2008년 7~9월 7.35%로 비슷한 평균 발생률을 보였다.

 원내감염으로 인해 발생한 증상들은 요로감염, 혈류감염, 폐렴이 가장 많은 가운데 요로감염, 혈류감염은 증가추세를 보였고 폐렴은 감소추세다.

 원내감염 원인균으로는 그람양성구균(gram-positive cocci)이 각각 35%, 36%, 32%로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과 장구균(enterococcus)의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부분은 그람음성간균(gram-negative bacilli)이다.

그람음성간균은 각각 39.4%, 37.7%, 38.1%로 비교적 높은 감염률을 보였고 대장균(Escherichia coli),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Acinetobacter baumannii)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요로감염은 2006년 7~12월 640건에서 2007년 7월~2008년 6월에 1455건으로 늘었고 2008년 7~9월 2달 동안에만 534건이 발생했을 정도로 증가추세에 있지만 균류(fungi)를 제외한 그람균에서 양성구균이 각각 121건, 311건, 100건을 기록한데 비해 음성간균은 233건, 562건, 202건으로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원내감염균이 무서운 이유는 내성 때문이다. 그람균들은 항균제에 대한 내성을 빠르게 획득하는데다가 수술이나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는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쉽게 감염돼 전파가 빠르다.

게다가 내성균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이나 질환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적기에 치료하기도 힘들어진다. 이 문제는 요양병원, 요양원 등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지역사회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우준희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감염률은 그람양성구균이 높지만 사망은 그람음성간균이 더 많다고 말한다.

그람음성간균 감염이 나타나는 환자는 면역체계가 현저하게 떨어진 혈액암·말기암 환자기 때문.

 하지만 내성획득과 변형을 통해 감염발생의 대상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내감염 환자에게서 확인한 내성균 중 그람양성구균인 메티실린(methicillin)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지만 그 다음으로 플로로퀴놀론(fluroloqunolone) 계열 약물인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과 세포탁심(cefotaxime)에 내성인 폐렴간균, 카바페넴(carbapenem) 계열의 이미페넴(imipenem)에 내성인 녹농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 등 그람음성간균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또다른 그람양성구균인 반코마이신(vancomysin) 내성 장구균(VRE)보다 높은 비율이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MRSA, VRE와 함께 다제내성 그람음성간균이 중환자실(ICU), 너싱홈(nursing-home)같이 면역력이 떨어진 장소에서 만연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대장균 혈류감염은 연간 10만명당 150건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황색포도상구균이나 연쇄구균 혈류감염보다 훨씬 높은 발생률을 보여주고 있다.

내성률 증가에 치료약물 패퇴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강철인 교수는 대한화학요법학회 대한감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현재 국내에서 항균제 내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병원균들을 "ESKAPE"라 칭하며 그람양성구균인 장구균(E), 황색포도상구균(S)과 그람음성간균인 폐렴간균(K),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A), 녹농균(P), 엔테로박터균(E, enterobacter species)을 꼽았다.

 이중 그람양성구균인 장구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은 이미 VRE와 MSRA로 원내감염의 주연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람음성간균들도 착실하게 내성을 획득해가며 원내감염의 주역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폐렴간균은 3세대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s)인 세프타지딤(ceftazidime)에 25~35%의 내성률을 보였고 퀴놀론(quinolone) 계열 약물의 내성률도 2002년 10% 이하에서 2004년에 30%로 높아졌다.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이균은 1997년부터 세프타지딤과 퀴놀론 계열에 50% 정도의 내성률을 보였왔다.

 널리 사용되는 이미페넴에도 2002년까지 10% 이하의 내성률을 유지하다가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폴리마이신(polymyxin) 계열 항균제에도 내성이 보고되고 있다.

 녹농균도 세프타지딤에 20%, 페니실린계열 약물인 피페라실린(piperacillin)에 30~35%, 퀴놀론에 35~45%, 이미페넴에 15~20%의 내성률을 보이고 있고, 엔테로박터균도 광범위 세팔로스포린에 47~53%의 내성률을 보이고 있다.

 강 교수는 대부분 약물내성들이 이전 항생제의 사용력, 72시간 이내 침습적 처치의 유무, 배뇨관 거치, 중환자실 재원 등에서 획득된다고 지적했다. 

내성생성의 핵심 ESBL

 강 교수는 그람음성간균이 내성을 가지는 유전적 기전들은 다양하지만 그 중 균주들의 확장스펙트럼 β-렉타마제(extended-spectrum β-lactamase, ESBL) 생성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우준희 교수도 "그람음성간균에서 ESBL 생성균은 그람양성구균의 MRSA와 비슷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며 ESBL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폐렴간균과 대장균에서 ESBL 생성은 중요한 내성기전으로 두 균의 약 60%에서 시프로플록사신 내성이 발견됐다.

내성의 위험인자로는 이전 퀴놀론의 사용력, 배뇨관의 거치, 72시간 이전의 침습적 처치를 꼽았다. 특히 지역사회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대장균으로 인한 혈류감염에서 4%는 ESBL 생성 대장균으로 이 중 60%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 교수는 최근 폐렴구균에서 ESBL 단독이 아니라 플라스미드 매개(Plasmid-mediated) AmpC β-lactamase(PABL) 효소도 동반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반되는 경우 ESBL 확인검사에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광범위 세팔로스포린 계열 약물을 사용해도 치료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

 또한 chromosomal AmpC β-lactamase(CABL) 효소 생성으로 내성을 가지는 엔테로박터균에서도 ESBL이 동반되는 경우가 30%에 달하고 있다.

CABL 생성 엔테로박터는 광범위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가지기 때문에 제4세대 세팔로스포린인 세페핌(cefepime)을 사용하지만 ESBL이 있을 경우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퀴놀론 계열 약물들 역시 새로운 내성기전인 플라스미드매개 퀴놀론(plasmid-mediated quinolone) 내성을 지닌 균주들이 증가하고 있어 사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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