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면서 수술 역시 더 적고 작은 상처를 추구하는 최소침습수술로, 궁극적으로는 상처가 없는 수술방법으로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최소침습수술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복강경 수술(laparoscopy)이 그 시초이며 마지막이 노츠(NOTES, 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s Surgery), 이 두 가지 방법의 중간쯤에 있는 것이 단일경로 복강경수술(Single port access surgery)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산부인과 수술에 있어서는 최소침습수술의 역사가 좀 다르다. 건국의대 김수녕 교수(건국대병원 산부인과)가 최근 열린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연수강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여성에서 복강 내 장기를 관찰하기 위한 내시경의 시작은 1901년 Dmitri가 질을 통해 복강경검사를 한 것이 최초의 보고로 기록됐다. 질을 이용한 노츠가 이미 100년 전에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후 1942년에 Decker가 골반강경(culdoscopy)을 소개해 1960년대 등장한 복강경보다도 자연개구부를 이용한 노츠 개념의 수술이 먼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완벽한 노츠 기술적 한계 있어

 노츠는 피부절개가 없는 최소침습수술이기 때문에 기존 외과 수술의 합병증인 유착이나 탈장의 위험성이 매우 낮으며 회복기간이 짧고 피부에 흉터가 남지 않아 미용 측면에서의 이점이 뛰어나다.

 또 개복 후에는 전신 면역 억제반응이 일어나며 이는 복강경 수술 후에도 동일하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노츠 시술 후에 혈청 TNF-α가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을 시행한 것보다 낮아 면역억제가 적을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Sugery 2008;143:318-328).

 성균관의대 전호경 교수(삼성서울병원 외과)는 "노츠 전용 스코프 개발, 봉합의 문제 등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노츠의 상용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노츠는 최소침습수술의 목적인 무흉터, 통증의 최소화에 가장 부합되는 수술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위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자연개구부를 통한 내시경 삽입 외에도 복강경을 추가로 적용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노츠가 이용되는 등 완벽한 형태의 노츠는 찾기 어렵다.

 또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정상적인 장기를 천공해야 한다는 점은 노츠의 한계로 위, 직장, 질 등에 조성한 통로를 누출없이 봉합하는 방법과 복강 내 감염의 문제 등은 좀 더 많은 연구 및 효과적인 기구의 개발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기술적인 문제는 플랫폼의 개발이다. 기존 내시경은 너무 유연해 복강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잡기 어렵고 내시경을 통한 기구의 움직임도 평행한 방향이어서 기존의 수술방식에 익숙한 의사들에게는 어렵기 때문이다. 장 절개창의 봉합을 완전하게 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톨릭의대 이상권 교수(서울성모병원 외과)는 "정상 장기 천공 시 복막염, 누공, 감염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노츠가 보편화되려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적어도 안정성 확보에 5년, 상용화에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질 이용 시 안전성 가장 높아

경질 노츠에 이용되는 자궁경부와 직장 사이에 있는 1~2cm 정도의 공간은 장과 붙어있지 않고 어느정도의 복강액이 고여있기 때문에 해부학적으로 안전한 부위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노츠 수술이 여러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 사실이나 산부인과 영역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위를 통한 접근은 간이나 담낭과 같은 상복부 장기의 관찰이 제한적이며 상복부 장기 수술을 위해서는 내시경을 반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장을 통해 접근할 경우에는 장내 세균에 의한 복강 내 감염의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질이나 방광을 이용한 노츠 수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질은 복부장기로의 접근이 용이하고 질벽 절개 부위의 봉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자궁경부와 직장 사이에 있는 1~2cm 정도의 공간을 이용해 복강 안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이 부위는 장과 붙어있지 않고 어느정도의 복강액이 고여있기 때문에 해부학적으로 안전한 부위다.

과거 골반강경부터 질을 이용한 내시경이 이용됐다는 점에서 산부인과 영역에서 질을 이용한 노츠는 그리 낯설지 않다.

 이 분야에서는 건국대병원 김수녕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2007년 1월부터 국내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질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2009년 2월 말까지 난소종양 182건을 포함해 총 215건의 질 내시경 수술을 실시, 약 98%의 성공률을 거뒀다.

 질을 이용한 노츠는 접근성 뿐 아니라 국소마취가 가능하다는 점, 식염수를 주입해 수술하기 때문에 가스 주입 시의 부작용이 없고 난소, 나팔관 등의 유착없이 세부적인 관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여성에 있어 역사적으로나 해부학적으로 가장 안전한 개구부는 질(vagina)"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해부학적으로 노츠 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물을 받은 셈이다.

고도비만자도 수술 가능

 질을 이용한 노츠수술도 심각한 합병증은 있다. "rectal injury"가 그것으로 질로 대변이 누출된다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발생률은 1%대로 보고되고 있다. 30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질벽절개술(colpotomy)을 시행했을 때 3명에서 "rectal injury"가 나타났다(Int J Gynecol Obstet 2006; 93: 254-5).

 김 교수는 "간과할 수 없는 위험 때문에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수술을 집도해야 하지만 "rectal injury"가 사망과 직결된 합병증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주요 합병증으로 보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여러번 분만이 가능한 것처럼 질도 내장기관의 일부로 절개를 해도 상처(scar)가 남지 않으며 여태까지의 문헌에서 골반경으로 인한 성적기능의 문제도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질은 수축 기능이 있어 5mm 이하의 투관침을 이용할 경우 별도의 봉합이 필요없다. 노츠의 장점 중 하나는 비만도에 상관없이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 복부수술의 경험이 있거나 수술 후 합병증 위험성이 있는 높은 사람에게 특히 유용하다.

최소침습술로 패러다임 변화

 흉터없는 수술을 받고자 하는 여성들의 미학적인 욕구나 통증 경감 등의 삶의 질을 충족시켜주는 수술방법으로 노츠의 장점은 충분하다.

 관련 학회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회장 박형무·중앙의대)는 학회명을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및 최소침습수술학회"로 변경할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박형무 회장은 "산부인과 영역에서 꾸준한 술기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소침습수술에 대한 요구도 커지게 됐다"며 "학회 명칭 변경은 학회가 기존의 복강경 수술 뿐 아니라 노츠를 비롯한 최소침습수술을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산부인과 영역의 수술 패러다임이 최소침습수술로 가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츠는 소화기내과의 치료내시경과 외과, 산부인과의 복강경 발전 과정에서 탄생한 일종의 융합학문으로 시술의 많은 부분이 소화기내과와 외과 영역에 걸쳐있는 새로운 분야다.

따라서 노츠의 성공적인 수련 및 시술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전문분야의 차이와 장단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화된 수련프로그램 필요

 소화기내시경 의사는 내시경을 안전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수기가 뛰어나지만 복강 내 출혈이나 천공, 장기 손상 등의 합병증에 대한 대처 능력은 외과의사가 우월하다.

 반대로 대부분의 외과 수련과정으로는 노츠 시술에 필수적인 정교한 내시경 수기를 습득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 노츠가 안전하게 시술되기 위해서는 소화기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의사의 수련프로그램이 모두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2006년 NOSCA(Natural Orifice Surgery Consortium for Assessment and Research)가 창설됐고 유럽에서는 NOS(Natural Orifice Surgery)가 만들어졌다. NOSCA는 내과의와 외과의 두 명을 공동 회장으로 두고 있다. 국내에는 대장항문 외과의들이 주축이 된 "대한NOTES연구회"가 있다.

 김수녕 교수는 "NOSCA 등에 따르면 내시경을 하는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노츠를 하기 위해서는 외과적인 해부나 술기 등의 수련을 2년 받아야 하고 외과전문의가 노츠를 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을 다루는 내과 수련을 1년 받아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츠가 얼마나 빨리 발전해 언제 임상적으로 보편화될 것인가, 노츠가 기존 개복술이나 복강경 수술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 복강경 수술이 도입됐을 당시의 비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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