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공격적 마케팅 통해 우리병원으로 이끌자

 "병원을 하나의 거대 기업처럼 이끌어라." 최근 들어 병원이 기업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갈수록 병원들이 대형화·전문화되는 가운데, 가만히 있으면 환자가 몰려오지 않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각 병원들이 기업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 사례와 앞으로의 전망, 시사점에 대해 짚어본다.


병원 강점 찾아 "선택과 집중"
전문화·특성화가 미래 바꿔
전문가 초빙도 과감히 고려해야


 병원의 기업 마케팅 도입은 내부적으로 기업 경영에 대해 공부하게 한 것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가톨릭중앙의료원이 관리자급의 전문 경영인 마인드 배양을 위해 실시한 "CMC 관리자 메디컬 MBA" 과정이 총 467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며 마무리 됐다.

 병원경영, 전략경영, 마케팅, 재무·회계, 인사조직 등에 대한 전문가 특강으로 이뤄진 것으로, "Case Day"를 통해 선진 의료시스템이나 기업 사례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토론했다.

 이같은 과정은 백병원, 삼성의료원 등 여러 병원에서도 보직자는 물론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료원은 매달 부서원 전체가 같은 책을 읽고 본인의 느낌을 발표하는 "독서경영"을 통해 기획력 도모에 나섰다.

 이는 삼성그룹 다른 사업부에서도 널리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 달에는 베스트셀러 경영서에 이름을 올린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주제로 저자와 함께 하는 지식콘서트를 열었다.

인사기획실 김영섭 과장은 "독서 경영을 통해 교양 향상은 물론, 부서원들의 기획능력을 향상시키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며 의의를 밝혔다.

 교육, 공부를 넘어 최근에는 병원에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동서신의학병원은 기존의 문화홍보실을 홍보마케팅실로 개편, 홍보와 마케팅을 동시에 추진하는 조직으로 변경시켰다.

 이 병원은 대학병원으로는 처음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결합한 "홍보마케팅실"을 개설, 의료 "Marking PR(MPR)"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했다.

병원 관계자는 "홍보실 조직개편을 계기로 개인별 의료상품 개발, 지역 유관기관을 겨냥한 건강검진 상품 개발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홍보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실질적인 수익창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병원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2015년 Big 5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신임 홍보팀장에 영입하기도 했다.

 강규철 홍보팀장은 "기업에서 시행하는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성이 병원에도 도입된 개념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현재 병원의 위치가 어느 지점에 와있는지 파악하고 난 뒤, 강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전략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열린 개원기념식에서 이창홍 의료원장도 "앞으로 병원의 전문화·특성화 여부가 병원들의 흥망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은 경영컨설팅을 받은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대여성암전문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를 위해 내부 모델을 선정하고 지하철 광고, 매체 홍보 등에서 일관성있게 여성암전문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간 다양한 기업에서 광고, 홍보마케팅, 위기관리 등의 경험을 토대로 영입된 이길수 홍보팀장에 주어진 책임이 컸다.

 이 팀장은 "이화의료원은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주춤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활동을 집중하고 있다"며 "그간 일시적, 제한적이던 병원의 홍보마케팅이 1년 365일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 성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대의료원은 두산이 인수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기업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려는 조짐이다. 관리실장에 두산 상무가 임명되는가 하면, 얼마 전 대기업 출신의 홍보팀장이 새롭게 영입됐다.

 특히 중앙대와의 연결선상에서 협력이 가능한 사람을 채용,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하권익 의료원장은 "필요한 경우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과감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병원이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훈 신임 홍보팀장은 "기업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활동을 펼치라는 것으로 안다"며 "병원이 부족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거나, 웹상의 홍보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활성화를 이끌겠다"고 피력했다.

 스포츠마케팅을 도입한 사례도 생겨났다. 김안과병원은 지난달 13일 골프 유망주들을 영입해 "TEAM 김안과병원"을 창단했다. 기존에 대기업들만 해왔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유망주를 지원하면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지난해 병원은 강경술 선수와 3000만원 후원 계약을 체결한 이후, 강 선수와 관련된 기사에는 늘 "김안과병원"이 따라다녔다. 특히 강 선수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동부화재 프로미배 에덴밸리리조트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병원도 함께 대박을 터뜨렸다.

 병원 관계자는 "강 선수에게 계약금 3000만원과 우승보너스, 의상 및 용품비 지원 등으로 약 5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승과 동시 중계방송, 뉴스 등에 노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소 3억원 이상의 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원가에서는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진료비 할인이나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서는 측면이 많아졌다. 옥션은 최근 제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 일부를 포인트로 제공하는 "닥터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옥션사와 제휴한 병원에 회원이 방문해 성형, 안과 등의 시술을 받을 경우 결제금액의 10~5%를 옥션 포인트로 보상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옥션 관계자는 "병원에서 포털 사이트 등에 광고를 많이 하는데, 새로운 종류의 마케팅 기법으로 볼 수 있다"며 "다수의 병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균닥터는 아토피, 알레르기 케어 전문 비누와 스킨케어 제품을 런칭하면서 여러 피부과와 함께 브랜드 강화 및 마케팅 프로모션 공동 개발 제휴에 합의했다.

 아토피. 여드름 캠핑, 고객 커뮤니티 운영, 할인쿠폰, 해외 고객 유치 등 의원급에서 미처 다 펼치지 못하는 다각적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대신, 피부과의 전문성을 얻는다는 취지다.

 이처럼 병원은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 마케팅 개념이 점차 침투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고, 영리추구 목적이 허용되지 않아 기업보다 더딘것이 사실이다.

다만 병원들이 무한 경쟁을 넘어 생존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주춤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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