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의 상황" 침착하라

의료분쟁 발생땐…
1 원내 담당부서에 신속 연락
2 한국 소비자원·의협공제회 도움 요청
3 관련 서류 갖춰 유치업자·보험사 연락
4 진흥원 "메디컬콜센터" 상담도 고려



 "심장수술을 받으러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수술 중 사망했다면?", "성형수술을 받은 외국인 환자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완치와 만족을 기대하고 먼 나라까지 찾았다 겪은 일이라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은 당황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병원이 어찌할지 몰라 주춤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면 우리 병원을 비롯해 한국의료 전체를 깎아내리는 행동일 수 있다. 외국인 환자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료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면, 모든 병원들의 외국인 환자 유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분쟁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의료분쟁이란, 의료행위와 관련해 의료진의 과실에 의한 의료과오가 발생한 경우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과실 때문인지 환자 측의 소인 때문인지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다툼이 발생한 상황을 말한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 홍승욱 박사는 최근 잇따라 열린 의료관광 컨퍼런스, 설명회 등을 통해 "의료분쟁을 예방하고 당사자 간 합의를 유용하게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환자, 유치업자 간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환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처방, 복약 지도 등을 할 때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며, 주의사항은 문서로 만들어서 함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동의서 등은 외국인 환자와 의료진 간의 모든 진료행위가 의료진의 설명과 환자의 자율적인 동의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증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갖춰두어야 한다.

 홍 박사는 "진료기록, 간호기록, 검사기록, 원무기록 등에 외국인 환자와 관련한 특이점 및 자세한 경과를 기재하고, 수정할 경우 반드시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진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통역사, 병원직원 등도 외국인 환자 진료와 관련한 법규 및 의료분쟁 예방에 관한 소양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닥스투어 우봉식 대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환자 동의하에 진료과정을 음성녹음 해두고 분쟁발생 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외국 병원의 의무기록이나 검사결과에 대한 정확한 신뢰가 어려울 경우는 처음부터 검사를 다시 시작, 환자 상태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 내 연락체계를 정비하고, 환자 편의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콜센터 운영을 통해 외래 환자를 위한 통역사,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등이 항시 대기하면 보다 신속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은 외국인 환자가 국내의료 이용 시 겪었던 여러 불편 및 불만사항에 대해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메디컬 콜센터"를 구축했다. 메디컬 콜센터 내에는 영어와 일어·중국어·러시아어 등 국내 의료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외국인 환자의 해당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 상담원을 고용했다.

 24시간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병원 이용의 불만·불편사항을 접수해 외국인 환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역할을 하며, 콜센터를 구축하지 못한 병원과의 핫라인을 개설하거나 구급차 지원 등도 가능하게 했다.

 진흥원 장경원 글로벌헬스케어센터장은 "의료사고 발생시 분쟁 해결을 위해 상담 및 각종 절차의 접수를 대행해 효과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병원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응급환자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절차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 진료계약서에 분쟁해결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 미리 규정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환자가 자국으로 돌아가 별도의 소송을 진행할 경우 막대한 손해가 뒤따를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규정도 마련해두어야 한다.

 태국의 경우 태국법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며, 왕립의료회의에 의해 권리를 보장받는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태국의료회의나 공공보건부에 호소할 수 있으며, 태국소비자보호청, 태국경찰의 도움을 받아 태국 법정에서 소송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화해·조정·중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소송에 의해 해결을 하는데,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인 환자가 싱가포르 법원에 20만달러를 예치해야 가능하다.

환자가 승소하더라도 예치한 20만달러는 되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가 제일 중요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송에 앞서 화해·조정·중재와 같은 비사법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 대표는 "분쟁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경제적 비용 뿐만 아니라 거주지가 멀리 떨어진 물리적 환경과 심리적 부담감이 또다른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며 "너무 경직된 분쟁해결 제도만 고집하다 보면 분쟁해결의 측면에서 합리적인 제도를 갖춘 나라와의 시장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박사 역시 "합의에 의해 선출된 중재인의 중재판정에 의해 당사자 간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추며, 해외 의료관광 법학전문가들은 이러한 중재 제도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공감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으로 의료심사조정위원회와 의료분쟁조정법의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도출된 것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메디투스 오승훈 대표는 "의료관광객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성"이라며 "병원의 모호한 정책 안내보다는 대표원장이 직접 나서서 의료분쟁에 대한 대비책을 약속하면 더욱 신뢰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혹시라도 의료분쟁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침착하게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고, 법무팀이나 QI팀 등 담당 부서에 연락해야 한다.

담당 부서가 없다면 한국소비자원, 의협공제회 등에 연락해 도움을 청한다. 그 다음 진료기록부, 처방전, 근무일지, 환자 동의서, 진료계약서 등의 관련 서류를 반드시 확보해 유치업자와 보험사에 연락해야 한다. 진흥원의 메디컬콜센터를 통해 상담받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료관광 유치업계나 법조계에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분쟁조정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가 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의료분쟁의 해결 절차와 방법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인 분쟁해결 방안이 도출되도록 정부를 비롯한 병원, 유치 관계자 모두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 성형에 이어 중증 외국인 환자까지 유치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직원들이 의료분쟁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공감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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