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강점 찾아 손 내밀자
외국인 환자, 광고 보단 의료 질·서비스에 민감

 "일본에서는 성형수술 희망 환자가 많이 올거야. 중국에는 한류열풍을 이용해 봐야지. 미국에서는 진료비가 저렴한 것을 강조하면 환자가 오지 않을까?" 외국인 환자 유치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어느 지역을 타깃으로 선정하고 유치 전략을 세울 것인지 상당히 막연할 것이다.
 단순히 해당 언어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통역 직원을 채용한다고 해서 환자가 몰려오는 것은 아니다.
 이에 실제 환자 유치 우위에 있는 지역과 현재 병원들이 펼치고 있는 지역별 유치 전략을 소개한다.


팸투어 활용한 "입소문" 효과 커
국가 따라 차별화된 전략 세워야
언어·문화 차이 이해 중요


 외국인 환자가 이동하는 요인으로는 △지리접 근접성 △자국 출신 해외 시민권자의 높은 비중 △관광 인프라 △국제적 의료인지도 △가격 경쟁력 등이 꼽힌다.

 지난 2일 열린 "글로벌 헬스케어&의료관광 국제 컨퍼런스"에서 한국관광공사 정진수 전략상품팀장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의료관광 비즈니스 형태 및 타깃을 3가지로 제안했다.

시장은 "관광+의료"로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근거리 시장 및 원거리 동포 시장에 기존 문화관광 투어에 미용, 건강검진 등의 웰빙 요소를 첨가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2차 시장은 "의료+관광"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 대양주 등 의료선진국 원거리 국가에서 대기시간 단축과 적정한 치료를 위해 방한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여행업자, 일반인은 물론 의료보험 관계자로 마케팅을 확대할 수 있다. 3차 시장은 러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등 의료 후진국에서 낙후된 자국의 의료수준에서 벗어나 순수 치료 목적으로 방한하는 "의료+관광"을 노리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중동), 의료기관(러시아) 전문 에이전트를 통한 마케팅을 시도하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진료 분야별로는 △건강검진은 미국, 극동러시아 △미용·성형은 일본, 중국에 유리하며, 시술, 수술에 있어서는 △미주, 극동러시아는 고관절 △일본은 척추 수술 △한방은 일본, 미주, 중동 등이 선호되는 상황이다.

 유치를 위해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관광공사가 지난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지역의 아시아 의료관광 경험자 및 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가 선택 시 주요 고려사항은 의료진의 수준 48.1%, 신뢰성 36.1%이 높게 나타났으며, 주변 추천 47.7%, 관련 자료 35.2%, 여행사 33.9% 등에 의해 방문했다.

진흥원 조사결과에서도 유입 경로는 의사 권유와 지인 소개가 가장 많았고, 광고는 신뢰되지 않았다. 반면, 의료 질, 병원 서비스 질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 병원이 믿을만 하다라는 주변의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는 물론 외국인 환자 유치에 욕심이 있는 주요 병원들은 계속적으로 팸투어를 실시해왔다. 외국 언론 기자단과 병원 관계자, 에이전트 등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초청해 의료시설을 보여주고 무료 검진을 실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알려 현지에 "입소문"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들이 타깃으로 선정하고 있는 지역을 살펴보면, 중국·일본·미국·러시아·중동 등이다. 실제 지난해 진흥원이 우리나라 대형병원에 입원한 외국인 환자 627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미국 34%, 러시아 17%, 몽골 6% 중국 4% 일본 3% 순으로 많았다.

 중국의 경우 부유층을 노려볼 수 있다.

 중국은 월소득 80~160만원 중상층이 약 2억명이며, 20억원 이상 재산 보유 부유층은 약 8000만명, 초 부유층은 약 2000만명이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는 중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북경지점을 개설해 이들은 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북경 아나클리미용유한공사 왕신 부총경리는 "부유층의 의료비 지출 상승과 고급 의료 수요 증가로 VVIP를 타깃으로 한국 의료관광의 현지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북경 개인 사교클럽을 통해 VIP고객 대상 설명회를 갖거나, 중국 문화 차이 이해를 위해 직원간 내원 사례를 공유해 문화적 특성까지 배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엔고 환율을 이용해 늘어난 관광객을 노리고 미용성형 영역에서 환자 몰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과 가장 근접한 부산의 ABC성형외과, 뷰티스피부과 등은 후쿠오카-부산 간 4시간 소요의 쾌속선을 타고 관광을 즐기는 미용성형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를 위해 전직원이 시술용어, 진료회화 등 실무적인 일어 습득 교육을 하고 있으며, 병원 내 일어표지, 홍보 브로슈어, 홍보영상 등을 다양하게 제작했다.

 미국 역시 의료관광 시장의 성장 예측률이 상당히 높다. 2008년 딜로이트사 발표에 따르면 미국 해외 의료관광객 수는 2007년 75만명에서 2010년 무려 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높은 의료비용, 제한적 보험 혜택, 성형·치과 임플란트 시술 등의 의료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특히 한인 교포들이 많은 지역인 LA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한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병원 등은 현지 여행사와 연계해 의료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주 한인 의료관광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약 1000여명에 달한 만큼, 이를 토대로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의지다.

 미주 중앙일보 김용일 부사장은 "미주 한인에서 미주 아시안, 미 주류로 단계별 시장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며 "당장 두명 중 한명 꼴로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한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 규모"라고 피력했다.

장경원 센터장은 "외국에 체류하는 한인 의료인 네트워크 구축도 과제"라며 "한인 의료인 대상 사절단을 파견해 환자 refer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치료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2005년부터 유명 의료진의 치료기술이 러시아 의료진에 알려지면서 러시아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오픈했다.

지난해부터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치료비 지원을 받기 시작해 한해 동안 310명, 4억3023만7719원의 진료수익을 거뒀다.

병원 측은 24시간 러시아 콜센터 오픈은 물론 대사관과도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게 했으며, 러시아 병원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외국인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자신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410명을 유치한 삼성서울병원도 러시아 환자 비율이 50%에 달한다. 러시아, 몽골, 중국 소재 회사, 종교 및 사회단체 등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시도한 결과, 엑슨 모바일이나 Shell 등 러시아 소재 회사나 현지 병원 의사들로부터의 환자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동의 경우 정부 차원의 협약이 중요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보통 자국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힘들 경우 정부가 지정한 국가에서 치료를 받으면 치료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장 센터장은 "중동은 보통 미국이나 유럽으로 원정 치료를 가는데 우리나라와 협약을 맺게 되면 가격·서비스에서 경쟁력이 있어 대규모 환자 유치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카타르와 협약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들과도 협약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진흥원의 에티오피아, 페루, 과테말라 등 개도국의 국내 연수를 통해서나 관광공사의 27개 해외지사를 활용한 홍보, 병원들의 다양한 지역 팸투어 시도 등 외국인 환자 유치는 폭넓은 지역으로 승부수를 띄워보려는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우리 병원이 어느 영역에 강점인지 살펴보고, 그에 맞는 타깃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다양한 네트워킹을 시도해보는 동시, 언어와 함께 문화적 차이까지 이해하고자 준비해 나간다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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