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이 오히려 경제적…다인실 한번 들어오면 퇴원 꺼려

장기일수록 민간보험 보상 증가도 원인
위급환자 병실 못구해 "발동동" 악순환


 40대 중반의 회사원 정 모씨는 지난해 봄 복부에 거북한 느낌이 지속되던 터에 심한 통증을 느껴 회사 인근 내과에서 검사를 받았고, 대학병원으로 옮겨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현재는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찾고 있다.

 직장에 복귀할 만큼 건강은 좋아졌고 때맞춰 같은 의사로부터 건강을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건강이 악화될 경우 자신을 치료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동안 치료비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보험 등의 비용으로 약 2000만원 가량 들었다.

 정 모씨의 경우를 예로들지 않더라도 대개의 암환자들은 의원을 거쳐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대학(대형)병원을 단골 의료기관으로 선택해 자신을 맡긴다. 치료비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1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의료 흐름은 언뜻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보여지고 치료비도 건강보험에서만 보면 매우 경제적이지만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전후근 암병원 원장이 "암환자 항암치료는 입원보다 외래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우리 의료체계에 대해 되돌아보는 의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선 의원에서 암이 의심되면 큰 병원으로 의뢰, 큰 병원에서 최종 진단을 받고 치료하게 되는데 이때까지는 선진국의 의료체계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3차기관에서의 치료 이후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본지 객원논설위원)에 따르면 암환자가 3차기관에서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가는데 까지는 흐름상 문제가 없다. 암 재발 또는 정기검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3차기관을 방문해야만 하는데서부터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치료 후 굳이 3차기관을 다시 찾아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1차기관 대부분은 마약성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중잠금장치를 해야하고 관리약사를 두어야 한다.

약에 대한 이익이 전혀없는 상황에서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고 규정을 어기면 처벌까지 받게 된다. 결국 개원가에서는 암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니 암환자들은 병실이 없다고 해도 큰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다인실에 입원하면 퇴원을 하지 않는다. 한번 나가면 다시 입원하기 어려울까봐 퇴원을 꺼리고 장기입원이 되는 것이다. 입원기간이 길어야 민간보험에서의 보상이 많아지는 것도 원인이 된다. 이러한 환경은 위급한 환자들이 병실이 없어 이병원 저병원을 찾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장기입원이 집에 있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다. 미국 중증환자의 1일 입원비가 수백달러에서 심지어 1만달러가 넘는 경우를 감안하면 더 분명해 진다.

영국과 같은 사회주의 의료 체계에서도 방문 건강 체크가 있지만 암환자의 15%만이 입원할 수 있고 85%는 항상 대기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입원해서 치료받을 경우 본인부담금 10%만 내면 된다.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2·3차 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암환자(11대 암)는 18만8206명. 이 가운데 췌장암으로 췌장전절제술의 경우 종합전문기관에서는 32.9일 입원하고 1158만7000원의 가장 많은 진료비용이 발생했다. 입원기간이 짧은 간암 혈관색전술은 종합전문기관에서 5.5일 205만9000원으로 낮았다.

 심평원에 따르면 암환자 1명은 2007년 한해 동안 1175만원을 사용했으며, 이중 89.5%인 1052만원을 건보재정에서 부담했다. 총 49만3584명에 2조1863억원을 지출한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세계 5위권이다. CT MRI PET 등 첨단장비 보유율은 세계 1~2위권. 그러나 임종 한달 전 항암제 사용률은 미국 등 선진국의 10%에 비해 3배 이상 사용하고 의료용 마약은 선진국 사용량의 약 10%밖에 사용을 하지 않는다(WHO 통계).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통해 의료기술은 향상됐으나 치료시기가 지나 케어의 단계에 오면 환자 고통에 관심이 적어진다는 것을 통계는 보여준다.

 외래를 통해 항암치료 등을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비용효과적이겠지만 위리나라 의료제도의 현실은 입원을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서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한 전후근 원장이 "암환자 치료는 외래진료가 바람직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에 정부당국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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