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다 수익따진 선택일 때 부정적 측면 부각

기존 약물로 치료 진전 없는 환자
허가 외 요법 통해 효과 볼 수 있어


오프라벨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는 적응증 외 처방이지만 불법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승인받지 않은 용법인만큼 안전성에 대한 담보가 없고 효과에 대한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2003년도 연구(NEJM 2008;358:1427-1429)에서 전체 오프라벨 사용 중 73%가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여기에 국내 오프라벨 사용의 목적이 치료가 아닌 경제적 이익이 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오프라벨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부작용 발현 때 더 문제

 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 강아라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오프라벨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행하고 있고 치료 외 부분도 많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도에 대해 경고했다.

 강 국장은 성형분야에서 성행하고 있는 보톨리늄톡신(botolinumtoxin, Botox)을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는다.

 보톨리늄톡신은 양성 본태성 안검경련, 근긴장이상관련 사시·안검경련, 뇌졸중 관련 근육강직 등에 적응증이 있지만 현재 성형분야를 통한 처방이 대부분이다.

 이에 건약은 작년 보톨리늄톡신이 호흡곤란, 심할경우 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의약품 적색경보 1호"를 발표해 대국민 홍보를 펼친 바 있다.

 이외에도 의료정보가 어두운 일부 지역에서 치매 치료제인 은행잎 추출액(ginkgo biloba extract, Tanamin)이 예방제로 판매된 사례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오프라벨의 목적이 수익 창출로 변질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부산 김 모씨 소송의 원인이 된 미소프로스톨은 2006년 같은 사례가 발생한 바 있고. 2007년에는 사망까지 일으켰다.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물인 메칠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Concerta)도 소위 "학습집중력 향상약물"로 불리며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중독, 조증, 환각 등 정신질환 부작용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여기에 비급여로 적용되는 오프라벨 약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환자에게 덤으로 안겨진다.

희귀성질환서 특히 필요

 그렇지만 오프라벨이 합법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기존에 승인받은 약물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나 사용하지 못할 경우 오프라벨을 통해서 혁신적인 방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정영기 서기관은 희귀성질환의 경우에서 오프라벨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암환자의 경우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항암약물들과 의료기술들이 개발되고 추가적응증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환자의 처지는 지연된다. 이에 오프라벨은 신약물이나 추가적응증의 검토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주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치료전략 제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오프라벨 사용약물 중 항정신병약물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PLoS One. 2008;3:e3150)에 대해 대한정신약물학회 김창윤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은 "정신질환의 경우 다양한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만큼 오프라벨로 의사가 다양한 약제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는 한편 "경제적인 부분은 배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현실 괴리 메워줘

 또한 승인된 적응증과 현장 사이의 거리를 메운다는 측면에서 오프라벨은 긍정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란자핀(olanzapine)의 경우 현재 질환에 따라 10~20mg 용량으로 승인받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고용량으로 시작해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양을 줄여가기 때문에 초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의사의 자율권 보장과 의견수렴의 측면에서 정신질환 치료의 특성을 고려해서 최소한 용량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노인과 소아의 경우 승인을 위한 임상단계에서부터 시도하기가 어렵다며 "정신질환 약물에 있어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효과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도 어느정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보완 회장은 "에이즈(AIDS)나 암 등 희귀난치성질환의 경우 대체약물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 어느정도 근거가 있는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방법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오프라벨 사용의 옳고 그름보다는 상황에 따른 해석의 융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의료환경이 좋지않은 지방에서 오프라벨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유용하게 활용되는 면도 있다고 강조한다.

 아미노산 수액제의 경우 섭취를 통한 영양공급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만 허가되어 있지만 노인의 경우 섭취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벨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 "허가초과약제처방"
미국 - "적응증 외 처방"

■오프라벨은?

 오프라벨(Off Label)이라는 단어가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어 귀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의미가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오프라벨은 미국의 경우 승인된 약물이지만 승인 외 적응증에 대해 의사가 자신의 재량권으로 처방하는 "적응증 외 처방"으로 정의된다(Annals of Interal Medicine. 2009;150:353-354).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금 다르다. 대한병원약사회 송보완 회장(경희의료원 약제본부)은 국내에서 오프라벨은 "허가초과 약제 처방"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의사와 병원의 자율에 따라 처방하는 임의비급여로 비급여와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보니 국내에서는 오프라벨의 사용실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급여 외 사항에 대해서는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암제의 경우 보장성 확대조치를 통해 확보된 "보험급여 인정요법 현황" 자료에서 허가범위초과 급여인정 사항이 43.5%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한다면 다른 질환이나 분야에서도 상당 수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03년 15계열 약물을 대상으로 시행한 오프라벨 사용빈도 연구에서 전체 21%가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NEJM 2008;358:1427-1429).

미, 정신병 약물서 가장 빈번
정신분열병 치료 허가대로 사용 25.5% 뿐

 [PLoS One. 2008;3:e3150]=미국 오프라벨 사용약물 중 항정신병 약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분열병 치료에서 두드러졌는데, FDA는 정신분열증 치료에 항정신병약물의 단독요법에 대해 승인했다. 하지만 연구에서 단독약물 사용군은 25.5% 뿐이었다. 70%가 항정신병약물과 항불안제를 42.5%는 하나 이상의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용요법으로는 항정신병약물과 안정제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이 연구를 진행한 존스홉킨스의대(Johns Hopkins Medical School) 정신과 피카(David Pickar) 교수는 병용치료에 대한 의학적인 타당성이 높았다고 밝히는 한편 오프라벨 사용에 대한 비용문제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리노이대학 약학과 윌튼(Surrey Walton) 조교수는 오프라벨 사용의 빈도와 이로인한 비용증가에 비해 효과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항우울제, 항정신병약제 등을 비롯한 14개 약물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시급하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Pharmacotherapy 2008;28: 1443-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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