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장성 강화 등 합법적 기준 마련 움직임

의사 치료 자율권 침해·보호 상반된 의견
미 FDA도 올바른 사용위한 규제장치 완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오프라벨 자체에 내재된 문제점들이 보완되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오프라벨이 가지고 있는 다른 문제로 꼽힌다.

 오프라벨 사용을 제약사가 홍보·판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FDA가 올해 1월 이를 완화하는 가이드라인인 "Good Reprint Practices"를 발표해 논란이 되고있다.

 FDA는 오프라벨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완함과 동시에 최신의 의학정보를 의료관계자들에게 알려 올바른 오프라벨의 사용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약사는 자신이 후원하지 않은 연구에 한해서 오프라벨의 근거로 홍보·판촉 등을 할 수 있게됐다.

 오프라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저널이나 논문들은 동종업계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야 하고 어떤 이익관계와도 별개여야 한다.

자료가 ▲편집자에게의 편지 ▲논문초록 ▲1상임상의 보고서 ▲상대적인 의미가 있는 데이터·조사에 대한 비중있는 토론이 약하거나 없는 경우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혀 최소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의 한계선을 그었다.

 또한 제약사의 판촉행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희귀병의 경우에는 최신의 정보를 빨리 접하는 만큼 유용할 수 있지만 결국은 제약회사들의 판촉이 더 유리해졌다는 의견이다.

 또한 저널 등의 자료가 새로운 적응증의 검토를 대신할 수 없는만큼 안전성은 더욱 위태해지고, 약물관리에서 FDA가 가지고 있는 제한된 영역을 더욱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프라벨 사용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암을 들 수 있다. 암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오프라벨 사용에 의학적인 타당성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급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암의 약물치료와 관련 검토를 위한 암질환심의위원회에 항암제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상의해 30일 안에 적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줄이고 암의 적정진료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암 이외의 질환에 대해서도 같은 방향을 취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약제 비급여 사용승인 기준 및 절차(고시)"를 작년 7월에 제정해 ▲대체가능한 약제가 없는 경우 ▲대체가능한 약제가 있으나 투여금기 등으로 투여를 할 수 없는 경우 ▲대체가능한 약제의 투여나 대체치료법보다 비용효과적이거나 부작용이 적고 임상적으로 치료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를 "허가초과 사용약제"의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비급여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각 요양기관 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심사를 거쳐 10일 이내에 심평원장에게 의학적 근거자료를 제출,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IRB가 없는 병원의 경우를 고려해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오프라벨 사용을 제도로 묶는다는 것이 의사의 치료 자율권 침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거세다. 일부에서는 미국처럼 오프라벨에 대해서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약물 사용에 있어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제도 안에서 오프라벨의 합법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의 자율권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오프라벨로 사용되는 약물들의 적응증 확대도 산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오프라벨 사용을 제도화하는 것이 의사의 자율권 침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IRB가 일부 병원에만 있다는 점을 고려, 개원의의 경우 IRB가 있는 종합병원들과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각 지방에 의협·병협과 논의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IRB를 배치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허과초과 사용 약제의
비급여 사용 승인을 위한 의학적 기준


▲ 범주 1 : 무작위 대조군 시험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systemic review, meta-analysis)

▲ 범주 2 : 무작위 대조군 시험 또는 "범주 3"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

▲ 범주 3 : 준-무작위 대조군 시험, 환자-대조군 연구(case control study), 코호트 연구(cohort study) 및 기타 관찰적 분석연구(observational, analytic study)

▲ 범주 4 : 단면조사연구(cross-sectional study), 전/후 비교연구(before/after study) 증례 보고(case report), 환자군 연구(case series), 비분석적 연구(non-analytic study)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술평가사업단 EBH팀
- 근거문헌수록지침(EBRM) 제2판 2006년 12월

기본적으로는 범주 2, 희귀질환 사용을 위해서는
4의 범위까지 충족시켜야 한다.


의학적 근거 기반된 사용 환경 마련해야

복지부와 FDA가 가이드라인에서 모두에서 지적하는 오프라벨의 가장 큰 문제이자 헛점은 의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김창윤 이사장 역시 증거기반(evidence-base)의 현재 적응증 인정제도 하에서 오프라벨 사용은 뒷받침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근거기반 오프라벨 사용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 이전에 사용실태나 사용범위 등에 대한 정부와 학계의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미국의 경우 FDA 이외에도 학계에서 오프라벨 관련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에 비해서 한국은 현재의 의료제도 하에서 오프라벨 사용실태를 파악하기는 힘들다는 이유로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오프라벨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로 무작위연구, 단독요법연구, 적용사례, 전문가의 의견들이 있지만 이 자료들에 대한 동료 간의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질평가 향상 보고서 등의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학회 차원에서 대조군 연구를 실시해 오프라벨로써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립, 정부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적인 문제도 있다. 오프라벨이나 허가초과사항이라는 단어를 생소하게 받아들거나 관습적으로 자각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오프라벨로 처방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오프라벨 사용에 대한 정보의 교류나 교육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의사 자체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정 서기관은 "오프라벨 사용에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의사에게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는데서 발생하는 윤리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도 극심한 부작용을 인지한 상태에서 사용되고 있는 ADHD 약물 등 정신약물을 대상으로 한 오진이나 남용은 오프라벨보다는 의료과실에 가깝다며 의사로서의 윤리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오프라벨로 인한 과실이나 사고 발생시 1차 처방자에게 책임이 돌아가도록 돼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이나 논의가 없어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연구가, 약물이 나오는 만큼 오프라벨 사용 방법도 다양해져 간다.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오프라벨 사용의 긍정적인 면을 살리고 부정적인 측면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도 확립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의학계 간의 커뮤니케이션 등 기반 잡기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도움말
 ▲ 정영기 보건복지가족부 보험약제과 서기관
 ▲ 김창윤 울산의대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 송보완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팀장(대한병원약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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